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수상하다..속초에 나타난 갈치 떼
강원도 속초에선 제주, 부산 등 남해 난류 바다에 서식하는 갈치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그보다 더 위쪽인 고성에선 대표적 열대어종인 청새치가 잡혔다. 경기도에선 최근 모기를 수집해 조사했더니 기온이 상승할수록 말라리아 매개 모기가 급증한 것이 확인됐다. 한반도가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12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0년 아열대 기후 지역은 남한 경지 면적의 10.1%에서 2060년 26.6%, 2080년에는 62.3%로 늘어나 한반도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권에 속할 전망이다. 미국의 지리학자 글렌 트레와다는 월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인 달이 8개월을 넘으면 아열대 기후라고 정의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제주와 남부 지역은 11월에도 평균기온이 10도를 넘어서며 8개월 기준을 넘어 이미 아열대 기후에 속한다.
◇동해가 수상하다…속초에 나타난 갈치 떼
강원도 속초시에서 32년째 낚시점을 운영 중인 공호진(60)씨는 최근 동해 어족자원의 변화를 “바다가 미쳤다”고 한 마디로 표현했다.
12일 공씨와 낚시인들에 따르면 지난 6일 동해안으로 태풍 프란시스코가 빠져나간 이후 청호동 방파제를 중심으로 갈치 떼가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최근 속초 앞바다에서 잡히는 갈치는 길이 40㎝ 이하의 어린 갈치다. 낚시인들은 방파제에서 루어낚시로 갈치를 잡고 있으며 1인당 30~40마리씩 잡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류성 어종으로 제주도와 남해, 서해 등 온대 또는 아열대 해역에서 주로 서식하는 갈치가 강원도 동해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씨는 “30여 년 동안 낚시점을 운영하면서 동해안에 갈치가 나타난 것을 처음 봤다”며 “최근에는 동해안에서 볼 수 없었던 난류성 어종인 벵에돔과 돌돔까지 모습을 드러내는 등 동해바다가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전강호(64) 외옹치항 어촌계장은 “지금까지 어업에 종사해 왔지만 동해안에서 갈치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수온이 따뜻해지면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자리돔 등 다양한 물고기들이 종종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수 온도 상승을 동해안 어족자원 변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51년간 동해 연평균 표층수온은 1.43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세계 평균 상승 온도 0.49도에 비해 2.8배 가량 높은 것이다. 또한 남해 1.03도, 서해 1.23도와 비교해도 높다.
수온 상승은 동해안 해양생태계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동해 연안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2017년 동해안에서 방어가 3240t 잡힌 데 이어 지난해는 4994t이 어획되는 등 증가추세에 있다. 따뜻한 남쪽 바다에서 주로 잡히는 참다랑어도 동해안에서 대량으로 어획되고 있다.
올해 고성 가진항 앞바다 등에 설치된 정치망에 잡힌 참다랑어의 어획량은 13t에 이른다. 지난 11일에는 동해안 최북단 고성 앞바다에선 청새치 한 마리가 어망에 잡히기도 했다. 청새치는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의 열대 및 온대 해역에 주로 서식한다.
강원도환동해본부 관계자는 “최근 수온 상승과 난류성 어종의 먹이대가 형성되면서 난류성 어종인 태평양 참다랑어 등 강원도 연안으로 회유하는 어군이 급증하고 있다”며 “해양 환경변화에 변화하는 어획 어종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난류성 어종에 대한 소득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날씨 더울수록 말라리아 매개 모기 증가
기온이 상승할수록 여름철 불청객 ‘말라리아 매개 모기’의 개체 수가 증가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말라리아 매개 모기 감시를 위해 파주, 김포 등 경기도 내 7개 시군을 대상으로 올해 4~7월 말까지 모기밀도를 조사·분석한 결과, 채집된 모기 중 얼룩날개모기류의 비율이 지난해와 비교해 15% 증가했다.
얼룩날개모기류는 말라리아를 매개하는 모기 중 하나로, 지난해 채집된 얼룩날개모기류는 전체 1만 1844개체 중 2726개체(23%)였으나, 올해는 전체 1만7715개체 중 6769개체(38%)가 채집됐다.
연구원이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채집된 모기를 분석한 결과, 얼룩날개모기류는 초여름인 6월 중순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7월 중순에 정점을 이루고 서서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평균 최저기온이 1도 올라가면 28.3~38.3마리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상승에 따른 매개 모기의 증가와 말라리아 환자 수 역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7개 시·군 지역 내 매개 모기에 의해 말라리아에 감염된 환자 1057건을 분석한 결과, 월별로 7월(24.9%), 6월(21.3%), 8월(21.1%), 9월(11.4%), 5월(11.0%) 순으로 많아 기온이 높아지는 시기에 환자 수도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말라리아 증상이 시작되면 초기에는 권태감, 서서히 상승하는 발열이 수일간 지속하며, 이후 오한, 발열, 땀 흘림 후 해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두통이나 구역, 설사 등을 동반할 수 있다.
윤미혜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장은 “여름 휴가철, 말라리아 위험지역에 거주하거나 이들 지역 방문 시 모기에 물리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모기 기피제 및 모기장 등을 적절히 사용하고, 특히 모기가 흡혈하는 시간대인 저녁부터 새벽까지 외출을 자제하거나 외출 시 긴 옷을 착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속초=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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