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우리 동네, 우리 학교의 문제는 뭘까' 머리 맞댄 청소년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청 다목적실. 토요일 아침부터 중·고교 학생 25명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한목소리로 “나는 체인지메이커가 되고자 합니다”라고 외쳤어요. 청소년들의 체인지메이커 운동을 촉진하는 비영리단체 유쓰망고(YouthMango)와 종로구청자원봉사센터가 함께 진행하는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프로그램 첫날 모습입니다. 종로구 관내의 중1~고1 청소년 참가자 26명 중 25명이 모였고, 임세은 유쓰망고 부대표가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그는 자신을 ‘세은커’라고 불러달라고 했죠. ‘체인지메이커’의 ‘커’를 이름에 붙인 건데요. 참가자들도 서로를 ‘~커’로 부르기로 했어요.
먼저,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간단한 게임으로 시작했죠. 다 같이 큰 원으로 서서 ‘박수 도미노’에 도전했어요. “돌아가며 차례로 한 명씩 박수를 쳐서 한 바퀴를 도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나요?” “20초요.” “25초요.” 세은커는 “시간을 단축시키려면 옆 친구의 손에 집중하고 서로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어요. “시작!” 짝, 짝, 짝… 25개의 박수 소리가 이어졌어요.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빠른 6초를 기록했죠. 세은커는 “체인지메이커에겐 협력적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어요.
“체인지메이커란 무슨 뜻일까요. 직역하면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이죠. 하지만 ‘내 삶의 주인’ ‘민주시민’으로 해석할 수도 있어요. 누구나 체인지메이커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체인지메이커로서 가져야 할 자질 중에 ‘정체성’을 강조하고 싶어요. ‘나는 체인지메이커다. 나는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되새기는 거죠. 우리 지역, 우리 공동체가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수 있도록 뭘 해야 하는지 앞으로 함께 고민해봐요.”
6개 조로 나뉘어 둘러앉은 참가자들에게 세은커는 EBS ‘지식채널e’에 소개된 ‘빌게이츠에게 연락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5분 남짓한 영상을 보여줬어요. 2019년 현재 청소년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영상인데요.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전하는 미디어를 만든 18살 지아드 아흐메드, 전 세계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운동’을 촉발시킨 16살 그레타 툰베리, 전국 특성화고 졸업생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정식 노조를 설립한 19살 이은아, 제네바 UN 본부로 찾아가 한국의 스쿨미투를 알린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등이 소개됐어요. 영상을 본 뒤 참가자들은 큰 도화지에 ㄱ부터 ㅎ까지 14개 자음을 적고, 각 자음으로 시작하는 ‘십대들의 특징’을 써보기로 했죠.

세은커는 청소년만의 시각과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어요. “어른들의 목소리를 흉내 낼 필요는 없습니다. 청소년이 주목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청소년의 시각과 감수성으로 고민해 보세요. 처음부터 아이디어를 가져오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정해진 아이디어에 갇혀 창의적인 해결책을 생각해내기 어렵거든요. ‘문제’를 발견하고 충분히 공감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청소년의 눈으로 지역 공동체를 살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해요.”

“우리는 질문을 만드는 일에 익숙하지 않아요. 어렵게 느껴지죠. 하지만 여기엔 정답도 공식도 없습니다. 똑같은 문제 상황을 놓고도 모두 다른 질문을 내기도 해요. 우리가 주목하는 이슈로부터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답을 채워가는 여정, 그게 체인지메이커가 가는 길이에요.”
글·사진=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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