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활동가 "일본이 국제법 위반..강제징용, ILO 협약 어긴 것"

윤설영 2019. 8. 1. 05: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신일본제철 배상판결 야노 히데키 사무국장
"2013년 이후 기업 태도 돌변..아베 정권 압력 때문"
"신일본제철, 화해 사례 있어.. 직원들 위로금 전달"
"가시 뽑아주진 않고 말로만 좋아질 것..통하지 않아"
20년 넘게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강제징용 피해배상 소송을 이끌어온 야노 히데키 사무국장이 3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강제연행·기업 책임추궁 재판 전국 네트워크'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20년 넘게 신일본제철(현 일본제철)을 상대로 강제징용 피해 배상 소송을 이끌어온 야노 히데키(矢野秀喜) ‘강제연행·기업 책임추궁 재판 전국 네트워크’ 사무국장은 3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수출규제 조치의 본질은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2013년까지 피해자들과 화해할 용의가 있었던 기업들이 갑자기 돌변한 데에는 아베 정권의 압력이 있었다”면서 “사태를 이렇게까지 키운 가장 근본적 원인은 아베 정권의 대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 중 강제노동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이다. 국제법 위반은 오히려 일본 정부가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의 본질은 무엇인가
A :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보는 게 맞다. WTO 협정 위반을 우려해서 입장을 번복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도 실은 굉장히 곤란해 하고있다. 다만 정부에 대해 잘못이라고 말을 못할 뿐이다. 일본 언론들도 수출규제 조치는 비판하면서 강제징용 판결엔 반대하는 모순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Q : 수출규제 조치가 적절했다는 의견이 생각보다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A : 작년 10월 30일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아베 정권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게 국내에선 효과가 있었다. “대법원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다. 문재인 정부는 반일정권이다”라는 논리가 꽤 통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 제재도 어쩔 수 없다는 흐름이 생겨버렸다.

Q : 신일본제철은 1997년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화해한 사례가 있다
A : 유족 11명이 유골반환과 미불임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일으켰다. 당시 신일본제철은 유골을 찾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위로금으로 1인당 200만엔(약2100만원)을 지급하고, 유족들을 초청해 위령제도 지냈다. 신일본제철 직원들도 참석하는 등 성의를 보였기 때문에 원고들도 납득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한국 대법원의 손해배상 판결 이행을 촉구하는 협의 요청서를 전달하기 위해 신일철주금 본사를 방문한 야노 히데키 사무국장(왼쪽) [연합뉴스]

Q : 그런데 작년 대법원 판결 이후 피고기업들은 원고와 아예 만나지 않고 있다
A : 신일본제철은 화해 경험도 있고 2013년 주주총회에선 판결을 따르겠다고까지 했었다. 그런데 이후 태도가 갑자기 바뀌었다. 아베 정권이 뒤에서 ‘판결에 따르지 말라’고 압력을 준 거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신일본제철 같은 글로벌 기업은 지역의 법률, 국제적 규범에 따라 행동하는게 기본이다. 판결이 나오면 따르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Q : 아베 총리는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A : 대체 아베 총리가 말하는 국제법 위반이 무엇인가. 일본이 전쟁 중에 벌인 강제동원이야말로 국제법 위반이다. 국제노동기구(ILO) 전문가위원회가 1999년 29호 협약 위반이라고 이미 지적했다. ILO는 일본 정부에 무려 8번이나 ‘피해자가 납득할 만한 해결을 하라’고 권고해왔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일본이 따르지 않고 방치해왔다.

Q : 사태가 이렇게 악화된 원인은 무엇인가
A : 피해자들이 원했던 건 대법원 판결이 아니다. 피해 구제이고 권리 회복이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손대고 싶지 않았다면, 2012년 이후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에 피해자들과 화해를 했어야 했다. 기본적으로 기업과 개인사이의 분쟁이다. 공권력이 관여하면 안된다. 아베 정권이 국제법 위반이라면서 문제를 크게 키웠다. 2012년 이후 아베 정부의 대응이 이런 사태를 부른 근본적 원인이다.
20년 넘게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강제징용 피해배상 소송을 이끌어온 야노 히데키 사무국장이 3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Q : 강제징용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A : 2004년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에 신고된 노무동원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례가 약 14만8000명이다. 당시엔 한국 정부가 배상을 했지만, 이제는 최소한 일본 정부와 일본 기업이 일정의 위자료를 지불해야 한다. 74년이나 지나서 너무 늦기는 했지만 어떻게든 배상을 해야 한다.

Q : 일본 정부가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A : 1995년 무라야마 담화에서 “국가정책을 그르쳐…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특히 아시아 제국 여러분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고 사과했다. ‘다대한 손해와 고통’이 바로 강제노동 피해자다. 이제는 머리를 숙여야 할 때다. 아베 총리는 가시에 찔렸는데 빼주지는 않고 ‘아픔은 곧 없어질 것’이라고 말만 하고 있다. 그런 건 통하지 않는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