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②] 곽경택 감독 "재수없는 충무로 이방인, 꿋꿋이 20년 버텼죠"

조연경·박정선 2019. 10. 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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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조연경·박정선]
부산에서 함께 한 '아침 해장술'이다. 곽경택 감독(53)이기에 가능한 타임라인이다. "역사적인 모닝 취중토크"라는 말에 곽경택 감독은 "원래 오전에 에너지가 가장 샘솟는 법이다"며 "기왕 왔는데 한 잔 하자!"고 첫 술을 뜨기도 전 소주부터 시원하게 들이켰다.

부산을 대표하는 '부산 출신' 곽경택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 부산영상위원회가 막 출범한 시기였던 1997년 영화 '억수탕'으로 데뷔해 영화 산업의 궤적을 함께 하며 상부상조에 일조했다. 곽경택 감독의 역작 '친구'(2001) 역시 부산을 배경으로 흥행에 대성공한 작품으로 여전히 1순위에 꼽힌다.

'챔피언'(2002) '똥개'(2003) '태풍'(2005) '사랑'(2007) '눈에는 눈 이에는 이'(2008) '통증'(2011) '친구2'(2013) '극비수사'(2015) '희생부활자'(2017) 그리고 최근작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2019)까지 곽경택 감독은 연출력 뛰어난 감독임과 동시에 장르의 경계없이 매 작품마다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이 시대 대표 '스토리텔러'다.

20여 년간 숱한 풍파를 겪으면서 오뚝이처럼 살아난 곽경택 감독이기에 아쉬움 속 조용히 막을 내린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역시 홀가분하게 떠나 보냈다. 곽 감독은 "개봉 일주일이 딱 됐을 때, 부산에 내려오기 3일 전 마음 정리를 끝냈다. 다음 작품을 더 긴장감 있게 하라는 신호로 받아 들였다"며 속시원한 반응을 내비쳤다.

뉴욕 대학교 영화연출 전공자로 '유학파' 출신이었던 곽경택 감독은, 충무로 입성 당시 정통파가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방인' 꼬리표를 달고 무수한 전쟁을 치러야만 했다. 때론 억울했고, 때론 답답하기도 했지만 20년이 지난 현재 버젓이 살아남은 승리자는 곽경택 감독이 됐다. 르네상스 시기와 침체기를 모두 경험한 한국 영화 역사의 산증인이다.

때론 예측 불가능한 흥행 수치에 의아함을 느끼고, 때론 완성도 떨어지는 국내 영화들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할 때도 있지만 한국 영화와 관객을 애정하는 마음은 한결같다. 결과에 승복할 줄 알고, 변화를 배척하기보다 받아들이는 유연함은 곽경택 감독의 과거가 존경받고, 다음이 늘 궁금한 이유다. 그리고 지금 준비하고 있는 '다음'은 또 다른 '곽경택의 세계'를 마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편에 이어...

-흥행 맛을 본 영화계 올드 멤버들의 의기투합이라 주목받기도 했죠. "강우석 감독님이 최근 '영화를 더 이상 안 하겠다'고 선언 하셨어요. 사실 전 초창기 충무로에서 좋은 부모 만나 미국 유학 갔다 온, 싸가지 없는 이방인이었어요. 학연·지연·혈연 하나없이. 심지어 방송 밥 먹으며 성장한 눈엣가시였죠.(웃음) 근데 강 감독님은 충무로 정통파 영화인이잖아요. 정통파는 결국 정통성이니까요. 그래서 감독님의 결정이 되게 씁쓸했어요. 정태원 사장도 된 소리 많이 듣지만 개성있는 필름메이커예요. '이런 사람들이 살아 남아야 하는데' 생각이 들죠."

-변화가 필요하다해도 정통성이 사라지는건 분명 아쉬워요. "대기업에서 하지 않는, 하지 말라고 하는 '엣지'를 이들은 잡을 수도 있거든요. 작품의 성공 여부를 떠나 '빠른 변화 속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요. 산업 자체의 다운도 심하고, OTT(Over The Top·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도 많이 들어오는 시기잖아요. '1년에 몇 편의 영화는 만들어져야 한다'는 기준점이 있는데 그 아래로 내려가면 산업적으로 힘들죠. 편집실도 살아 남아야 하고, 돌아가야 하는 시스템들이 있으니까요. 굉장히 고민스럽긴 해요."

-뾰족한 방법이 있을까요. "하나 믿는건 한류. 일본이나 다른 나라는 갖고 있는 않는 우리만의 강점이에요. 지금은 정치적으로 일본·중국 시장이 워낙 막혀서 그렇지, 좀 더 아래로 내려가거나 서쪽으로 가서 고민해 보면 찬스가 있을지도 모르죠."

-넷플릭스도 무시할 수 없고요. "최근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을 마음 속으로 정리하고 고민하면서 아이템을 하나 결정했어요. '내가 연출한다, 안 한다'를 떠나 제작사에서 원래는 영화로 만들려 했던 아이템을 OTT로 변화 시키기로 했죠. 구체적으로 정리된건 없어 자세하게 언급할 단계는 아니지만, 영화적으로 모든 상상을 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직접 연출은 왜 고민하고 있나요. "보통 미드도 네임밸류 있는 감독들이 앞에 붙어 1, 2회 정도까지 맡고 후배 감독들이 바통을 받아요. 그런 방식을 도전해 볼까 생각 중이에요."

