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없는 비닐하우스, 곰팡이 가득한 단칸방..이 아이가 사는 집
농촌 아동, 놀이터·도서관 없이 고립
단칸방에 네 식구 함께 자는 도시 아동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주거권 활동

A씨의 딸(15)은 가족 외에 다른 사람과는 말을 하지 않았다. A씨는 “아홉살 때 친구들에게 이런 집에 산다고 놀림을 당한 뒤 그렇게 됐다”고 했다. 자녀는 1시간마다 다니는 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닌다. 돈이 없을 때는 9km 거리를 걸어온 적도 있다고 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아들(18)은 “집에 인터넷이 안 되는 게 제일 불편하다”며 “저녁엔 동생과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 서울 남부지역 지자체의 한 달동네 주택 단칸방. 이곳엔 시각장애인 여성 B씨(41)와 지적장애가 있는 세 딸 등 네 식구가 함께 살고 있다. 작은 방엔 창문이 없어 환기하려면 현관문을 열어야 했다. 오래된 에어컨이 있지만, 전기요금 걱정에 틀지 않아 방 안은 후덥지근했다. 모기·바퀴벌레도 많았다. B씨는 남편의 폭력때문에 세 딸과 함께 여러 해 동안 진주·파주 등의 쉼터를 떠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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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빈곤 아동, 호흡기 질환 많고 분노·우울감 높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2017년부터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아동 주거 빈곤실태를 연구하며 아동 주거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빈곤 상태에 놓인 상당수 아이는 육체적인 건강 문제뿐 아니라 우울감·분노·과잉행동 등 심리적 문제도 안고 있다고 한다.
주거 빈곤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집을 고치거나 월세와 보증금 등 주거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초록우산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총 아동 5975명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월세, 보증금 등으로 85억원을 지원해왔다. 이보다 장기적인 대안은 아이를 키우는 저소득층이 공공임대 주택에 더 쉽게 입주하게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난 3월 경기도는 주거기본조례에 아동 주거빈곤 개념을 새로 도입해, 주택 개조 사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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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지역엔 개별화된 지원 필요
하지만 아동 주거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제는 많다. 어린이재단과 함께 이 주제를 연구 중인 서울사이버대학교 임세희 교수는 “공공임대 주택 같은 정부의 아파트 건설 정책으론 농촌 문제까지 해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평생 농사만 지어 온 이들에게 생계 조건, 인식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아파트 이주를 권해도 소용없는 경우가 많다. 월세를 부담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인 경제 활동을 못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북부아동옹호센터 전성호 소장도 “농촌 주거 빈곤은 지자체가 나서 빈집을 사 리모델링해 지원하는 등 개별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농촌형 주거 빈곤 아동은 소득·주거·지역 빈곤이라는 삼중고를 겪는데, 그 수가 적어 더더욱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린다”며 “면밀한 실태 조사를 통해 문화 시설과 셔틀버스를 도입하는 등 촘촘한 복지 서비스가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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