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윤 총경 아내, 해경만 가던 해외공관에 경찰 최초 파견
윤 총경 아내 육경 최초로 파견
野 "파견 과정 특혜 의혹 밝혀야"
윤 총경 아내, 경찰 최초로 주말레이시아 대사관 파견
주말레이시아 대사관의 경찰 주재관 자리는 2007년 신설됐다. 말레이시아는 믈라카(말라카)해협이 위치한 곳으로 세계적인 해상 요충지다. 인도양과 태평양을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무역항로인 믈라카해협은 예로부터 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중요한 지역으로 꼽혔다. 연안에는 페낭·말라카·싱가포르·팔렘방 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항구가 많이 발달해 있다.
중동에서 우리나라로 향하는 원유 대부분도 믈라카해협을 통과한다. 전 세계 해양 물류의 약 25%와 원유 수송량의 70%가 이곳을 지나기 때문에 인근의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말레이시아 대사관의 경찰 주재관 자리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모두 해경 소속 경찰이 파견됐다. 말레이시아는 국제해사국 해적신고센터를 보유하고 있고, 인접국 싱가포르엔 아시아 16개국이 공동 운영하는 해적정보공유센터가 있어 국적선 해적피해 발생 시 효과적인 국제협력을 위해 해경 해외주재관이 꼭 필요했던 곳으로 꼽혀왔다.
경찰 파견에 해경 불만 팽배
김 경정의 파견이 이례적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해외 주재관 공고문에 첨부된 '직무수행요건명세서'에도 잘 드러난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2010년 직무 명세서엔 '주요 수행 업무'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항목(40%)으로 "믈라카해협에서의 국적선 항행 안전 확보(해적 대응)"를 꼽았다. 재외국민 보호 활동(30%)과 민원업무 처리(30%)가 뒤를 이었다. 다음번 파견이 이뤄진 2014년 직무 명세서에도 믈라카해협 통항 국적선 보호(35%), 재외국민 보호(30%), 국제 형사사법공조 지원(25%), 교민 및 교민단체 지원(10%) 순으로 업무 중요도가 책정됐다.
하지만 김 경정이 지원한 2017년 직무 명세서엔 그간 비중이 작던 재외국민 보호(40%)가 가장 중요한 업무로 꼽혔고 이어 믈라카해협 통항 국적선 보호(25%), 교민 및 교민단체 지원(25%), 국제 형사사법공조 지원(10%) 순으로 중요도가 책정됐다. 해당 직무의 '필요지식 및 기술' 항목엔 "해양, 선박, 해운 및 국제해양법 등 해양분야 전문지식 및 해상경험"을 명시했다.
野 "윤 총경 아내 파견 과정 조사해야"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김 경정이 말레이시아에 부임한 두 달 뒤 문재인 대통령이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신(新)남방정책'을 발표했다"며 "청와대에 근무하던 윤 총경이 관련 정보를 사전 입수해 아내 파견 과정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남방정책은 동남아시아 주요국과 한국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강(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으로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동남아 국가로 이주한 문 대통령 딸의 가족을 김 경정이 현지에서 지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주 의원은 "말레이시아 인접 국가로 이주한 문 대통령 딸 가족을 김 경정이 관리해왔다면 해외 주재관 본연의 임무를 벗어난 것"이라며 "파견 과정에서 윤 총경이나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현지에서 실제 어떤 업무를 담당했는지 관계 당국의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윤 총경은 문재인 정부 출범 한 달 뒤인 2017년 6월 초·중순 청와대에 파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며칠 뒤 외교부 장관 명의로 주말레이시아 대사관을 포함한 해외 주재관 모집 공고가 게시됐다.
외교부는 김 경정 파견에 대해 "'재외공관 주재관 임용령'에 따라 공고와 서류심사, 면접심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며 "면접심사에서 평정점수를 합산한 총점이 가장 높은 자가 주재관 임용후보자로 선발됐다. 추천이나 외부의 요청에 의한 채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해외 주재관 한 명을 보내는 데 청와대가 관여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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