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로 유영하는 럭셔리 온천 vs 630년 묵은 전통 온천
백종현 2019. 11. 27. 01:00

우리나라에는 온천이 598개나 있다. 물 좋기로 이름난 고장도 도처에 널려 있다. 알칼리니 유황이니, 피부나 관절염에 효험이 있다느니, 지역과 이름은 달라도 따라붙는 설명은 대략 비슷하다. 그 가운데 경북 울진의 덕구온천과 부산 기장의 ‘워터하우스’는 단연 특별한 존재다. 덕구온천은 국내 유일의 자연 용출 온천이요, 워터하우스는 근래 들어선 가장 고급스러운 온천이다. 두 온천의 매력을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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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시대부터 터졌다
고려 시대부터 터졌다

덕구계곡은 워낙 후미진 심심산골이다. 온천리조트 초입에서 계곡으로 들면, 이내 휴대폰 신호가 멈춘다. 다행히 길은 쉽다. 온천수가 흐르는 파이프가 계곡을 따라 이어져 있다. 그 관만 따라가면 원탕이 나온다.
덕구계곡의 또 다른 재미. 금문교를 시작으로 세계 유명 다리를 본뜬 12개 다리와 여러 폭포를 잇따라 만난다. 다섯 번째 다리 크네이교에서 내려다보는 용소폭포의 경치가 유독 시원스럽다.

덕구온천의 역사는 길다. 고려 때 멧돼지 사냥꾼이 발견했다는 전설을 믿자면 630년을 훌쩍 넘긴다. 덕구온천에서 30년을 일한 남기호(74)씨는 “1970년대엔 온천공 주변에 대충 바위를 쌓아두고 몸을 지졌다. 이용료가 300원이었다”라고 말했다. 산 아래 온천장(지금의 덕구온천리조트)이 생긴 건 83년의 일이다.
원탕 옆에 작은 당집이 있다. 원탕이 마르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온천 직원들이 매달 한 번씩 산신께 제를 올린단다. 덕분인지 원탕에서는 요즘도 하루 평균 1800t의 온천수가 솟는다. 평균 온도 42.4도. “데우거나, 다른 물을 섞는 일 없이 용출된 그대로 온전히 온천에 공급한다”고 덕구온천리조트 원소월 부장은 설명한다. 덕구온천은 열 곳뿐인 국민보양온천 가운데 하나다. 수온(35도 이상)과 성분, 시설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여행정보=리조트에서 매일 오전 7시 계곡 트레킹 프로그램을 연다. 왕복 8㎞ 코스로, 2시간이 걸린다. 가이드가 무료 안내를 맡는다. 원탕에서 족욕을 하려면 수건이 필수다. 대온천장은 오전 6시~오후 10시, 스파 시설은 오전 10시~오후 7시 운영. 요금(스파 포함) 평일 어른 1만8000원, 어린이 1만2000원. 12월 20일부터 성수기 요금(어른 3만5000원, 어린이 2만6000원)을 받는다. 투숙객은 40%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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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 온천이 여기 있었네
미인 온천이 여기 있었네

아난티 코브 지하 2~4층에 자리한 워터하우스는 지하지만, 지하가 아니다. 해안으로부터 경사를 따라 비스듬한 자세로 온천이 들어앉아 있어서다. 온천에서는 바다나 산책로가 훤히 내려다보이는데, 해안에서는 담벼락 너머 세상이 보이지 않는다.
전통 온천과 차이는 확연하다. 보양보다 멋과 여유가 우선이다. 400명이 입장하면 출입을 막는다. 혼잡을 막기 위해서다. 수영복 차림으로 지하 3층 실내 온천에 들어가면 갤러리에 온 듯하다. 완만한 곡선형 벽에, 바다 쪽으로 통창이 나 있고, 동굴 같은 내부에 스파 시설이 숨어 있다.

젊은 커플과 가족 단위 손님도 간혹 보이지만,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여성이다. 지하 2층의 인피니티 온천 풀은 특히 여성이 많다. 대부분이 휴대폰을 쥐고 몸을 담근다. 인피니티 풀은 인근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에도 있지만, 워터하우스 쪽이 훨씬 바다와 가깝다. 몸을 담그면, 말 그대로 풀 수면이 수평선과 일치하는 것처럼 보인다. 당연히 사진이 잘 나온다. 보습력이 뛰어나 피부 미용에 효과가 있는 온천을 일본에선 ‘미인 온천’이라 부른다. 워터하우스는 다른 의미의 미인 온천이다. 온천수도 온천수지만, 그림 같은 풍경 덕에 인물이 산다.

울진·부산=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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