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경의 옐로하우스 悲歌]<24>"갈비뼈 부러져도 계속" 사라진 대구 자갈마당의 아픈 기억


이곳에서도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5월 아파트 886세대, 오피스텔 256호 등을 짓는 주상복합 신축 사업이 승인돼 지난달 4일 ‘60호집’을 시작으로 철거에 들어갔다. 시행사인 도원개발에 따르면 지난 11일 현재 철거가 40% 정도 진행됐다. 이달 말까지 철거를 마칠 계획이지만 성매매 업소 업주 5~6명과 이주비 협의를 마치지 못해 갈등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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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지하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방
건물은 대부분 층이 낮았다. 가정집을 개조한 건물도 있었다. 신박 대표는 “일본식 2층 유곽을 그대로 두고 타일 등을 덧씌우거나 증축한 건물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몇몇 건물 안에 들어가 봤다. 들어서자마자 퀴퀴한 냄새가 풍겼다. 한낮이었지만 내부가 어두워 손전등이 필요했다. 건물들은 마치 미로 같았다. 층마다 계단과 복도가 이어져 현재 있는 곳이 몇 층인지 알기 어려웠다. 벽을 부수거나 옥상을 연결해 서로 다른 건물끼리 통하기도 했다.

옐로하우스 여성 B씨(53)는 1980년대 중·후반 자갈마당에서 일했다. 그에게 이날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당시는 환경이 훨씬 열악했다고 했다. “골목 골목이 눈앞에 선했는데 사진을 보니 오히려 낯설어요. 많이 변했네요. 제가 있을 때는 방을 꾸미거나 스티커를 붙이는 이런 게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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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마당 명품 브랜드 ‘키티’”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에요. 이건 사람이 아니라 정말 동물 취급받으니까, 사람이 할 짓이 아니지. 이건 정말 인간과 인간의 대함이 아니라 인간이 짐승을 대하는 것 같아요. ‘너는 내가 샀으니까’ 하는 식의 취급을 받으니까 정말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거죠.”
신박 대표는 “성매매 여성들은 매번 전투를 치르듯 일한다”며 “한 여성은 흥분한 남성이 짓눌러 갈비뼈가 부러졌는데도 이 남성을 다시 상대하는 것이 힘겨워 그 순간을 참았다고 한다. 극단적 선택을 4번이나 시도한 여성은 이유를 묻자 '그 순간에는 쉴 수 있어서'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은 “여기 있으나 저기 있으나 지역마다 똑같다.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다. 그게 제일 꿈이다. 이런 일 안 하고. 근데 할 줄 아는 게 없거든”이라고 토로했다.

“그냥 공원으로 놔두지 뭐, 옛 추억을 생각하면서.”
“뭐가 들어서면 가보겠지. 근데 지금도 안 가고 싶은데…그래도 가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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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가고 싶은데…가보겠죠”
옐로하우스 여성 B씨 역시 “그때 조명이 분홍색이었는데 마음이 어두워서 그랬는지 자갈마당 하면 회색이 떠오른다”면서도 “워낙 어린 나이에 있던 곳이라 그런지 철거된다니까 친정집이 헐리는 것 같아 복잡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아픈 기억의 공간이지만 살면서 느낀 유일한 삶의 터전 같은 공간이기 때문인지 잊기 어려운 듯했다.
신박 대표는 “전체 성매매 시장에서 집결지는 일부에 불과하지만 성매매만 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대표성이 있다”며 “그래서 더는 여성이 유입되지 않게 전국적으로 폐쇄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과정에서 업주에게 버림받고 악에 받친 여성들이 마지막 자존심을 내세워 자활 지원금을 안 받겠다고도 하지만, 지자체는 반드시 이들의 사정을 듣고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시는 ‘대구시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활 지원 조례’에 따라 2017년 7월부터 2년 동안 자갈마당 종사 여성 110여 명 가운데 80여 명에게 주거지, 생활비 등을 지원했다. 상담을 마친 여성은 103명이다. 사업비는 12억원 정도 들었다. 앞으로도 탈성매매를 전제로 자갈마당 출신 여성이 자활을 원한다면 모두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대구시가 이런 성과를 낸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의 집창촌 속칭 ‘옐로하우스’. 1962년 생겨난 이곳에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으로 업소 철거가 진행되는 가운데 성매매 업소 여성 등 30여명은 갈 곳이 없다며 버티고 있다. 불상사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벼랑 끝에 선 여성들이 마음속 깊이 담아뒀던 그들만의 얘기를 꺼냈다. ‘옐로하우스 비가(悲歌·elegy)’에서 그 목소리를 들어보고 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25회에 계속>
◇수정:7월13일 오후 7시
애초 기사에는 '일제강점기인 1906년 만들어진'이라고 보도했지만, 확인 결과 시기적 오류가 있어 '일제강점기 이전인 1906년경 만들어진'으로 수정했습니다.
※‘옐로하우스 비가’ 1~23회를 보시려면 아래 배너를 클릭해 주세요. 클릭이 안 될 시 https://news.joins.com/Issue/11161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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