-공동 각본을 쓴 '암수살인'은 스토리로 정통성과 신선함을 다 잡은 작품이에요. 다양한 부문에서 수상도 많이 했고요. "그런 작품이 앞으로도 준비돼야 할 거에요. 액션은 아무리 해도 미국 못 따라가요. 판타지·SF도 마찬가지고요. 결국 무기는 드라마인데, 쉴새없이 몰아치는 드라마적인 구성으로 탄탄한 이야기를 준비하지 않으면 뭐든 힘들거라 생각해요."

-후배 김태균 감독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어요. "제가 시상식에 일체 안 간 이유이기도 해요. 일부러 안 갔죠. 김태균 감독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하고 싶었어요.(웃음)"

-후배 감독들을 입봉시키는 감독들도 많아졌죠. 책임감도 있나요. "류승완 감독 밑에 있었든, 윤제균 감독 밑에 있었든 계파들은 있기 마련이고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요. 난 성실한 사람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요. '근면하면 밥은 먹는다'는 옛 말도 있잖아요.(웃음) 최근 GV를 하나 했는데 '감독님에게 영화란 한 마디로 뭔가요?'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밥이요'라고 답했죠. 하하. '내가 맛있게 먹을 수도 있고, 내가 맛있게 해 드릴 수도 있고. 영화는 주식(主食)이지 귀걸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요."

-가장 기본적인 것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설명해줄 때도 있죠. "사실 천재들은 많이 없어요. 제임스 카메론 정도면 모를까. 우리나라는 그 심한 경쟁에 비하면 잘 나가봐야 수재 정도죠. 천재과는 못 살아 남는 시스템이기도 하고요. 그럼 같은 선상에서 '성실한데 재능까지 보이는 사람이면 해볼만 하다' 싶은거죠. 난 그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감독님은 평정심을 잘 지키고 있다 생각하나요. "지키는 척 하고 있죠.(웃음) 엔터쪽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면 갑자기 확 올랐다가 또 떨어져요. 위험하죠. 우울증이 오고요. 평정심을 갖고 버티기가 힘든 판인건 맞아요. 질 낮은 사람, 팔자 센 사람, 인간 군상도 다앙하고요."

-강골이어서 장점일 수도 있지만 시대에 맞추는 유연성도 필요할 것 같아요. "우리나라처럼 변화가 심한 나라는 뛰어야 걷는 거예요. 걸으면 서 있는 것이고, 서 있으면 밀리죠. 뛰어야 정상 스피드라는 소리예요. 얼마나 벅차고 힘들겠어요."

-'한국사람들은 나태지옥엔 안 갈 것이다'는 말도 있죠. "하하하. 그거 되게 재미있는 말이네요. 그럼 다들 '술 지옥'에서 만나려나?(웃음)"
-데뷔부터 스타감독으로 주목 받았어요. 정통성을 따지는 충무로 분위기에 외로움을 느끼지는 않았나요." "두번째 영화가 나왔을 때, 제작사 대표님과 당시 충무로 넘버원 누군가와 사이가 안 좋았어요. 언론시사회 날, 전 그 때까지도 신인의 마음이었기 때문에 '이런 이런 이야기들을 해야겠다'고 계속 생각하면서 무대에 올라갔는데 기자님들이 한 분도 안 계셨어요. 알고보니 넘버원이 '다 철수해' 했던거죠. 그땐 그게 통하는 시대였어요."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네요. "데뷔작인 '억수탕' 때도 현상소에 갔는데 작업을 못해준다는 거예요. '어디서 이상한 놈이 와서는 충무로 허락도 안 받고 영화 찍었다'는 소문이 쫙 돌고 있었어요. 당시엔 현상소가 한 군데 밖에 없었거든요. '그래도 사람이 무릎꿇고 사정을 하면, 아무리 내가 미워도 좀 봐주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일단 갔죠. 앉아 있는데 현상소 관리인이 나오더니 내가 누구인지 묻지도 않고 '야, '억수탕 왔냐?' 하는 거에요. '네?' 했더니 '그거 무조건 안 된다고 해라' 하면서 가버리더라고요."

-말만 들어도 답답해요. "어이가 없어서 '왜요!'라고 따졌더니 그제서야 '너 누군데!' 묻더라고요. ''억수탕' 감독이요!!'라고 되받아치니까 당황하면서 결국 그낭 갔어요. 그들 입장에서는 이상한 놈이 충무로 룰을 깬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룰이라는게 한번 깨지면 되돌리기 힘들잖아요. 기득권이라 하는 그들은 그걸 지키고 싶었던거죠. 놓치기 싫으니까."

-전쟁터에서 살아 남았네요. "카메라도 대여, 조명도 대여를 받아야 했는데 당연히 못 받았죠.(웃음) 마침 제이콤이라고 고(故) 김종학 감독님이 차렸던 제작사에 카메라가 한 대 있어 그걸 겨우 빌렸어요. 그 때 제가 31살, 촬영기사가 26살이었는데 패기로 덤볐던 것 같아요."

-현상소 공략도 성공했나요. "해주긴 해줬는데 필름을 떡을 만들어 놔서…. 진짜 다 던져버리고 싶었어요.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나네요.(웃음) '난 이쪽과 일할 일은 없겠다. 근데 계속 이러면 발전할 수도 없다'는 마음이었어요. 근데 내가 생각해도 우리나라는 발전할 것 같아요. '당신들이 도태될 것이다. 두고봐라' 했어요. 결과는 뭐. 하하."

>>[취중토크③] 에서 계속

조연경·박정선 기자 사진=박세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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