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주 "정치가 평화만든다며 자꾸 군대를 동원하니 위험"
사드 배치로 뭔가 꼬투리 잡힌 듯
현역 후배들 "요즘 엎드려 있다"
정치적 목적 위해 군대 와해 안 돼
강한 군대 희생한 편한 군대는 곤란
병사들 훈련과 휴식의 조화가 필요
군인의 자기 상관 배신 옳지 않아
대통령, 군통수권자 개념 학습 부족
작전 라인 비육사 3명 군심에 문제
[장세정의 직격 인터뷰]
충남 천안에서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육사에 진학해 '기갑 주특기 최초의 4성 장군'이 됐지만 한순간에 '범법자'로 추락했다. 이른바 '공관병 갑질' 의혹 사건 때문이다. 부하 병사들을 하인 취급하며 갑질을 일삼았다는 의혹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부도덕한 육사 출신 대장'이 1년 9개월여 만에 극적으로 살아 돌아왔다. 들끓던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군검찰이 그를 구속하는데 동원했던 뇌물수수 혐의도 벗었다.
국방부 영창에서 80여일을 보냈던 그는 무죄 판결을 받은 직후 후배 장교와 장성 등 100여명에게 '뒤늦은 전역사'를 e메일로 뿌려 큰 반향을 일으켰다. 생지옥을 체험한 박찬주(61·육사 37기·예비역 대장) 전 제2작전사령관을 만났다.
!['공관병 갑질' 논란을 빚은 박찬주 전 제2작전사령관(대장)이 2017년 8월 8일 국방부청사 인근 군검찰단으로 소환돼 조사실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2심에서 뇌물 혐의 무죄를 선고 받았다.[중앙포토]](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5/10/joongang/20190510000704147ohpq.jpg)
"대한민국 4성 장군이 어느 날 갑자기 포승줄에 묶였고, 국방부 지하 영창 2~3평 독방에 80여일간 갇혔다. 처음 3일 정도는 글씨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공황 상태였다. 내가 반역죄·반란죄를 지었으면 몰라도 이렇게까지 할 수가 있느냐고 국방부에 항의했다. 군에서 군사전략가라는 명성을 갖고 있었는데 나 자신에 대해선 일주일 앞도 예측하지 못해 자괴감도 들었다. 그래도 희망을 가졌던 것은 뇌물죄니 뭐니 이게 나에겐 너무 뜬금없는 것이었고 진실이 살아있다면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 견뎠다.영창 벽에 성경 구절을 써 붙이며 '죽음의 강'을 건너면서 오히려 나는 더 강해졌다.” -전군에 공관이 70여개인데 유독 박 장군에게 갑질 의혹이 제기된 이유는 뭔가.

"정확히 말하면 나와 토마스 밴달 미 8군 사령관이 현장 배치를 지휘한 공동책임자였다. 특히 나는 '방어용 무기인 사드를 배치하는 데 대한 정치적 의사결정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강성 발언을 했다. 뭔가 꼬투리가 잡힌 듯하다." 실제로 2016년 말과 2017년 초 탄핵 논란이 계속되는 와중에 사드 배치 이슈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했다. 결국 군은 조기 대선 투표가 있기 직전인 2017년 4월 26일 사드를 전격 배치했고, 당시 문재인 후보 진영은 강하게 반발했다.
-부인의 갑질 혐의는 불구속기소 됐다.
"감금과 폭행은 일방적 진술이다. 한집에 살면서 위생관리가 안 되면 어른이 야단을 치지 않나. 어머니가 자식을 나무라는 그 이상은 절대 아니었다. 아내가 기소된 혐의와 관련된 공관병은 공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영창에 갔다 쫓겨난 경우다. 그동안 병사와 관련된 일이라 침묵을 지켰는데 이제 법정에서 진실을 밝힐 것이고 무죄를 확신한다. 공관병은 군 편제표에 따라 공관 관리가 정해진 임무다. 공관병은 규정에 따라 공관 청소를 한 것이고 조리병은 음식을 만든 거다. 전투병을 데려다 부려먹었다는 것은 완전 오해다." -갑질 논란에 휘말리면서 든 생각은.

“벌금 400만원이라고 하니 내가 보직 변경된 부하에게서 4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오해하는데 그게 아니다. 대가 없이 도와준 행위에 대한 처벌로 받은 벌금 액수가 400만원이다. 형편이 어려운 후배 군인의 보직을 변경해줬다고 벌금을 받았지만, 인간적으로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 또한 대법원에서 무죄가 나올 거다.” -사건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는 과거에 합참 전략본부장과 군사전략과장으로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는데 도와주지 않았나.
"외국에서도 고위 장성 비위가 발생하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민간인 신분 전환이다. 제복의 명예를 보호해주는 전통이다. 현역 대장을 이렇게 처리하면 안 된다고 송 장관이 당시에 청와대에 할 말을 해야 했는데 방관했다. 대장이 보직에서 물러나면 민간인인데 군사재판에 넘긴 것은 헌법 27조 위반이다. 직권 남용과 사법권 남용은 언젠가 진실과 책임 소재가 밝혀질 거다." 박찬주 예비역 대장은 e메일 전역사에서 "지금은 군의 정치적 중립성이 위협받는다"고 주장해 반향을 일으켰다.

"과거에는 군이 정치에 개입했다면 지금은 정치지도자가 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문제다. 대통령이 '서해 수호의 날'에 2년 연속 불참한 것을 군은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대통령은 대통령과 군 통수권자라는 두 개의 모자를 쓰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군 통수권에 대한 개념 학습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군 통수권자가 장수를 대하는 방법이 서툴다는 뜻이다." -전역사에서 "평화 만들기(Peace-making)는 정치의 몫이고 평화 지키기(Peace-keeping)는 군대의 몫"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군 장성 진급 및 보직신고식을 마친 뒤 청와대 접견실로 이동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한기 신임 합참의장, 문 대통령, 황인권 제2작전사령관, 김용우 육군참모총장. [청와대 사진기자단]](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5/10/joongang/20190510000704862udzc.jpg)
"비육군· 비육사만 중용하는 인사다. 군 작전을 이끄는 합참의장, 전방을 담당하는 지상작전사령관, 제2작전사령관 등 작전 라인 3명이 모두 비육사인 것은 큰 문제다. 이들 3명은 훌륭한 군인이지만 작전경험이 부족하고 군심을 결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육사 출신 장성을 배제한 것은 9·19 군사합의를 강행하려는 의도라는 의문도 든다." -육사 출신 군 주류가 기득권을 누린 반통일·냉전 세력이란 비판도 있다.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반통일 세력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데 달리 말하면 국가수호세력 아닌가. 국가수호에 대한 확고한 바탕 위에서 통일을 추진하면 누가 뭐라고 하지 않겠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훼손하면서 통일을 추구하는 건 잘못이다." -독일 유학파 출신인데 동서독 통일과정에서 군의 역할은.


※이정원 인턴기자가 인터뷰 정리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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