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BMW 럭셔리의 정점, 더 뉴 7시리즈
플래그십(flagship)은 원래 함대의 기함(旗艦)을 일컫는 말이다. 제독의 배에 함대를 상징하는 깃발을 달았던 데에서 유래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다른 의미로 쓰이는데 완성차 메이커의 최상위급 모델을 지칭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가 대표적이고 국산차 중엔 제네시스의 G90이 해당한다.
‘순수한 드라이빙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을 표방하는 BMW의 기술력엔 의심이 없지만 플래그십 경쟁에선 S클래스에 늘 밀렸다. 4세대 7시리즈를 앞세워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영 위기 속에 프리미엄 브랜드 글로벌 판매 1위(2005년)에도 올랐지만 2017년 다시 역전당했다.
S클래스 판매량의 3분의1, 자존심 회복할까
국내 수입 플래그십 세단 경쟁도 비슷하다. 지난해 S클래스의 판매량은 7019대였지만 7시리즈는 2351대에 그쳤다. 올해 5월까지 판매량도 S클래스가 2243대, 7시리즈는 770대를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해 불거진 화재 사태로 브랜드 이미지까지 하락했다. 와신상담하던 BMW코리아가 올해 신차를 대거 선보이며 실지(失地) 회복에 나선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6세대 7시리즈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았던 헤드램프와 전면 디자인은 잘 다듬어졌다. 하단 공기 흡입구는 대형 디플렉터(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장치)와 통합됐다. 측면 공기흡입구도 수직 형태로 바뀌었다. 후면 디자인은 최근 국내 출시된 3시리즈처럼 영문 L자 형태로 바꿨다.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형태다. 배기 파이프 주변의 크롬 장식은 플래그십 세단치곤 좀 가벼운 느낌이다.
실내의 변화는 크지 않다. 퀼팅 박음질이 늘어난 나파 가죽 시트와 가죽으로 덮은 대시보드가 최고급 세단다운 고급감을 준다.
시승은 워커힐 호텔에서 경기도 가평군을 왕복하는 200㎞ 구간에서 이뤄졌다. 운전의 즐거움을 강조하는 BMW라지만 1억원이 넘는 고급세단이라면 쇼퍼드리븐(Chauffeur-driven·운전기사가 모는 자동차)의 특성이 중요하다.
2인 1조의 시승에서 우선 뒷좌석을 체험해 봤다. 시승 차량은 740Li 모델. 리클라이닝(좌석이 뒤로 제쳐지는 것) 기능이 달린 뒷좌석은 충분히 안락했다. 손이 닿는 모든 곳은 고급 나파가죽으로 감쌌고, 뒷좌석 모니터는 스마트폰 미러링 기능을 갖췄다.
조용하고 안락하며, 고급스럽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플래그십 세단과 비교해 특별히 감동적이진 않았다. BMW라면 이 정돈 해야 한다는 기대감이 커서였을까. 훌륭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우아하고 역동적인 동력성능
750Li 이상급에 달리는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뒷바퀴 조향기술)’ 등을 경험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최고 출력 340마력의 엔진은 모자람이 없다. 직선 가속에서도 산길 오르막길에서도 발끝을 움직이는 만큼 정확하게 출력을 전달해줬다.
뒷바퀴 조향을 하지 않더라도 ‘면도날 같은’ BMW의 조향 능력은 그대로다. 5.2m의 길이에 2t이 넘는 덩치를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다. 코너에서 과격하게 몰아붙여도 안정적인 자세와 거동을 놓치지 않는다. 운동능력, 거동, 제동력까지 BMW의 명성에 모자람이 없다.
BMW가 세계 최초로 적용한 인포테인먼트 조작 다이얼 ‘아이 드라이브’는 조작감은 물론 소재의 고급감까지 최고다.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이란 이름이 붙은 반(半) 자율주행 기능은 흐릿한 차선도 정확히 인식한다.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차선을 따라 달리고 멈췄다가 다시 출발한다. 현세대 자율주행 기술 중에선 가장 앞서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티어링휠을 잡지 않았을 때 다소 빨리 경고신호를 보내고, 앞차와의 거리를 넉넉히 유지하는 건 독일 브랜드 특유의 보수적인 철학 때문이다.
3시리즈에서 선보인 ‘기능적 섬(functional island)’이 차세대 모델에 적용될지는 알 수 없다. 3시리즈에선 변속 레버 주변에 각종 조작 장치를 간결하게 모아놔 훨씬 편리한 UX로 선보였다. ‘풀 체인지급’ 변화라지만 인테리어나 UX는 크게 바뀌지 않아 BMW 특유의 첨단 기술 느낌은 덜 하고 다소 산만한 느낌도 든다. 모델 체인지가 이뤄지면 7시리즈에서도 새로운 UX가 적용될 듯싶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럼프 "김정은 만나고싶다"..靑 "불가능하진 않다"
- 푸틴 지각에 사상 초유 '새벽회담'..사과는 없었다
- "고유정 울면서 전화"..의붓아들 사망 119신고 녹취엔
- 송중기 아버지도 실검..'송·송 커플' 지라시만 10만건
- 류현진, '천적' 에러나도에게 2점포 허용
- 103초마다 이·착륙, 세계서 제일 아찔한 제주공항
- 흙 퍼낼수록 악취, 알고 보니..백제 왕궁 화장실이었다
- 시간없다며 文 패싱한 아베..조코위와 '1분 번개'
- "불륜은 인간 본성..절반은 '외도 유전자' 타고난다"
- 제주 찾는 중국인 산커 '쇼·쇼·쇼'..내국·일본인은 '힐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