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도 반한 흙집..700년도 끄떡 없는 이유
현대 건축가들 모던함에 빠져
건축 폐기물 적게 내는 생태건축
그 지속가능성에 전세계가 주목
[한은화의 공간탐구생활]
![흙다짐으로 지은 캐나다 '인카밉 사막문화센터'의 모습. 문화센터가 들어선 인디언 영역 내 영토에서 채취한 흙에 안료를 섞어 층층이 다졌다. [사진 효형출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4/29/joongang/20190429092829793iqdz.jpg)
방어기지인데 왜 돌이 아닌 흙으로 지었을까. 흙은 인류 최초의 건축자재라 불린다. 나무가 귀한 사막에도 흙은 있다. 깊은 산 속에서도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다.
![중국 푸젠성 난징(南靖)현에 있는 전라갱토루군(田螺坑土樓群). 흙다짐으로 4층 높이의 흙아파트를 지었다. [중앙포토]](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4/29/joongang/20190429092830032wtwi.jpg)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마천루라 불리는 예멘의 고대 도시 시맘의 모습. 5~8층짜리 흙집에서 7000여명이 지금도 살고 있다. [사진 효형출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4/29/joongang/20190429092830254ddqu.jpg)
건축가 정기용의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제천 간디 학교생활관’, 조성룡의 ‘이응노의 집’, 승효상의 ‘한국DMZ 평화생명동산’, 이진오·김대균의 ‘양구백자박물관’ 등이 흙 다짐을 활용해 지어졌다. 특히 봉하마을 사저의 경우 노 전 대통령이 흙집 짓기를 원했다고 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김해 봉하마을 사저. 흙다짐으로 지었다. 오른쪽 방이 침실이다. [중앙포토]](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4/29/joongang/20190429092830466bfgj.jpg)
![조성룡 건축가가 설계한 충남 홍성 '이응노의 집'의 전경. 건물의 일부 벽을 흙다짐으로 썼다.[사진 건축연구소 알콘]](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4/29/joongang/20190429092830579qgad.jpg)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강원도 인제의 ‘한국DMZ 평화생명동산’의 모습. 흙과 코르텐과 콘크리트가 어우러진다.[사진 건축연구소 알콘]](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4/29/joongang/20190429092830707sygy.jpg)
Q : 지금도 흙집을 짓고 있나.
A : “곧 하동에 흙 다짐공법으로 집 두 채를 지을 예정이다. 정기용 선생의 제자였던 신근식 교수가 2011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흙집을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토대를 많이 잃었다. 신 교수는 흙집 연구의 본토인 프랑스 그르노블 국립건축학교 흙 건축 연구소에서 8년간 흙 건축을 공부했다. 귀국해 한국의 흙 건축을 꽃 피울 참이었는데 아쉽다.”
A : “파리 리옹 지방에만 가도 2층짜리 흙집이 40만~50만 채 있다. 사람들은 그 집들을 보수하며 살아가기 위해 흙을 배운다. 80년대에 흙으로 현대건축물이 가능한지 실험하며 주택단지를 짓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매년 재료 실험 축제(Grains d‘isere)가 열리는데, 여기서 다양한 건축 공법을 실험하고 전시한다. 흙도 큰 주제고 일반인들도 관람하고 배운다. 프랑스뿐 아니라 호주ㆍ미국ㆍ북아프리카 등에서도 흙 건축이 활발하다.”
![미국의 건축가 릭 조이가 애리조나 주 투손에 세운 스튜디오 건물. [사진 효형출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4/29/joongang/20190429092830889lpoc.jpg)
![캐나다 인카밉 사막문화센터의 모습. 책 『건축, 흙에 매혹되다』에 따르면 흙에 다양한 색의 안료를 첨가해 흙다짐 벽을 만들기도 한다. [사진 효형출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4/29/joongang/20190429092831095omco.jpg)
Q : 흙 다짐공법의 경우 어떻게 수백 년 버틸 강도가 나오나.
A : “보통 흙(90%)에 표면 강도를 내기 위한 석회(10%)를 섞는다. 흙과 석회의 입자 사이 파고드는 물, 즉 함수율도 중요한데 6~7% 선이 좋다. 문구점서 파는 찰흙의 함수율은 10%다. 비닐 벗기면 물기 있고 손에 묻어나는 느낌이다. 흙 다짐공법을 위한 함수율을 가진 흙을 보면 물기가 너무 없어 사람들이 안 다져지는 게 아니냐고 말할 정도다.
