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설정 '레드 슈즈', 이 부분은 살짝 아쉽다
[오마이뉴스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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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레드 슈즈>의 한 장면 |
| ⓒ (주)NEW |
요정 공주의 저주로 일곱 난쟁이가 되어버린 일곱 왕자에, 마법 구두를 신고 모습이 바뀐 공주라니... <백설 공주>와 <빨간 구두> 등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동화 속 이야기들디 변주됐다. 최근 개봉한 애니메이션 <레드 슈즈>는 그 설정만으로도 궁금증을 자극한다.
캐릭터만 보면 '디즈니인가?' 싶은 <레드 슈즈>는 클로이 모레츠, 샘 클라플린 등이 목소리 연기를 맡아 더욱 눈길을 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라푼젤> <겨울 왕국> 등의 캐릭터를 만드는데 참여한 김상진 디자이너와 이 이야기로 2010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홍성호 감독이 힘을 모아 만든 '토종' 애니메이션이다.
스토리 공모대전 대상 작품답게 이야기의 시작이 신선하다. 동화 속 캐릭터들이 모여사는 동화의 섬 '페어리테일 아일랜드'에는 마법에 빠진 공주를 구하는데 앞장 선 일곱 왕자들이 있다. 마법의 멀린부터 힘의 아더, 패션니스타 잭, 프라이팬이 무기인 셰프 한스, 그리고 무엇이든 뚝딱뚝탁 천재 발명가 삼형제 피노, 노키, 키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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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레드 슈즈>의 한 장면 |
| ⓒ (주)NE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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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레드 슈즈>의 한 장면 |
| ⓒ (주)NEW |
일곱 왕자는 당연히 아름다운 공주를 찾아나섰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들의 집에 아름다운 공주가 나타났다. 바로 <백설공주> 속 '스노우 화이트' 공주인데, 그에게도 일곱 왕자들처럼 사연이 있다.
앞서 <백설공주> 속 이야기처럼 왕국에 나타난 아름다운 마녀에게 '혼'이 나가버린 공주의 아버지가 실종됐다. 왕국의 사람들은 사라져버렸고 공주는 겨우 도망을 쳤다. 그런데 여기서 왕국을 빼앗긴 스노우 화이트 공주는 <백설공주> 속 '세상에서 제일 예쁜' 인물이 아니다. 사라진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몰래 궁에 들어온 공주는 때마침 나무에 열린 레드 슈즈를 목격한다. 그녀는 기존 동화 속 공주처럼 독이든 사과를 먹고 정신을 잃는 대신 레드 슈즈를 신고 늘씬하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자신을 공격하는 마녀를 피해 도망을 치다 도착한 곳이 바로 일곱 남쟁이, 아니 일곱 왕자들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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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레드 슈즈>의 한 장면 |
| ⓒ (주)NEW |
<레드 슈즈>의 주제 의식은 선명하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과 진짜 아름다움에 대한 질문이다. 그리고 이걸 풀기 위해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 속 이야기들을 변주한다.
아름다운 공주인 줄 알고 마법에 걸린 요정을 구하려던 '자칭 아이돌급' 왕자들은 자신들이 구한 게 공주가 아니라 요정이란 사실에 실망하는 순간 마법에 걸리고 만다. 그리고 다시 '아름다운 공주'를 찾아 헤매는데, 그들은 여전히 '아이돌급'이었던 자신들의 인기, 그 바탕이었던 잘생김, 힘셈, 멋짐의 '자부심', 더 나아가 '자뻑'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며 자신들 앞에 나타난 아름다운 공주의 마음을 얻고자 고심한다.
반면 성문을 밧줄 하나로 거뜬히 넘나 들었던 튼튼하고 우람한 공주는 레드 슈즈를 신고 아름다운 공주로 변신한 후, '아름다움'이 자신을 보호하는 방패가 될 수 있음에 매료되어 간다. 일곱 왕자들은 그녀의 미모만으로 무전취식 등 모든 걸 허용할 뿐만 아니라 그녀가 자신이 공주임을 밝히자 서로 앞다투어 마음을 얻으려 애쓴다. 아버지를 찾고자 들른 마을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그녀의 미모에 홀려 모든 걸 용인하고자 한다. 그렇게 그 새로운 아름다움에 빠져들수록, '레드 슈즈'는 그녀의 발에서 더욱 더 벗겨지지 않는다. <빨간 구두> 원작 이야기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보이는 아름다움은 이내 위기를 가져온다.
결국 영화는 보이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있는 용감함과 그것을 담보해 낼 수 있는 건강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걸 스스로 선택하는 스노우 화이트 공주의 주체적이고 주도적인 캐릭터를 부각시키고자 한다. 잘록한 허리, 높은 굽의 레드 슈즈에 현혹되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낼 수 있는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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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레드 슈즈>의 한 장면 |
| ⓒ (주)NEW |
하지만 기발한 변주와 신선한 캐릭터의 구성에도 불구하고, 정작 영화가 진행되면 아쉬움이 피어난다. 무엇보다 목숨을 걸고 괴물 용에 맞서 요정 공주를 구할 만큼 용감했던 일곱 왕자들이 스노우 화이트 공주의 사랑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모습은 다소 지질해 보이기까지 한다. 심지어 그들은 마법사 멀린, 아더 왕, 잭과 콩나무의 잭, 한스와 그레텔의 한스 등으로부터 비롯된 캐릭터라는데, 겉으로 봤을 땐 그저 철들지 않은 '자뻑남'일 뿐이다. 아무리 모든 게 가능한 동화의 나라라고 하지만, 얼굴에 팩을 붙이고 미모 어쩌고 하는 잭 왕자가 등장할 즈음엔 한숨이 나온다.
주인공 왕자 캐릭터들만 그런 것도 아니다. 공주를 파티에 초대하기 위해 병력까지 동원해 일곱 난쟁이의 집을 공격하는 에버리지 왕자의 모습은 어느 개그 프로그램의 등장 인물같다. 자신을 찾아온 마녀의 한 마디에 가볍게 넘어가 공주를 향해 무모한 전투를 벌이는 에버리지 왕자는 기발한 상상력과 잘 변주된 캐릭터들의 서사를 '유치'하게 만들어 버리고 만다. 심지어 마녀의 마법 한 번에 나무 괴물로 변해버린 왕자와 신하들이라니...
여성 캐릭터가 건강하고 주체적으로 설정된 데 반해 남성 캐릭터들은 단선적으로 표현돼 결국 영화 전체 구성을 엉성하게 만든다.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와 각자 자신들의 딜레마를 극복해가는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는 갈등을 위한 갈등, 위기를 위한 위기를 겪어내며 결국은 역발상의 로코로 귀결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야심만만하게 포진시켰던 일곱 왕자 캐릭터들은 주인공 멀린을 제외하고는 소모적인 인물들이 되고 만다.
디즈니의 유려한 애니메이션이 아이들은 물론 성인들을 매료시키며 많은 관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기발한 설정과 신선한 캐릭터로 잘 다듬어진 <레드 슈즈>가 조금 더 진지하게 접근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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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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