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희호 여사 모욕하는 일베와 그 배후들
[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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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여성운동 선구자…DJ와 민주화 · 평화운동 동행 (SBS <8뉴스>)
여성운동가…사형수의 아내…DJ의 '평생 동지' (MBC <뉴스데스크>)
"더 단단하고 당당하게"…'페미니스트 이희호'의 삶 (JTBC <뉴스룸>)
11일 지상파 3사와 JTBC가 지난 10일 밤 서거한 고 이희호 여사를 보도하며 뽑은 제목들이다. 향년 97세로 별세한 이희호 여사에 대한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역사를 선도한 1세대 '여성운동가'이자 '페미니스트'였던 이 여사의 삶이 국민들에게 다시금 회자되는 중이다(관련기사: 남편 DJ를 바꾼 '1세대 페미니스트' 이희호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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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희호 여사 생애사진 100선 이희호 여사 본인이 직접 선택한 영정사진. |
| ⓒ 김대중평화센터 제공 |
그래서일까. 여야, 진보보수 할 것 없이 동참하고 있는 추모 분위기에 유일하게 찬물을 끼얹는 것도 모자라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이들이 있다. 짐작했겠지만, 바로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사용자들과 '여성혐오(여혐)' 세력이다.
페미니스트 이희호를 누가 욕되게 하는가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살인범을 욕하면 일베충으로 낙인찍히는 나라가 되었는가. 여가부(여성가족부) 때문에, 여가부 예산을 받는 여성단체 때문에 무고하게 자살한 사람이 몇 명인데. 여가부 만드는 데에 1등 공신인 사람을 고인이라고 해서 함부로 욕하면 안 되는 건가? 자기도 똑같이 죽음을 느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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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서울대 학생이 지난 4월 '이희호 여사 모욕' 발언을 페이스북에 남긴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
| ⓒ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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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서울대 학생이 '이희호 여사 모욕' 발언 논란 후 남긴 글 |
| ⓒ 페이스 |
이 대학생은 이후 여러 매체에 소개되면서 소셜 미디어 상에서 주목받은 것으로 보인다. 어디 이 학생뿐일까. 12일까지 일베에서는 A학생이 쓴 글보다 훨씬 더 정도가 심한 고 이희호 여사 모욕 글과 사진이 넘쳐나는 중이다.
이른바 '여혐' 세력과 일베에서 유독 이희호 여사를 표적으로 삼는 이유는 들여다보면 볼수록 참담하다. 국민의정부 당시 이 여사가 여성가족부와 국가인권위원회 출범에 지대한 공을 들였으며,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 등 '모성 보호 3법'이 개정이나 내각 내 여성 장관의 등용에 기여했다는 사실은 정평이 나 있다.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이라 불리는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이 여사의 서거 후 "'김대중은 이희호로부터 태어났다'라고 할 정도로 (이 여사는) 김 대통령님에 대한 여러 가지 영향력을 끼치신 분"이라고 평가한 이유에는 국민의정부 당시 여권신장을 향한 기여도 포함된 것이리라. 그런 점에서 더더욱, 지난 4월 이희호 여사를 "'페미대장'이라고 폄훼하고, "여가부 만드는 데에 1등 공신인 사람"이라며 살인범 운운했던 서울대생의 사고는 참담할 지경이다.
페미니즘이나 미투 운동이 대두되기 전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를 표적 삼았던 '일베'의 모욕과 비하는 좀 더 뿌리 깊다.
일베의 뿌리라 할 수 있는 'DC 인사이드'에서부터, 전라도 차별과 혐오가 김 전 대통령과 이 여사와 엮이며 '홍어'나 '좌좀' 같은 표현이 일상적으로 쓰였다. 'DC 인사이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벌써 20년 가까이 된 모욕인 셈이다.