이 흙을 거푸집에 12~15㎝ 두께로 붓고, 절반으로 줄 때까지 절구로 꾹꾹 다진다. 흙 다짐의 한 켜는 6~7㎝고 3m 높이의 벽이라고 하면 이 켜가 50개가량 될 정도로 수없이 압축시키니 단단하다. 또 흙 성분도 중요하다.”
Q : 어떤 흙이 집 짓기 좋은 흙인가.
A : “크고 작은 자갈, 모래, 실트, 점토 등 흙의 입자가 고르게 분포된 흙이 좋다. 특히 가장 고운 입자인 점토 성분이 많아야 한다. 점토는 다지면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서 접착력이 강해진다. 흙이 좋은 유럽의 경우 점토 성분이 20~30%다. 이런 흙은 시멘트를 섞지 않고 석회와 흙만으로 짓는다. 점토가 부족하면 시멘트를 섞기도 한다.”
A : “한국의 경우 상주에서 점토 성분이 40%가량 되는 흙을 찾았는데 땅 주인이 안 팔겠다 하여 구하지 못했다. 강원도 흙의 점토 성분이 20% 된다. 제주에도 점토 성분이 있는 흙이 서너 군데서 나오는데, 흙으로 된 섬에서 화산폭발이 일어나 화산재가 덮였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편서풍 탓에 주로 동쪽에 화산재가 덮인 흙이고, 점토 성분이 있는 흙은 서쪽에서 발견되고 있다.”
![2009년 완공한 강원도 홍천 내면성당. 이규봉 건축가와 고 신근식 교수가 공동으로 설계하고 지었다. [사진 건축연구소 알콘]](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4/29/joongang/20190429092831258hsfa.jpg)
![이규봉 건축가와 고 신근식 교수가 함께 설계하고 지은 고양 화정동 GS corp 사옥의 모습.[사진 건축연구소 알콘]](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4/29/joongang/20190429092831457wemy.jpg)
![이규봉 건축가와 신근식 교수가 함께 설계하고 지은 괴산 숲생태 체험관[사진 건축연구소 알콘]](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4/29/joongang/20190429092831567crof.jpg)
![거푸집을 짜서 흙다짐을 하는 모습. [사진 건축연구소 알콘]](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4/29/joongang/20190429092946830cdyg.jpg)
Q : 원시적일 줄 알았는데 과학적이다.
A : “흙 건축은 순수과학에 가깝다. 흙 연구 자체가 이렇게 하면 집을 빠르게 잘 짓는다기보다, 점토 관련 원론적인 연구를 한다. 지금까지 발견된 점토의 입자만도 200여 가지가 넘는다. 암석이 풍화된 것이 흙이고 점토이니, 암석 종류만큼 점토의 종류가 있을 것 같다.”
Q : 한국의 경우 흙집이 거의 없다.
A : “새마을 운동 이후 흙집의 인식이 굉장히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못 살고 허물어야 하는 집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게다가 싸다는 편견도 더해져, 흙 다짐공법의 비용을 말하면 놀란다. 보통 콘크리트 집 짓는 비용과 비슷하게 든다. 흙집은 계속 보수하는 집이다. 한옥도 궁궐의 경우 흙으로 얇게 미장한 흔적이 16겹, 양반집의 경우 5~6겹이 나올 정도로 금 간 부위를 보수하며 살았는데 현대에 와서는 낡으면 부수는 게 일상화됐다. 그 폐기물량도 어마어마하다.”
Q : 기술이 발전한 요즘, 왜 흙집을 지어야 할까.
A : “흙을 구워서 만드는 벽돌의 경우 한장 굽기 위해 소비하는 석탄ㆍ석유량이 어마어마하다. 그렇게 많은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 자연 상태의 흙으로 집을 지을 수 있다면 지구촌이 어떻게 바뀌게 될까. 그리고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흙집에서 살고 있다. 원시로의 회귀가 아니라 현재진행 중인 그리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집 짓기 방법이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홍천 내면성당 현장에서. 왼쪽부터 이규봉 건축가, 이여주씨, 고 정기용 건축가, 고 신근식 교수. [사진 건축연구소 알콘]](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4/29/joongang/20190429092947037jptw.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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