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고가 아파트 누수에 곰팡이까지..해운대구 "보수 안하면 과태료 부과"

이은지 2019. 10. 2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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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입주 이후 누수와 곰팡이 등 하자
입주민 "대책 내놓아야" VS 건설사 "크랙 보수만"
해운대구 "보수 안하면 과태료 500만원 부과"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누수로 인해 벽면 곳곳에 곰팡이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 입주자대표위원회]
부산 해운대의 한 고가 아파트가 부실 시공돼 입주민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입주를 시작한 지난 1월부터 아파트 내 하자 문제가 발생했지만, 시공사인 두산건설이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아파트는 부산에서는 비교적 고가 아파트에 속한다.

관할 지자체인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2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지난 1월 입주하자마자 부실시공으로 입주민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집값 하락을 우려한 입주민이 내부적으로 해결하려 했지만, 두산건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자 구청에 민원을 넣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민원은 지난 9월 23일 태풍 ‘타파’가 부산을 통과한 직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 관계자는 “타파 이후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민원이 들어왔다”며 “결국 9월 25일 두산건설에 공문을 보내 다음 달 말까지 ‘조치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입주자대표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353세대 중 200여 가구 이상에 비와 태풍이 왔을 때 물이 새고 곰팡이가 피는 현상이 발생했다. 누수는 벽 주변뿐 아니라 거실 한복판과 방에도 물이 고이는 하자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두산건설은 두 차례 아파트를 찾아와 보수를 약속했지만, 기한을 넘긴 데다가 제대로 보수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입주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 아파트 입주민 임모(56)씨는“곰팡이 때문에 집안에 쿰쿰한 냄새가 나고 두통이 계속되고 있다”며 “환기를 자주 시켜도 냄새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입주자대표위원회는 누수가 외부 벽면 갈라짐 등 전체적인 구조 문제에서 기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입주자대표위원회 한 관계자는 “외부 벽면을 보면 갈라짐이 곳곳에 보이고, 그 틈을 타고 빗물이 내부로 들어오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시공사의 주장대로 단순히 섀시의 문제라면 안방과 욕조, 작은방 등 온 집안에 물이 뚝뚝 떨어지고, 곰팡이가 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누수가 발생하자 입주민이 물을 받기 위해 바닥에 그릇을 잔득 놓아뒀다. [사진 하태경 의원 SNS]
두산건설은 태풍과 섀시 탓으로 누수가 발생했을 뿐 구조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두산 건설은 창틀 물 빠짐 부위가 역류하거나 실리콘이 태풍에 찢어지며 누수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벽면과 천장, 거실 한복판 누수에 대해서는 물이 벽면을 따라 타고 들어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자 접수 70% 이상이 태풍 대파 때 발생한 것으로 기상의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입주자대표위원회는 지난 24일 두산건설 관계자와 만나 대책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입주자대표위원회 한 관계자는 “두산건설은 크랙 보수 방안만 제시했다”며 “입주민들은 누수와 곰팡이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주에 다시 만나 입장 조율을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입주민은 현재 세대별로 국토부 하자 분쟁 조정위원회에 신고를 접수하고 있다. 손해배상 문제도 이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두산건설이 하자 보수를 제대로 하지 않더라도 구청에서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과태료 500만원 부과밖에 없다”며 “결국 입주민과 시공사가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 다툼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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