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행사라서.." 시설 이용 막는 지자체에 '경종'

김시연 2019. 5. 1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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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 대관 취소한 동대문구에 차별 시정 권고

[오마이뉴스 김시연 기자]

 
 지난 2018년 6월 서울 은평구민체육센터에서 열린 '2018 퀴어여성게임즈' 개막식 장면. 애초 2017년 10월 동대문구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런 대관 취소 통보로 연기됐다.
ⓒ 퀴어여성네트워크
   
인권위가 성소수자 행사라는 이유로 각종 시설 대관에 소극적인 지방자치단체에 다시 경종을 울렸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10일, 지난 2017년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 체육관 대관을 취소한 서울 동대문구과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에, "신청인의 성적지향을 이유로 체육관의 대관 허가를 취소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시설관리공단 소속 직원들에게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특별 인권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퀴어여성네트워크는 지난 2017년 10월 21일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를 개최하려고 동대문구체육관 대관을 신청했고, 그해 9월 19일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에서 사용허가를 받았다. 퀴어여성네트워크는 대관료 195만 원을 내고 홍보 포스터까지 만들어 배포했지만 시설관리공단은 그해 9월 26일 "10월 21일 체육관 천장공사를 실시해서 대관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고 결국 행사를 다음해로 연기했다.(관련기사: 체육대회 하러 모였는데... 왜 '궐기대회'를 해야 하죠? http://omn.kr/r9bv)
 
하지만 시설관리공단 직원이 대관 취소 전날 신청인에게 전화를 걸어 "(성소수자 행사라는 이유로)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미풍양속을 이유로 대관이 취소될 수도 있다"라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퀴어여성네트워크는 "체육관 대관 취소는 성적지향을 이유로 시설 이용에서 차별한 행위"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어린이집은 되고 성소수자 행사는 안 되고... "성적지향 이유로 한 차별"
 
 지난 2017년 10월 21일 서울 동대문구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1회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 포스터. 동대문구 시설관리공단의 대관 취소로 결국 이듬해로 연기됐다.
ⓒ 퀴어여성네트워크
 

실제 인권위 조사 결과 체육관 천장공사는 핑계였음이 드러났다. 동대문구와 시설관리공단쪽은 체육관 천장공사 일정은 이미 잡혀있었고, 대관 담당자가 공사 사실을 몰라 대관을 허가했다 나중에 알고 취소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시설관리공단 공사 담당자가 기재한 개인적 메모 1매 외에는 공사가 이미 결정되어 있음을 입증할 만한 자료가 없었다"고 밝혔다. 결정적 근거는 같은 날 행사를 하기로 했던 어린이집과의 '차별'이었다. 인권위는 "시설관리공단은 진정인과 같은 날 오전 대관을 신청했던 어린이집은 다른 날로 대관 일정을 변경할 수 있게 해줬지만 진정인에게는 연말까지 대관 일정 조정이 어렵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시설관리공단이 최종적인 공사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소수자 단체의 행사를 반대하는 민원의 영향을 받아 진정인에게 대관을 허가한 날짜로 공사 일정을 확정하여, 결과적으로 진정인이 신청한 대관 허가를 취소했고, 이후에도 같은 날 대관이 취소된 어린이집과 달리 다른 날짜로 일정을 조정해주지 않은 행위는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동대문구청 역시 진정인이 체육관 대관 관련 민원을 제기했는데도, 시설관리공단 감독기관으로서 대관 취소 같은 잘못된 행위를 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봤다.
 
당시 퀴어여성네트워크는 인권위에 긴급구제신청서를 내고 그해 10월 18일 동대문구청 앞에서 대관 취소에 항의하는 궐기대회까지 열었지만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결국 그해 행사는 열리지 못했고 이듬해 6월 17일 서울 은평구민체육센터에서 '2018 퀴어여성 게임즈'로 이름을 바꿔 열렸다.(관련기사 : 궐기대회까지 한 체육대회,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졌다 http://omn.kr/rqjv)
 
퀴어여성네트워크는 동대문구에 앞서 양천구민체육센터도 대관 신청을 했지만 역시 갑작스런 공사를 이유로 대관을 거절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에서 성소수자 반대 단체들의 민원을 내세워 각종 시설 이용을 거부하는 게 처음은 아니다. 인권위는 지난 2014년에도 마포구청이 '커밍아웃문화제' 장소 사용 신청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성소수자 관련 행사 시설 신청에 대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승인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권고했지만, 이후에도 대구시, 서대문구 등에서 유사한 일이 계속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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