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표적기 깜빡 잊고 北과 합의, 최대 대공사격장 올스톱
이근평 2019. 10. 2. 05:01
지난해 9ㆍ19 남북군사합의 체결로 군 최대 규모의 대공사격장 훈련이 전면 중단됐다. 9ㆍ19 군사합의의 비행금지구역 규정에 따라 표적기를 띄울 수 없게 돼서다.
군 당국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강원 고성군 육군 마차진사격장의 대공사격 훈련은 지난해 10월을 끝으로 전면 중단됐다. 군 관계자는 “마차진 사격장은 국내 최대 규모 대공사격장”이라며 “훈련 중단 전에는 한 해 30개 이상 부대가 비호와 발칸 등 대공포 사격훈련을 해왔다”고 말했다. 2015년(13만8456발), 2016년(13만3128발), 2017년(13만8768발), 2018년(14만4348발)으로 연평균 13만8674발꼴이다.
9ㆍ19 군사합의가 체결될 때만 해도 군 내부에선 마차진 사격장의 대공사격이 중단될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9ㆍ19 군사합의는 군사분계선(MDL) 5㎞ 이내 포사격을 금지하고 있는데, 마차진 사격장은 MDL로부터 11.5㎞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대공사격 때 필수적으로 띄우는 표적기가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표적기가 무인기로 해석될 경우 이곳에서 표적기를 띄우는 행위 자체가 9ㆍ19 군사합의 위반에 해당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다. 9ㆍ19 군사합의는 MDL 기준 무인기 비행금지구역을 동부 15㎞, 서부 10㎞로 명시했다. 결국 군 내부 토의를 거쳐 표적기가 무인기에 해당된다고 보고 해당 금지조항이 발효되는 11월 1일부터 마차진 사격장에서의 훈련을 중단키로 했다. 군 소식통은 “당시 회의에서 갑론을박이 있었다”며 “일단 비행금지구역을 보수적으로 해석하자는 데 힘이 실렸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대체 훈련장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아 훈련 실적 역시 예년에 비해 크게 떨어지게 됐다. 국내 군대공사격장인 다락대(육군)ㆍ칠포(해병)ㆍ대천(공군)ㆍ안흥(국방과학연구원)사격장을 대체 후보지로 올려놨지만 이들 사격장에서도 기존 예정된 훈련이 실시돼야 한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올해 남은 기간 사격훈련을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며 “마차진 사격장은 향후 9ㆍ19 군사합의 범위 내에서 가용할 수 있는 화기 사격훈련장으로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 내부에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훈련을 늘리려면 대체 사격장 주변 주민들의 반발을 고려해 협의를 거쳐야 한다. 주민들을 무시한 채 군이 무작정 훈련을 늘리기도 곤란하다는 얘기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중앙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