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덕의 북극비사]구한말, 조선 여인은 왜 북극바다 섬까지 흘러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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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북극의 조선 여인
한반도에는 봄꽃이 피기 시작하는 지난 4월초. 러시아 사하공화국(야쿠치아)의 수도 야쿠츠크는 지난 겨울 영하 40도까지 떨어졌다. 이제 매서운 한겨울은 뒤로 했지만, 필자가 동토의 짙은 향기를 느끼는 데는 영하 15도의 온도와 꽁꽁 얼어붙은 레나강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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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닮은 사하공화국 사람들
사하공화국의 사람들은 우리와 많이 닮았다. 이 곳 사람들은 스스로 바이칼호에서 왔으며 우리 한민족과는 1300여년 전 해동성국이라 불린 ‘발해’를 같이 건국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러시아 북극 원주민이 주축이 된 노던포럼의 안드레이 이사코프씨는 이것이 한반도와 북극권을 처음으로 이어준 인연이라고 설명한다. 이 곳에서 만나는 또 다른 인연, 조선 여인의 이야기가 사하공화국에 남아 있다.
1932년 저술된 『황금의 땅 북극에서 산 30년』(Thirty Years in the Golden North)에 나오는 내용이다. 책의 저자이자 주인공 얀 벨츨은 체코인이다. 이 책은 황금의 땅을 찾아 북극권 땅 사하공화국의 북쪽 끝 북위 75도의 섬지역인 노바야시비리까지 갔다가 에스키모 족장까지 됐던 벨츨의 30년 삶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이 소설에는 예상치 못한 우리네 여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한글 번역본은 2010년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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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섬 조선여인과 같이 생활한 체코인
웰츨은 자신이 입양한 에스키모(이누이트) 여자아이를 기르는 7년 동안 ‘한국(Korean)’ 여인과 같이 생활을 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고, 그 여인은 태평양에서 여름철에 북극해로 넘어오는 정어리를 잡기 위해 일본ㆍ중국ㆍ한국에서 온 배를 타고 와서 그곳에 정착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가 흰 비단띠로 머리를 단정히 묶어 주었고 웰츨은 그것으로 인해 섬의 원주민들에게 더욱 존경을 받게 되었다고 적고 있다.
그의 책 속에는 일본과 중국을 분명히 ‘코리아(Korea)’와 분리하여 설명하고 있고 ‘흰 머리띠’를 강조해서 설명한 것으로 보아 우리의 모습이 분명해 보인다. 그가 조선 여인에 대한 설명 바로 뒤에 1909년의 이야기를 서술한 것으로 보아 조선 여인을 만난 것은 그 이전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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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이상 길어지는 한국과 북극해의 역사 공유
만약 웰츨의 기억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와 북극해 간의 역사는 거의 80년 이상 길어지고, 북극해의 수산업에 대한 이해도 상당히 달라지게 된다. 정어리가 태평양과 북극해 사이를 이동한다는 것도 지금의 과학적인 증거와 맞지 않는 내용이지만, 그의 설명은 너무나 명확하고 확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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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북극항로가 살려낼 노바야시비리섬
20세기 들어 긴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노바야시비리는 금단의 땅이 되었고, 군사적 활동만 간간이 있는 머나먼 땅이 되었다고 한다. 이제 북극항로가 이 곳을 다시 지나면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인의 북극 인연을 러시아 땅 끝까지 가져간 여인의 흔적이 언젠가 다시 우리의 손에 꼭 들어오길 바란다.
북위 77도까지 이어져 북극해를 마주하고 있는 사하공화국은 한반도 면적의 15배에 이르는 면적을 가지고 있으며, 겨울철 최고 영하 71도까지 떨어진 기록이 있는 지구상에서 사람이 사는 곳 중 가장 추운 곳이다. 이곳에는 우리와 얼굴은 물론, 풍습까지 닮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곳이 러시아의 다이아몬드 생산의 90%, 세계 부존량의 25%가 묻혀 있다고 알려져 있고, 북극해와 시베리아 내륙을 연결하는 물류거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시베리아의 전설에 따르면 신이 지구의 보물이 든 가방을 가지고 사하공화국 위를 날아가다 극심한 추위에 그만 손이 얼어버려 가방에 든 보물을 다 떨어뜨려 버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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