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봉준호 감독님은요.." 리스펙, 봉비어천가

조연경 2019. 6. 1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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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조연경]
지난달 23일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영화 기생충 공식 인터뷰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최우식·박소담·이선균·조여정·장혜진·송강호(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IS포토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이 누적 관객 수 750만 명을 넘으며 1000만 고지를 향해 달린다. 기둥 송강호부터 비밀 병기 박명훈까지, 제72회 칸영화제 참석 이후 금의환향. 약 3주간 이어진 '기생충' 주연 배우 8인의 인터뷰 레이스도 드디어 끝이 났다.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지만, 결론은 '봉준호 리스펙!.' 타고난 배려와 섬세한 디테일의 장인 능력치에 미공개 미담까지 쏟아졌다. 릴레이 인터뷰에서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질문. '내가 겪은 봉준호 감독'에 대한 배우 8인의 답변을 고스란히 전한다.

송강호 "22년 전 첫 만남 이후 삐삐에 남겨 준 장문의 메시지를 들었을 때부터 생각했다. '이 양반은 뭐가 되도 되겠구나. 그때부터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와 태도가 남달랐다. 흔히 '봉테일, 봉테일' 하는데 그건 기능적이면서 현상적인 것이고, 본질은 봉준호 감독이 갖고 있는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통찰이다. 난 봉 감독의 기술적이고 테크닉적인 면도 존중하지만, 예술가로 가진 통찰력을 더 존중한다. 나이는 어려도 한참 우러러 보고 존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봉보로봉봉' 애칭은 요즘도 가끔 부른다."

이선균 "봉 감독님의 러브콜은 칸영화제 초청보다 더 기뻤고 영광스러웠다. 아마 배우들에게는 그런 의미일 것이다. 현장에 가면 완벽한 설계도가 준비돼 있다. 부담감이 자연스레 사라진다. 나에겐 너무 크신 분이지만, 그 과정들을 거치면서 '동네 영화 잘 찍는 형' 같은 느낌으로 바뀌었다. 재미있고, 이야기도 많이 하지만, 더 많이 들어 준다. 소통이 잘된다. 내가 봤을 땐 '기생충'이 봉준호 감독님이다. 흐리멍덩한 것 같은데 예리하고, 유머가 있고, 사회적 메시지가 있다. 영원히 기생하면서 숙주로 모시고 싶다."

최우식 "'옥자' 때 처음 인연을 맺었다. 나를 봐 주셨다는 게 안 믿겼다. 10가지 중 단 한 가지라도 무언가를 갖고 있으면 그걸 알아봐 주시는 것 같다. 그리고 모든 것이 머리 안에 있는 분이다. 아이패드로 만화처럼 콘티를 그리는데, 감독님이 원하는 디테일이 그 콘티로 표현되더라. 되게 놀라웠다. 배우로 하여금 주어진 신에서 어떤 것을 보여 줘야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사실 내가 채찍보다 당근이 많이 필요한 사람인데, 감독님은 그 지점도 파악하신 것 같더라. 고맙고, 감사하다."

조여정 "'봉준호 감독님의 관점에서는 배우 조여정의 어떤 모습이 꺼내질까' 궁금했다. 내 안에 분명 있었지만, 내가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을 확 꺼내 주신 것 같다. 현장에서 배우의 고민은 감독 고민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해야 하는 결정이나 선택이 엄청나다. 그런데 감독님은 그런 티를 전혀 안 낸다. 그게 배우 마음을 얼마나 편안하게 해 주는지 모른다. 그냥 유쾌하기만 하다. 현장의 자연스러운 공기는 모두 봉준호 감독님에 의한 것이었다. 배우는 자유롭게 상상하며 연기하고, 디테일은 감독님이 잡아 주는 최고의 현장이었다."

박소담 "캐스팅 이야기를 나눈 뒤에도 두 달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분이다. 애가 탔다.(웃음) 그만큼 배우들이 한번쯤 꼭 만나고 싶어 하는 감독님이 아닐까. 시나리오를 읽을 땐 '감독님이 나를 벌써 아시나?' 싶을 정도로 캐릭터와 대사가 너무 잘 붙었다. 감독님과 감독님의 작품 모두 연기에 대한 갈증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지 않나 싶다. 사실 난 '옥자' 때 감독님과 미팅했다. 연령대가 맞지 않아서 캐스팅되지는 못했지만, 그 시간조차 편안하게 만들어 주시더라. 차를 마시면서 한 시간 반 정도 나눴던 대화가 여전히 기억난다."

장혜진 "인연이자 운명 아닐까. '우리들' 영화를 보고 연락을 주셨는데, 첫 인연은 '살인의 추억' 때다. 내가 연기를 그만두고 백화점에서 판매 일을 할 때였다. 그때를 기억하고 다시 불러주신 것은 아니지만, 결국 인연이고 운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카페에서 첫 미팅을 진행했을 때도 작품 이야기보다 사는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 그때 나눴던 두 시간의 수다가 제일 길었던 수다가 아니었나 싶다. 현장에서는 맥주의 차가운 기운, 고기 굽는 디테일, 청소하는 반경까지 꼼꼼히 따진다. '봉테일'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한 순간이었다."

이정은 "그분은 계획이 다 있는 분이다.(웃음) 하늘도 감복하셔서 황금종려상을 내려 준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감독으로도, 사람으로도 존경할 만한 분이다."

박명훈 "'옥자'로 한창 바쁜 시기에 독립 영화 '재꽃'을 챙겨 봐 주셨고, 모더레이터로 GV까지 진행해 주셨다. 연기 칭찬에 좋은 이야기들까지, 이미 잊지 못할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생충'에 합류하게 됐을 땐 꿈인가 생시인가 했다.(웃음) 무엇보다 난 배우들 중 '기생충'을 가장 먼저 관람한 사람일 것이다. 아버지가 폐암 투병 중이시다. 그리고 영화광이시기도 하다. 감독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잊지 않으시고 어느 날 조용히 연락을 주시더니 '아버님 먼저 보여 드리자'고 하셨다. 3월 초, 절대 노출되면 안 되는 시기에 극비리에 시사 기회를 만들어 주셨다.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조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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