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의 예언 적중?.. "국민과의 대화 아닌 팬미팅 같았다"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관은 18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와 자신의 SNS 등을 통해 “기획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어떤 얘기를 담아내야 할지 무척 곤혹스러웠을 것”이라며 “구성을 생각하면 연출자로서 더욱 쉽지 않다. 무작위로 질문자를 선정하면 질문 수준에 이견이 있을 것이고, 참여 대상자를 직접 고르면 ‘짜고 했다’고 공격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나치게 개인적 질문이 나오거나 특정 질문자가 과도하게 시간을 끌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날 검찰개혁에 관해 묻는 한 시민은 자신이 수십 년 전 거리에서 만난 사회자 배철수씨에 대한 언급을 이어가거나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을 방해하는 세력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든가 “대통령을 보자마자 많이 늙으신 것 같아 눈물이 났다”는 등 지지성 발언을 이어가 결국 보조 진행자가 “다른 분을 위해 질문을 간단히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또 일용직 노동자의 어려움을 토로한 한 시민은 법률 용어 정의를 이야기하거나 자신의 민원 과정을 장시간 동안 설명하면서 정작 질문 내용은 말하지 않아 다른 참여자들로부터 “질문 좀 줄입시다”라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또 반면 여론의 관심이 높거나 문 대통령이 다소 난처할 수 있는 한·미 동맹 등 외교 문제에 대해선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진행자가 온라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질문하고 문 대통령의 일방적인 답변을 듣는 것으로 대체했다.
이날 온라인 뉴스 댓글과 유튜브 생방송 채팅창에는 “국민과의 대화가 아니라 팬미팅분위기 같다”, “지상파 오전 예능프로그램 보는 것 같다”는 등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반응도 나왔다.
현안에 대해 문 대통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무례하다’는 반응이 나왔던 KBS의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와 비교하면 긴장감이 떨어지고 맥빠진 대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번 KBS에서 진행한 대담 프로그램은 기자가 압축적으로 정제된 질문을 하고 추가 질의를 이어가다 보니 집중도가 높았다”며 “대통령이 100분이라는 시간을 낸 것을 참작하면 다소 아쉽게 소모됐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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