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최경환 수용된 그곳..오늘 밤에도 비상벨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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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새벽 교도소 문 앞, 두부는 없었다
이날 안양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하는 인원은 5명이다. 교도관들은 오전 4시 10분부터 수용자들이 자는 방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출소 대상자를 깨웠다. 복도 쪽으로 난 쇠창살 사이로 작게 이름을 부르자 정씨를 비롯한 출소 대상자들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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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000'의 현실 "사명감보단 절박한 심정"
그날그날의 출소 대상자를 깨워 교도소 정문까지 인도하는 건 교도관에게 매일 닥치는 일상이다. 이날 밤샘 근무를 한 간부급 교도관은 “수용자가 정문을 나서는 것을 볼 때마다 ‘이 사람이 다시 범죄를 안 저지를까’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든다”며 “동네 마트나 주점에서 안양교도소에 있다가 나간 사람들을 가끔씩 마주치기 때문에 교도관들은 거창한 사명감이 아닌 절박한 심정으로 교정·교화에 힘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틀 동안의 교도관 체험은 교정·교화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는 시간이었다. 이날 새벽 안양교도소에서 야간 근무를 하는 교도관의 수는 37명, 이곳의 수용자는 2000명에 달한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도 2000명 중 한명이다. 주간에는 더 많은 교도관이 근무하지만, 과밀수용으로 정원보다 가득 들어찬 수용자 숫자에 비하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마저도 초과 스케줄 근무를 하며 맞춘 숫자다. 지난달 기준 전국 교정시설의 수용률은 약 11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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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도 밝은 수용동선 두통약 주문
전날 밤부터 이날 아침까지 각 방에선 비상벨이 수차례 울렸다. 수용자동에 들어와 대기하고 있는 교도관을 부르는 소리다. 싸움이 났을까 싶어 부리나케 뛰어갔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머리가 아프니 두통약을 가져다 달라’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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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교도관 폭행·자살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만큼 오후 11시가 넘어서까지 책을 읽거나 편지를 쓰는 수용자들도 보였다. 함께 야간 순찰을 한 교도관이 “밤이 늦었으니까 얼른 자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그 이상의 제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교도관들의 설명이다. 한 교도관은 “조금이라도 폭언을 했다가 인권위원회 조사를 받는 교도관이 많다”며 “폭력 사태가 나도 무력으로 진압하려 했다가는 과잉진압이라는 말을 듣거나 징계를 받는 게 현실이다”고 털어놨다.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용자의 교도관 폭행은 2014년 49건에서 지난해 89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교정공무원의 자살 사례는 2건에서 8건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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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R 카드에 체크해 섬유유연제 등 구입
수용자 인권이 강조되면서 교도소 내 사소한 풍경들까지 바뀌었다. 기본적으로 구매 가능한 물품이 늘어 수용자들이 과자나 컵라면 같은 식품류를 살 수 있어 식사시간마다 배식 문제로 다투는 일이 줄었다. 23일 아침으로는 무말랭이무침과 김치, 야채죽이 나왔다. 따로 구입한 참기름과 간장, 조미김을 꺼내 밥과 함께 먹는 수용자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교도소의 담벼락 너머 일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10년 넘게 근무한 한 교도관은 "교도소 안도 하나의 사회다. 수용자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이들이 출소해서 자립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달 28일은 주·야간 교대로 일하는 교정 직원을 위한 법정기념일인 교정의 날이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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