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낙연 당 복귀에 상반된 與 기류..이해찬 "난 원래 선거 전문"

하준호 2019. 11. 12.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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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의 여의도 복귀론은 이미 오랜 얘기다. 이 총리 스스로 공개된 자리에서 “여전히 제 심장은 정치인”(7월 14일), “눈치 없이 오래 머무르는 것도 흉할 것이고 그렇다고 제멋대로 해서 사달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10월 28일) 등의 발언을 해왔다. ‘조국 정국’이 한창이던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 수요가 많은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이낙연 역할론’이 커지는 듯도 했다.

그러던 이 총리의 당 컴백이 쉽지마는 않다는 얘기가 다시 나오면서 여권이 출렁이고 있다. 기존에 거론됐던 ‘청문회 리스크’ 외에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사석에서 “나는 선거 기획 전문가”라며 자신의 주도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이 총리의 복귀 행로에 변수가 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 복귀한다면 언제
민주당에서 이 총리의 당 복귀 가능성을 부정하는 이는 많지 않다. 차기 대선을 바라보는 이 총리 입장에서는 당에 다시 둥지를 틀고 몸을 풀 시간이 필요해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9월 말께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 총리 측에서 추석 전 당 복귀를 희망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출마 지역과 (21대 총선) 선거대책위원장직을 놓고 얘기가 오가다가 (8·9) 개각 대상에서 빠지면서 얘기가 들어갔다”고 했다.

이 총리의 ‘총선 전 복귀’를 점치는 쪽은 “이 총리가 총선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시각에는 이해찬 대표는 총선 공천과 인재영입 등 ‘안살림’을 책임지게 하고,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달리며 상대적으로 대중성이 더 높은 이 총리를 내세워야 총선 승리에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렸다. 이 총리가 최소한 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 유세를 주도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당에 오더라도 적절한 컴백 시점을 놓고 연내 복귀설, 내년 1월 복귀설 등이 엇갈린다. 익명을 원한 재선 의원은 “이 총리가 당 선대위가 발족하기 전인 12월 초에는 당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설훈(4선) 의원은 “공직자 사퇴 시한인 총선 90일 전(내년 1월 16일)까지는 당에 복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총리의 복귀 여부는 후임 총리 인선과도 맞물린 사안이다. 청문회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면 이 총리의 복귀 걸림돌도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어서다. 경제를 잘 알고 대야 관계가 좋은 정치인 출신이 중용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김진표(4선) 의원, 원혜영(5선) 의원 이름이 오르내리고 차기 총선 불출마 의사를 전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등도 거명된다.

지난해 6월 14일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해찬 당시 수석공동선대위원장. 오종택 기자


이해찬의 생각은
이 총리의 행보는 두 가지 변수와 얽혀 있다.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당이다. 문 대통령이 후임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며 이 총리를 놔줘야 하고, 이 총리를 향한 당의 러브콜이 공식화돼야 한다. 후임자 지명은 대통령의 인사에 관한 것이라 예측이 어렵지만, 문제는 당이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정부 인사들의 총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말에 “당이 원하고 본인이 동의하면 놓아드릴 생각”이라고 했다. 그런데 하루 뒤 윤호중 당 총선기획단장(사무총장)은 이 총리의 총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당에서 아직 요청을 안 했다. 지금 당장 대통령께서 인사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3선 의원은 “왜 ‘이해찬 간판’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하나. 지역구 선거는 당 대표의 얼굴로만 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당 지지율이 30%대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는 만큼 당이 이 총리의 높은 인기와 인지도를 절박하게 바랄 만한 위기 국면은 아니라는 상황 인식도 있다. 당 지지율을 깎아 먹었던 ‘조국 변수’도 어느 정도 매듭지어진 상황이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후임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조 전 장관의 경우와 유사하게 흘러가면 그만한 블랙홀도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지난해 8월 전당대회 때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재집권을 위한 총선 승리에 사활을 건 만큼 자신이 이번 총선을 끝까지 지휘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한다. 이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이 총리와 관련해 언급한 적은 없었지만, 최근 일부 의원과의 사석에서 “나를 정책통으로만 아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사실 선거 기획 전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를 전한 한 의원은 “본인의 주도 아래 선거를 치르겠다는 의지로 이해했다”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방안 논의를 위한 당정청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과거 선대위 체제는 어땠나
이 총리의 선대위원장 역할론이 나오면서 과거 민주당의 선대위 체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였던 2016년 총선을 빼고는 대체로 ‘공동선대위 체제’가 많았다. 이런 전례에 따라 이해찬·이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 권역별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로 수렴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기도 한다.

가장 최근 치른 전국단위 선거인 지난해 6·13 지방선거는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가운데 12명의 공동선대위원장이 함께 뛰었다. 지방선거 특성상 지역 단위별로 다수의 공동선대위원장이 위촉된 결과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도 한명숙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맡고, 당 최고위원·고문 등이 다수 특별·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힘을 보탰다.

2016년 20대 총선 때는 김종인 당시 비대위 대표가 단독 선대위원장으로 선거를 진두지휘했다. 공교롭게도 이해찬 대표는 19대 총선에서 당 특별선대위원장을,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수석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지만, 김종인 단독 체제였던 20대 때는 공천에서 컷오프돼 탈당 뒤 무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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