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장수 브랜드] ⑦ BYC "메리야스의 숨은 뜻은?"
백양표로 한국 의류 산업의 역사
85 ·90·95·100..사이즈 분류 도입
연 235만장 팔리는 흰색 기본 런닝
유통환경 변화 속 새로운 도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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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장수 브랜드] ⑦ BYC 메리야스
![1958년 탄생해 아직도 연간 230만장 이상 팔리는 런닝셔츠. [사진 BY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11/04/joongang/20191104203532517pytj.jpg)
어쩌다 한국에선 양말이 속옷을 뜻하게 되었을까. 전세계 어딜 가도 없는 독특한 명칭 뒤엔 국내 속옷 기업의 맏이, BYC가 있다. 창업주인 한영대 회장은 BYC의 모태 한흥 메리야스 공장을 1946년에 세웠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지나오면서 물자 수급 등 경제 전반으로 피폐해져 있었고 생필품은 턱없이 부족했다.
한 회장은 당시 양말 직조 기계의 몸통을 크게 개조해 내의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큰 편물을 짤 기계를 들일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양말 기계에서 만든 속옷이라는 의미에서 메리야스라고 통칭한 것으로 추정된다. 왜 하필 스페인어였는지 남아있는 기록은 없다. BYC 관계자는 “니트(Knit) 양말용 편직기였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는 것은 알려졌지만 현재로는 자세한 사정을 알 수가 없다”며 “편직기가 스페인산이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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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넘은 흰색 런닝셔츠, 여전히 스테디셀러
한국인의 의류 문화에 BYC의 기여도는 다양하다. 우선 속옷 사이즈를 처음으로 세분화한 공이 있다. 50년대 후반까지 속옷은 ‘대인용’과 ‘소아용’으로만 나뉘어 생산했다. 속옷에 몸을 맞추는 지경이었다. 문제점을 느낀 당시 한흥은 국민의 가슴둘레 사이즈를 조사해 성인용 제품 사이즈를 85ㆍ90ㆍ95ㆍ100cm의 4단계로 나누어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4단계 사이즈는 60년대 초 메리야스 내의 규격화 때 그대로 적용됐다. 이후 커진 국민 체격을 반영해 105ㆍ110cm 등 대형 사이즈가 추가됐다. 이 사이즈 체계는 현재까지 국내 패션업계에서 널리 쓰인다.
![1980년대 백양 전주 공장에서 직원이 백물(흰색 속옷) 봉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BY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11/04/joongang/20191104203534789lxjc.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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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유통 환경, 새로운 도전
현재는 대부분의 토종 의류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유통 산업 변화로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1975년 상장 이후 적자를 낸 적은 없지만, 성장은 눈에 띄게 둔화했다. 지난해 간신히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예전엔 동네마다 백양 메리야스 대리점이 있었지만, 이젠 다 사라져 수도권에선 쉽게 볼 수 없다. 여기에 해외 SPA 브랜드 공세와 속옷 직구 열풍, 해외 여행 자유화 등의 영향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잃었다.
![BYC가 73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한정판 복고풍 양말. 뉴트로 감성을 입혀 온라인에서 완판됐다.[사진 BY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11/04/joongang/20191104203535942fens.jpg)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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