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동성애 처벌 '호모포비아'"..조국이 바라본 '과잉범죄'들은

이경원 허경구 구승은 기자 입력 2019. 8. 11. 16:10 수정 2019. 8. 1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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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사회참여를 강조한 학자답게 한국 사회의 논쟁적이고 민감한 주제들에 대해 활발하게 견해를 피력해 왔다. 특히 진보적인 형법 전문가로서 군대 내 동성애, 낙태, 성매매, 정치권력자 풍자행위 등이 과도하게 처벌받고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소수자의 평등권,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에 속하는 행위를 국가가 처벌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조 후보자가 ‘과잉범죄화’를 주장한 사안 중 일부는 시간이 흘러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과 함께 실제로 더 이상 범죄가 아니게 됐다. 다만 여전히 논쟁적으로 남은 사안도 다수다. 검찰개혁 방안으로 추진돼온 검·경 수사권 조정도 정답을 찾는 과정에 있다.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는 그의 과거 연구와 주장이 한국 사회에서 보편타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지, 그의 삶에 비춰 모순된 부분은 없는지 등이 쟁점의 한 축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조 후보자는 군대 내 동성애를 처벌하는 조항인 옛 군형법 제92조5(현 제92조6)를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와 ‘이성애주의’의 산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11일 조 후보자의 2011년 논문인 ‘군형법 제92조의5 계간 그 밖의 추행죄 비판’을 보면 그는 “동성애 병사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부대관리훈령’이 의미를 가지려면 군형법 제92조의5의 폐지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인 간 동성애를 일률적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침해한다” “합의에 기초해 비공개적으로 이뤄지는 동성애가 군기나 전투력을 저하시킨다고 판단하긴 어렵다”고도 했다.

동성애자의 군복무를 허용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의 군대에서 군기와 전투력이 약화됐다는 분석은 없다는 것이 조 후보자의 근거였다. 그는 “폭행·협박을 사용한 군인 간의 동성애가 범죄로 의율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합의된 동성애까지 국가가 처벌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군인 간 동성애가 군인으로서의 직무를 유기하면서 이뤄진다면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행정·형사적 제재를 가하면 되고, 빈번한 동성애가 집단 생활을 저해한다면 행정징계나 현역복무 부적합 심사를 통해 전역시키면 된다는 논리였다. 이 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해당 군형법 조항은 헌재의 3차례 심판 결과 여전히 합헌인 상태다.

하지만 조 후보자가 주장한 대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범죄도 있다. 낙태죄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조 후보자는 2013년 ‘낙태 비범죄화론’ 논문을 통해 “종교가 죄악으로 규정하고 금지하는 것 모두를 형법이 범죄로 규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는 논리를 폈다. 태아의 생명은 사람의 생명과 달리 ‘비교형량할 수 있는 법익’이라는 주장이었다. 이후 헌재는 지난 4월 낙태죄 처벌 조항이 위헌적이라고 보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조 후보자는 서구 그리스·로마 시대나 전근대 한국 사회에서 낙태는 범죄가 아니었지만, 기독교가 국교로 자리잡은 중세 서구 이후부터 교회법에 따라 낙태가 살인과 동일하게 취급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낙태는 절대 금지돼야 한다는 종교 교리를 그대로 형법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정교분리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낙태를 강력하게 금지하는 남미 국가와 낙태를 비범죄화한 서구 국가 중 후자에서 인명이 더 경시되고 성도덕이 더 문란한지 단언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 논문에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의 선행연구를 싣기도 했다. “모친의 희망에 반하는 출산은 모친에게도 자식에게도 똑같이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모친의 자기결정권은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는 대목을 인용한 것이다. 또 “나 역시 낙태의 경험이 있고 나 역시 그때 어렸다”는 공지영 작가의 고백을 논문에 썼다. 결국 태아의 생명 존중이라는 종교적·철학적 원칙도 중요하지만 여성의 삶에 대한 존중도 필요하다는 게 조 후보자의 논지였다.

조 후보자는 2015년 ‘정치권력자 대상 풍자·조롱행위의 과잉범죄화 비판’ 논문에서는 ‘백설공주 박근혜 포스터 사건’ ‘G20 포스터 쥐 그림 그래피티’ 사건을 거론하며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전·현직 대통령을 풍자·조롱하는 낙서, 그림, 포스터, 유인물 등을 작성·부착·배포하는 행위가 재판에 넘겨지던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이상과 표현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은 최대한 억제돼야 하며, 범죄화에 앞서 형법의 보충성과 최후수단성이라는 원칙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정치권력자 풍자행위를 기소한 일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함은 물론 국가형벌권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비판했다. 사건들에 따라 경범죄처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지만 경찰서장이 훈방조치를 내렸어야 하고, 경찰이 기소 의견을 내더라도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했어야 한다는 시각이었다. 그는 이 논문에서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 등은 살아서건 죽어서건 풍자와 조롱을 감수해야 할 공인 중의 공인”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단순 성매매’를 처벌하지 말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2003년 ‘성매매에 대한 시각과 법적 대책’에서 “단순 성매매 행위자 쌍방을 ‘범죄인’으로 규정한다면 여성주의와 민주주의 형사법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단순 성매매까지 처벌하면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지는 부작용이 있으며, 성매매 근절을 위해 더욱 중요한 것은 다양한 비형사적 조치라는 주장이었다.

조 후보자는 2008년엔 ‘사형폐지 소론’ 논문으로 “적어도 형법학계에서는 사형폐지론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사형제를 없애자는 편에 섰다. 검찰개혁을 강조하는 그는 2005년 ‘현 시기 검찰 ·경찰 수사권조정의 원칙과 방향’ 논문에서는 “검사의 수사종결권과 수사지휘권은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경찰이 검사의 수사지휘에서 완전 해방된 채 수사종결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경찰국가화’의 위험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검찰과 함께 경찰 개혁도 중요하게 본 것이다.

이경원 허경구 구승은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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