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한시간 전 영하 1.7도, 가랑비 '블랙아이스' 참극 조건
한 시간쯤 뒤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고속도로 영천 방향 상행선(상주 기점 26㎞). 화물트럭 등 차량 10여대가 추돌했다. 앞서 달리던 화물트럭이 순간적으로 도로를 달리다 미끄러지면서, 후미에 있던 다른 화물트럭이 연이어 추돌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이 사고로 차량 6~7대가 불에 탔고, 운전자 등 6명이 사망했다. 또 10여명이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다. 비슷한 시각 사고 지점에서 5㎞ 정도 떨어진 고속도로 하행선에서도 차량 20여대가 연쇄 추돌해 1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경찰이 추정한 사고 원인은 '블랙아이스'. 땅이 살짝 젖을 정도의 '가랑비'가 이런 참극을 부른 것이다. 겨울철 도로 위 저주, 도로의 살인마로 불리는 '블랙아이스' 참극이 올겨울 또 발생했다. 지난해 꼭 이맘때인 12월 11일에도 전남 장흥군 장동면 남해고속도로 장등2터널(영암 방향 49㎞ 지점) 부근에서 화물차 등 차량 17대가 추돌했었다. 이 사고 원인 역시 블랙아이스로 추정됐었다.
차량이 일반 도로를 달리듯 속도를 올려 블랙아이스 구간을 지나가면, 중심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차량은 겨울철 빙판길을 달릴 때 '체인'을 감거나 '스노우 타이어'로 교체하고, 저속 운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블랙아이스 교통사고, 즉 빙판길 교통사고는 마른 도로 사고보다 치사율이 2배가량 높다. 제동거리도 4배 넘게 길어진다. 본지가 지난해 12월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취재해 확인한 데이터에 따르면, 3년(2015~2017년)간 노면 상태별로 교통사고 발생현황을 분석한 결과, 마른 도로에서는 19만8000여건의 사고로 3700여명이 숨져 치사율이 1.87%였다. 치사율은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다.
반면 빙판길에서는 1120여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41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이 3.65%로 마른 도로의 1.9배나 됐다. 빙판길에서는 핸들 조작이 어려운 데다 제동 거리도 길어지기 때문이다. 공단에서 노면 상태별로 제동거리를 실험한 결과, 일반승용차가 시속 50㎞로 주행 중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마른 도로에서는 11m 정도 지난 뒤 멈춰섰다. 하지만 빙판길에서는 48.3m나 더 지나갔다고 한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겨울철 비나 눈이 오고 난 이후엔 블랙아이스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방어운전을 하며, 도로를 달려야 한다. 타이어와 브레이크도 늘 점검하는 것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다"고 조언했다.
대구·상주=김윤호·신혜연 기자
youknow@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