해마다 왕관 바꾸는 사슴, 정말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신남식 2019. 12. 18. 13: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4)

오래전부터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슴. [중앙포토]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에 친근하게 다가오는 동물이 있다. 눈이 내리는 가운데 썰매를 끄는 모습의 사슴이다. 사슴은 구석기시대의 동굴벽화에도 나타나 오래전부터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알려준다. 예로부터 신화 종교 문학에 많이 등장했고 인간의 주된 사냥의 대상으로 식량의 공급원이 되기도 했다.

사슴의 고기는 베니슨(venison)이라 하는데 지방이 적고 단백 함량이 높다. 소비가 증가하면서 북미와 뉴질랜드에서는 고기공급을 목적으로 사슴을 기르는 농장이 늘어나고 있다. 사슴의 뿔은 장식용으로 벽걸이나 우산과 칼의 손잡이로 많이 이용된다.

사슴과에는 20속 92종이 있으며 7kg의 ‘푸두(pudu)’부터 825kg에 이르는 ‘무스(moose)’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눈은 둥글고 크며, 목은 길고 주둥이는 뾰족하며 귓바퀴는 좁게 위쪽으로 길게 향한다. 다리는 가늘고 길며 뒷다리가 튼튼하게 잘 발달되어 뛰는 데 적합하다. 청각과 후각이 발달되고 시력이 좋아 포식자의 접근을 피하는 데 유리하다. 담낭이 없으며 사타구니 쪽에 두 쌍의 유두가 있다.

푸두(좌), 무스(우). [사진 pixabay]

사슴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도 수컷의 뿔에 있다. 소과에 속하는 동물과 여타 동물은 생후 한번 나온 뿔을 평생 지니고 있으나 사슴은 매년 새로운 뿔로 교체된다. 종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 봄철에 뿔이 자라기 시작하여 3개월이 되면 최대로 크게 된다. 이 기간의 뿔은 신경과 혈관이 있는 연골상태로 부드러운 피부가 덮여있다. 이러한 뿔을 ‘녹용(鹿 茸)’이라 하고 한방에서 귀한 약재로 쓰이고 있다.

이 시기가 지나면 뿔은 점차 딱딱해지고 부드러운 피부는 벗겨지며 가을철이 되면 완전한 뼈의 형태로 변하고 뿔의 끝은 창 같이 날카롭게 된다. 이때는 번식기가 되어 예리한 뿔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번식기의 수컷은 성격이 공격적으로 변하고 싸움에서 이겨 우위를 차지한 개체는 암컷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다른 수컷의 접근을 막으려 먹지도 않고 경계하다가 기력이 소진되어 우두머리 자리를 뺏기기도 한다.

번식기가 지나고 초봄이 오면 각질화된 뿔은 머리에서 자연히 분리된다. 이러한 뿔을 한방에서는 ‘녹각(鹿 角)’이라 하여 녹용의 대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뿔이 머리에서 떨어지면 바로 새로운 뿔이 자라기 시작한다. 새로운 뿔이 밀고 나오는 형태다. 뿔이 성장하고 떨어지는 것은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짝짓기 시기가 오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하여 뿔이 딱딱해지고 이 시기가 지나면 감소하며 뿔이 탈락한다.

사슴과 동물의 뿔은 수컷에만 존재하지만 예외인 종이 있다. 산타클로스 썰매를 끄는 사슴으로 묘사되는 순록(reindeer)은 수컷보다는 조금 작지만 암컷에도 뿔이 있다. 이 때문에 한때는 녹용을 많이 얻을 목적으로 순록을 수입하여 제주지역에서 사육한 적이 있다. 입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거의 모두 생명을 잃었다. 순록의 생태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순록은 캐나다 북부와 유라시아 북부의 추운 지방에 서식한다. 제주는 기후환경이 원래의 서식지와 너무나 달라 적응을 못 한 것이다.

환경부 멸종위기종 1급 사향노루. [사진 국립생태원]

천연기념물 제216호이며 환경부 멸종위기종 1급인 사향노루는 사슴과에 속했으나 최근에 사향사슴과로 분리되었다. 암수 모두 뿔이 없으며 수컷에는 송곳니가 발달했다. 사슴과 동물에 없는 담낭이 있으며 하복부에 사향샘이 있고 유두가 한 쌍인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는 10마리 이하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절멸의 위기에 있다.
강원도 철원 부근 비무장지대 안에서 겨울나기 준비에 나선 고라니 한쌍. [중앙포토]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슴과 동물인 고라니는 수컷에도 뿔이 없다. 반면에 다른 사슴에 없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길게 바깥으로 나와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고라니는 한국에 가장 많이 서식하며 중국의 양쯔강 하류지역에도 소수가 분포한다. 영국과 프랑스 미국은 고라니를 도입하였지만 야생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때문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개체 수가 너무 많아 문제가 된다.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1994년부터 위해동물로 지정되고 있어 수렵의 문이 열려있다. 수렵과 로드킬로 매년 십 수만 마리가 사라진다. 개체 수가 유지되면서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장기계획이 필요하다.

흔히 노루를 고라니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비슷한 용모를 가졌지만, 노루는 송곳니가 돌출되지 않고 수컷은 뿔이 있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동물들은 한번 가진 뿔을 한평생 그대로 지니고 간다. 부러지거나 다쳐도 고칠 수 없다. 다른 동물과 달리 매년 새로운 관(冠)을 갈아 쓰는 사슴은 시인의 표현대로 무척 높은 족속이었던 것 같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