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죽인 '수상한 구멍'..60대 농부는 왜 제초제 넣었나
A씨는 지난 7월 중순 영양군 한 국도변에 식재된 가로수 4그루를 제초제 성분의 농약을 이용해 고사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고사한 가로수는 35년생 은행나무 4그루로, 높이는 6~7m다. 김영묵 영양군 산림녹지과장은 "관내 국도변을 돌아보는 중 고사한 가로수를 봤고, 해당 마을을 중심으로 탐문을 시작하니, A씨가 자수를 해왔다"고 했다.
영양군 조사결과, 고사한 은행나무가 있는 국도변에 5900여㎡의 논을 가진 A씨는 벼농사를 지을 때 나무들이 해를 가리는 게 싫었다. 또 나무뿌리가 논바닥에 있는 영양분을 빨아들이는 것에 화가 났다. A씨는 제초제 성분의 농약을 가져다가 나무 주변에 뿌렸다. 또 전동 드릴로 나무 밑 부분에 직경 1㎝, 깊이 3㎝ 정도로 각각 3~4개의 구멍을 냈다. 그러곤 농약을 이들 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이렇게 가로수를 고사시키는 행위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 지난 6월에도 한차례 있었다. 강원도 원주시 한 사거리에서 고사한 수령 20년 이상 된 왕벚나무들이 발견됐다. 원주시가 “나무를 고사시킨 범인을 잡아달라”며 원주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가 자수했다. 그는 “나무가 식당 간판을 가려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7월엔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대전시 동구 대청호 일대 가로수 3그루가 죽은 채 발견된 적도 있다. 나무에선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해당 지자체는 당시 농약을 뿌린 범인을 찾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나무 주변에 목격자를 찾는 현수막도 설치했다.
고사한 가로수는 높이 15m, 뿌리 지름이 50㎝에 이르는 느티나무였다. 나무 주변엔 대청호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인근에는 상가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해당 지자체 측은 “느티나무가 전망대 주변에 그늘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토양 중화제와 수액 등을 공급해 살려보려고 했지만, 결국 고사를 막진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영양=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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