이 여사가 김 전 대통령의 비하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고소에 나선 일도 있다. 지난 2013년 11월 김대중평화센터는 보도자료를 통해 "김 전 대통령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작성해 인터넷에 유포한 자들을 철저히 수사해 사자명예 훼손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법 위반 혐의로 엄벌해 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서울서부지검에 제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듬해 6월에도 이 여사는 재차 고소에 나섰다. 이게 벌써 5~6년 전 일이다. 그럼에도 예의 그 참담함은 왜 지속돼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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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 ⓒ 남소연 |
12일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하태경 최고위원이 한 발언이다. 하 최고위원은 지난달 혐오사이트를 폐쇄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할 근거를 마련한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 법률안, 이른바 '혐오 사이트 규제법'을 대표 발의한 주인공이다. 이날 "고 이희호 여사에 대한 평가는 개인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면서도 하 의원은 "일베에 올라 온 게시물은 우리 사회가 용납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 당장 삭제하고 고인과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직 발인조차 하지 않은 이희호 여사가 끊임없는 모욕으로 인해 고통받는 현실을 방치한 것이 누구인가. 뿌리 깊은 여성 혐오, 전라도 혐오를 자양분 삼아 세월호 유족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데까지 나아갔던 일베를 정치적으로 인용했던 이들이 누구인가. 세월호 유족 앞에서 피자와 치킨을 먹었던 이른바 '폭식투쟁'을 통해 공분을 샀던 일베 사용자들을 두둔했던 것이 누구인가.
"폭식투쟁이 잘못됐다고 성찰할 수 있는 20대 우파 청년들이 아직도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일베 내) 20대들은 아직 자정능력이 사라지지 않았다."
2014년 9월 KBS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하태경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당시 하 의원이 소속된 새누리당은 일베를 두둔하는 것을 넘어, 같은 달 폭식 투쟁에 참여했던 인사를 당 지도부가 전략기획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2018년 3월, 나경원 의원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일베 폐쇄 청원'이 20만 명을 돌파하자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일베 폐쇄 추진은 표현의 자유를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후퇴시키는 행위다. (문재인 정권이) 방송장악에 이어 인터넷 공간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논란이 확산되자, 나 의원은 "나 역시 일베 글로 피해를 받은 적이 있다"며 "핵심은 타인의 권익을 침해하거나 불법·허위정보를 올린 작성자에 대한 처벌 강화, 피해자에 대한 권리구제 강화"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일베 폐쇄 반대' 목소리까지도 '문재인 정권' 비판의 도구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아울러 '혐오 사이트 규제법'을 발의하면서 하 최고위원은 "특정집단에 대한 조롱, 비하, 협박, 이런 노골적인 내용들을 다수 가지고 있는 혐오 사이트를 규제해야 하고 그 대표적인 혐오 사이트가 바로 워마드라는, 그래서 이 혐오 사이트 규제에 가장 일차적인 대상은 워마드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일각에선 '훨씬 사용자가 많은 일베는 놔두고 워마드가 먼저인가'란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일베 사용자들을 "자정능력이 사라지지 않은" 20대 청년들로 규정하고 두둔했던 하 최고위원 아닌가. 일베와 같은 여성혐오 세력을 등에 업고 '워마드 폐쇄'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폭식투쟁 이후 현재까지, 보수 정치인들의 일베 활용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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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9월 6일, 일베 회원등은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단식농성장 앞에서 피자 치킨등을 먹으며 폭식 투쟁을 했다. |
| ⓒ 이희훈 |
보다 못했는지, 12일 중앙대 사회학과 이나영 교수가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다. 소셜 미디어상에선 '페미니스트' 이희호 여사에 대한 추모와 회고가 이어지는 한편으로 고인을 비하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이들에 대한 비판 또한 거세지는 중이다. 김대중평화센터와 유족들이 다시 한 번 법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나 싶다.
물론 거기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사전 규제를 두고 법조계 내에서도 논란이 될 소지가 다분한 '혐오 사이트 규제법'을 발의한 하 최고위원을 필두로 그간 일베와 같은 혐오 사이트를 방치하고, 사용자들을 두둔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현 보수 야당의 통렬한 반성이 먼저다. 또 이후 향후 혐오 사이트 규제법으로 대변되는 관련 법안의 입법 과정을 지켜보고, '혐오'가 벌어지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책임 의식과 실천의지를 갖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이희호 여사의 삶이 곧 페미니스트의 삶이었고,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삶이었다. 표현의 자유로 대변되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했던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한 삶을, 그 가치를 이해할 의지조차 없는 이들이 자기 안의 혐오를 발산하고 이를 통해 현실에서 영향력을 끼치려고 할 때, 이들을 두둔하는 행위 역시도 공범 딱지를 붙여 마땅하다. 물론 지금, 현재까지도 고인을 욕되게 하는 이들에겐 두말할 나위 없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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