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에 집 짓고 오래 살면 등기 권리 생긴다고?
[더,오래] 정세형의 무전무죄(21)
!['취득시효'는 물건 또는 권리를 점유하는 사실 상태가 일정기간 계속되는 경우, 실제 관리자 또는 소유자가 누구인지에 관계없이 권리 취득의 효과가 생기게 하는 제도이다. [사진 pixabay]](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10/05/joongang/20191005080108076btft.jpg)
어떤 사람이 자기 땅에 건물을 지어 오랫동안 지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건물 일부가 다른 사람 땅을 침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때 건물주는 침범한 부분을 허물어야 할까.
법률용어 중에 취득시효가 있다. 취득시효란 물건 또는 권리를 점유하는 사실 상태가 일정 기간 계속되는 경우 실제 권리자 또는 소유자가 누구인지에 관계없이 권리취득의 효과가 생기게 하는 제도다. 소멸시효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하는 제도지만, 취득시효는 권리를 취득하는 제도다. 부동산에는 점유취득시효와 등기부취득시효가 있는데, 이번 글에서는 점유취득시효에 대해 알아본다.
민법에서는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점유취득시효가 적용되려면 부동산을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점유하여야 한다. [중앙포토]](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10/05/joongang/20191005080109273dtsn.jpg)
1. 우선, 20년 동안 점유하여야 한다.
취득시효가 완성되기 위해 점유는 20년 동안 계속돼야 한다. 점유자가 바뀌면서 점유가 승계되는 경우에는 점유자가 자신의 점유만을 주장하거나 전 점유자의 점유를 합산해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면 점유개시의 기산점은 언제일까. 시효취득의 대상인 부동산의 등기부상 소유 명의자가 변동 없이 동일한 경우에는 시효취득자가 임의로 그 기산점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하지만 부동산의 소유명의자가 변동된 경우는 다르다. 이때는 원칙적으로 점유 개시 시점이 기산점이 되고, 당사자가 기산점을 임의로 선택할 수는 없다.
취득시효가 완성된 이후 다른 사람이 먼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버리면 그 사람에게는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다. 만일 기산점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으면 일부러 기산점을 늦춰 다른 사람이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이후 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할 수 있어 다른 사람의 법적 지위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2. 소유의 의사로 점유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소유의 의사로 하는 점유란 무엇일까. 이를 법률용어로 ‘자주점유’라고 한다. 자주점유는 소유자와 동일한 지배를 하려는 의사로 하는 점유를 의미한다. 소유권을 갖고 있거나 소유권이 있다고 믿고 하는 점유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점유하는 사람이 소유 의사가 있었다고만 하면 모두 자주점유가 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대법원은 점유자의 의사가 아니라 외형적·객관적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을 매수한 사람이 하는 점유는 자주점유지만 임차인이 하는 점유는 자주점유라고 볼 수 없다.
![점유취득시효 인정을 위해서는 평온, 공연한 점유여야 하며,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야 소유권을 취득한다. [중앙포토]](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10/05/joongang/20191005080110467fkke.jpg)
3.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평온, 공연한 점유여야 한다.
평온한 점유는 점유자가 그 점유를 취득 또는 보유하는데 법률상 용인할 수 없는 강폭 행위를 쓰지 않은 점유다. 공연한 점유는 다른 사람 몰래 하는 점유가 아닌 점유를 말한다.
따라서 그 점유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자로부터 이의를 받은 사실이 있거나 점유물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만으로 점유의 평온, 공연성이 상실된다고 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4. 소유권 취득하려면 등기까지 마쳐야 한다.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했다 하더라도 등기를 하기 전에는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할 수 없다.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야 소유권을 취득한다.
이때 누구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해야 할까. 등기청구의 상대방은 시효 완성 당시의 소유자다. 하지만 앞에서 설명했듯이 취득시효가 완성된 이후에 부동산이 다른 사람에게 양도돼 그 사람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먼저 해 버리면, 점유자는 그 사람에게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다.
소유자의 입장에서 점유취득시효는 ‘눈뜨고 코 베이는’ 제도라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일정한 상태가 지속됐는데 한참 지나서야 제자리로 돌리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고, 더 큰 피해가 생길 수도 있다. 법에서 점유취득시효 제도를 두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점유취득시효는 주로 토지와 연관된 경우가 많다. 토지 그 자체로는 경계 등을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동산, 특히 토지를 상속이나 매매 등에 의해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라면 우선 경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 다음에 생길지도 모르는 분쟁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정세형 큐렉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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