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안나온 지도부 책임론..반란 좌절된 모래알 민주당 초선
예고된 봉기는 없었다. 25일 오후에 있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이야기다. 의원총회를 앞두고 민주당 내에선 조응천 의원을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이 ‘조국 사태’ 수습과 관련해 지도부 쇄신론 또는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후보자 지명(8월 9일)부터 사퇴(10월 14일)까지 두 달여 간의 논란 끝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했지만 시정연설(22일)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당 지도부조차 책임과 성찰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 초선들 사이에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이철희·표창원 의원 등의 불출마 선언이 이어진 데다 이해찬 대표가 러시아 방문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여서 자유로운 발언이 가능할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조 의원이 주변 여러 의원에게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익명 원한 초선 의원)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이날 의원총회에서 지도부 책임론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의원총회 막바지에 마이크를 잡은 조 의원은 "검찰개혁과 공수처를 조국의 레거시(legacyㆍ유산)로 연결시켜 조국을 계속 소환하는 게 우리에게 유리할 것이 없다. 민생 문제에 집중하고 검찰개혁은 남은 절차에 따라 가면 되지 않느냐"는 취지의 제안을 남기는 선에서 발언을 끝냈다고 한다. 초선들은 왜 봉기하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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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지지자들에 대한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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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 초선
처음 국회를 경험한 초선들의 복잡한 심사가 집단적 분노나 불만으로 표출되기보다는 개인적 좌절과 포기로 이어지는 게 민주당 분위기다. 수도권 지역의 한 초선의원은 “의미 있는 흐름을 만드는 방향으로 의기투합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면서도 “‘초선 불출마’ 행렬이 오히려 쇄신론 확산을 차단하는 효과를 낳는 거 같아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재선 도전 의사를 밝힌 사람 중에 조 전 장관 사퇴 이후에도 지도부와 공개적으로 맞서는 사람은 금태섭 의원뿐이다. 지도부는 ‘조국 사태’로 인한 수세 국면 전환용으로 ‘공수처법 우선 처리’를 들고 나왔지만 금 의원은 지난 21일에도 보수단체가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고위공직자만을 대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 두 가지를 모두 가진 기관이 세계 어느 국가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조응천·박용진 의원도 공수처법의 문제점에 대해 금 의원과 교감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개적 문제 제기에 나서진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20대 초선들이 유독 모래알 같다”(핵심 당직자)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지역에서 고락을 같이하던 부산·경남 의원들끼리, ‘더벤져스’라는 별칭이 붙었던 문재인 당 대표 시절 영입 인사들끼리, 비문 초선들 몇몇끼리는 종종 어울리지만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만한 초선 그룹은 형성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더벤져스’의 일원으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워낙 개성들이 강해서인지 우리끼리도 잘 뭉쳐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엔 지도부에 불만을 가진 10여명이 모임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그러나 이 모임의 구성원으로 알려진 한 초선 의원은 “몇몇이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던 자리가 확대 해석된 것”이라며 “총의를 모아서 집단행동을 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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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한 중진들
임장혁·하준호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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