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스토리]2020년, 대한민국에 '맞춤형 화장품' 시대가 열린다

서지영 2019. 7.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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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서지영]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오후 안산 스마트제조혁신센터에서 개인 맞춤형 화장품 생산 시연을 지켜보면서 화장품에 필요한 향을 직접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국내 뷰티 업계가 지각변동을 앞두고 있다.

소비자 개인의 피부 타입과 유형·취향에 따라 화장품을 만들고 판매할 수 있는 맞춤형 화장품 제도가 내년 상반기에 시행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정교하고 품질이 뛰어난 맞춤형 화장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면 K뷰티의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성장성에 뜻을 같이 하면서도, 원료와 품질 관리 및 맞춤형 화장품을 만드는 조제 관리사의 관리와 자격 등이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우려한다.

'차고 넘치는 화장품'…맞춤형 화장품은 왜 하나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지난 3월 화장품법 일부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2020년 3월부터 맞춤형 화장품 제도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맞춤형 화장품이란 개인의 피부 상태와 선호도에 따라 화장품 매장에서 다른 화장품의 내용물이나 식약처장이 정하는 원료를 추가하거나 혼합해서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를 위해 식약처는 맞춤형 화장품의 혼합이나 소분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조제 관리사를 도입하고 이를 위한 자격 시험을 마련한다. 또 판매장 시설과 안전관리 기준 등의 방안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도 화장품 산업이 활발한 곳으로 손꼽힌다. 샤넬·조르지오 아르마니 등 글로벌 명품이 한국을 테스트 베드로 삼고 신제품이나 단독 상품을 출시한다. 제조자개발생산(ODM)과 주문자위탁생산(OEM)사가 번성하면서 화장품 제조는 물론 판매까지 번성한다. 한국 아이돌 스타와 드라마 등이 글로벌 무대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K뷰티도 전성기를 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인기는 ODM·OEM사에서 찍어 낸 비슷한 컨셉트의 상품이 늘어나면서 한국 화장품의 '상향평준화'로 연결된 것이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K뷰티가 전성기를 넘어 과열 경쟁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등록 화장품 제조·판매업체 수는 1만1834곳에 달한다. 5년 전 829곳보다 10배가량 늘었다. 하지만 한때 K뷰티 인기를 이끌었던 브랜드숍은 갈수록 폐업률이 늘어나는 추세다. 1세대 로드 숍 중 하나인 스킨푸드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다.

식약처는 맞춤형 화장품을 K뷰티의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또 다른 탈출구로 본다. 개인의 피부타입·특성 등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맞춤형 화장품으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IT 등 첨단기술과 융합해 다양한 관련 기업의 기술력이 향상되고, 미개척 시장인 맞춤형 화장품 판매 분야에서 선제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심지어 일자리 창출에도 보탬이 된다. 맞춤형 화장품의 특징인 트렌드를 먼저 읽고 이를 만드는 업종에 청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진 식약처 화장품 정책과장은 지난 3월 열린 '식품·의약품 안전 열린포럼(이하 열린포럼)'에서 맞춤형 화장품에 대한 기대 효과를 설명하면서 "인간의 몸에 30조 개의 세포가 있다. 세포 하나당 유전자 30억 개가 있다. 유전자를 모으면 태양을 스무 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라고 한다"며 "맞춤형 화장품은 이런 정보를 화장품에 적용하는 사례다.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뷰티 업계 "환영"…전문가들은 "기대 반 걱정 반"

맞춤형 화장품 시대가 열리게 되면서 뷰티 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뷰티 업계에 또 다른 기회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서형 로레알 제도관리부 팀장은 열린포럼에서 "글로벌 뷰티 업계에서 맞춤형 화장품의 규정화는 처음있는 일이고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새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장이 열린 것은 고무적이다. 로레알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도 맞춤형 시대를 원한다. 박원석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소장은 "보고서에 따르면 16세 이상 인터넷 사용자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맞춤형 화장품에 대한 관심도가 61%로 상당히 높았다"며 "실제로 맞춤형 관련 화장품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이어 "유전자는 타고나는 부분이 있고 이후 환경 요인에 따라 관리해야 하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며 "피부 상태와 유전자 진단을 통해 정확도 높은 피부 변화 예측이 가능하고 (맞춤형 화장품을 바탕으로) 심화된 피부 맞춤 설루션 제안에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문가들의 입장은 사뭇 달랐다. 맞춤형 화장품의 필요성과 가능성에는 동의하지만, 실행 과정에서 있을 안전과 위생 부분에 보다 세밀하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주덕 성신여자대학교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맞춤형 화장품의 미래 전망은 밝다. 새로운 성장 동력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본다. 유전자 분석 기반을 바탕으로 개별 피부를 분석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맞춤형 화장품 혼합 등의 과정에는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여러 화장품과 성분이 혼합됐을 때 유해 물질이 생성되는 물질은 거의 없다"면서도 "다만 특정 기능성 원료가 좋다면서 여러 개의 추출물을 사용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과도한 향 혼합으로 인한 알러지 발생도 가능하다. 크림에 추출물을 넣었을 때 로션이나 물처럼 점도가 하락하는 등 제형 문제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맞춤형 화장품을 다루는 조제 관리사의 정확한 진단과 정교한 기술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방부제도 고민거리로 거론됐다. 김 교수는 "맞춤형 화장품의 특성상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화장품 혼합으로 발생할 수 있는 방부제 초과 또는 방부력 하락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윤미 C&I 소비자연구소 대표는 "화장품끼리, 혹은 성분을 혼합하다가 오염이 생길 경우 등 다양한 리스트가 있다. 생산 기업이 화장품을 만들어서 유통망에 공급하면 책임 소재가 분명하다. 하지만 조제 관리사를 도입할 경우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가 발급한 자격증을 소지한 조제 관리사라도 유통 채널에서 고용한 경우, 화장품 브랜드에서 고용한 경우 등에 따라 책임 범위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조 대표는 "이미 화장품이 많다. 맞춤형 화장품이 매장에 방문객 끌어들이는 수준의 마케팅용으로 전락하거나, 시장이 혼탁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했다. 사실상 만들어진 화장품을 기계적으로 혼합하는 수준에 멈출 수 있다는 뜻이다.

아모레·키엘 맞춤형 화장품 히스토리

맞춤형 화장품 제도는 처음이지만 이미 뷰티 업계는 다양한 맞춤형 화장품을 시도해 왔다.

뉴욕 코스메틱 브랜드 '키엘'은 소비자가 오는 현장인 매장에서 혼합하는 '현장 혼합형' 제품을 출시해 운영 중이다. 먼저 고객이 오면 전문 상담원이 피부 상태 체크북을 활용해 피부를 진단하고, 트러블 예방 피부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를 토대로 피부 강화 에센스와 5가지 앰플 중 2개를 선택해 맞춤형 화장품을 완성한다. 프랑스의 '코다지' 역시 1시간 이상 전문가가 상담과 제조를 하고, 고객이 성분을 선택하고 양을 조절할 수 있게 운영한다.

글로벌 스킨케어 브랜드 '크리니크'는 요즘 유행하는 'DIY(Do It Yourself) Kit형'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3종류 베이스와 부스터, 5종류 카트리지를 선택해 세트 형태로 구매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듀얼 용기에 결합형이라 비교적 완성이 간단하다.

[맞춤형 화장품 시대를 앞둔 가운데 국내외 업체들이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일본 시세이도의 `옵튠]
일본의 시세이도는 IoT(사물인터넷·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기술)을 이용해 애플리케이션과 연동, 환경 정보를 연동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날의 기후·온도·날씨에 따라 추천을 받아서 이상적인 화장품이 자동적으로 카트리지에서 나오는 방식이다.
[맞춤형 화장품 시대를 앞둔 가운데 국내외 업체들이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①아모레퍼시픽 라네즈의 `마이투톤립바`]
국내 대기업도 움직인다. 아모레퍼시픽은 맞춤형 화장품의 기반을 잡기 위해 현재 서울 명동에서 피부 진단 및 유전자 진단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1만 명 이상의 데이터 수집이 목표인데 올해 초 기준으로 피부 측정 데이터 5193건, 유전체 분석 데이터는 1247건을 확보했다. 이 밖에도 3D 프린팅과 IoT 기술을 활용해 고객 데이터로부터 맞춤형 화장품을 즉시 제조 및 제공하는 'IOPE 테일러드 솔루션', 이미지 분석 기법을 활용해 피부 특성 파악 및 피부 관리 정보를 제공하는 '뷰티 테일러 App',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컬러 테일러 App'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맞춤형 화장품 시대를 앞둔 가운데 국내외 업체들이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아이오페의 `랩` 매장. 각사 제공]
박원석 소장은 "아모레퍼시픽은 1970년 방문판매 시절부터 피부 진단가를 도입했다. 1984년에는 명동에 '디아모레'를 오픈하면서 피부 상태를 측정하고 메이크업 시범을 했다"면서 "2016년 8월에는 프리미엄 브랜드 '라네즈'에서 카운셀링 기반으로 수분 설루션을 제공했다. 또 다른 브랜드인 '아이오페' 랩에서도 맞춤형 세럼 서비스와 고객 얼굴에 맞는 3D 프린팅 마스크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유통망도 맞춤형 시대 고객 잡기 '혈안'

유통가도 움직인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올리브영은 고객의 피부 상태를 측정해 피부 타입·고민별 화장품을 추천하는 ‘피부 측정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번 서비스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 체험과 서비스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했다고 알려진다. 올리브영은 지난 4월 50여 개 매장에서 시범적으로 도입한 뒤 이달부터 명동본점·강남본점·학동역점 등 전국 200여 개 주요 매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기초화장품 매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핵심 고객층인 '2030 세대'가 주로 호소하는 피부 고민을 파악하고, 유·수분 함량과 모공·주름·피부톤 등을 측정할 수 있는 피부 진단기기를 선정했다. 피부 측정 서비스와 동시에 맞춤 상품 추천으로 고객 만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적극적이다. 올리브영은 카운셀링 맵(map)을 통해 피부 타입에 맞는 화장품을 추천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피부 고민에 대한 상담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상권별 고객 특성을 분석해 상품 추천 수요가 높은 곳을 중심으로 피부 측정 서비스 매장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며 "매장 안에서 고객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체험 콘텐트도 다양하게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론 맞춤형 화장품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특히 안전 부분은 고삐를 수없이 쥐어도 모자란 부분이다.

김주덕 교수는 "조제 관리사의 자격은 어떻게 줄지, 시험은 어떤 방식인지 여부와 판매 사용 기한, 그리고 혼합 과정과 이후 제품 상태 등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거듭 말했다.

임서형 팀장은 "맞춤형 화장품으로 제품 가격을 많이 올릴 수 없다. 반면 판매자는 이를 준비하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제품의 보존제, 여러 극단적 상황에서 제품 안전성과 위험 관리 등이 중요하다. 우리는 소비자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서 국가에서 전문가를 배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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