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올해 외교청서에서 한국은 격하하고 중국 띄웠다

김상진 2019. 4. 2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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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외교청서 "한·일 관계 어려운 상황 직면"
"한국,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 표현 올해는 빼
"일·중 관계는 정상적인 궤도, 새로운 발전 단계"
외교부, 일본 대사관 관계자 초치해 강력히 항의
일본 정부가 23일 각의(내각 국무회의)에 보고한 2019년판 외교청서의 표지. 올해 외교청서에는 한국에 대해 갈등을 부각하며 홀대하는 내용이 두드러졌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공식 문서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낮추고 반대로 중국은 띄웠다. 일본 외무성은 23일 각의(내각 국무회의)에 보고한 올해 외교청서에서 “한·일관계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며 한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반면 중국에 대해선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가고, 새로운 발전을 지향하는 단계”라고 우호 기류를 강조했다.
일본의 외교 방침이나 국제정세를 정리한 문서인 외교청서는 외무성이 1957년부터 매년 발행하고 있다.
올해 청서는 한·일 양국 관계를 소개하는 첫머리에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 재판, 국제관함식에서의 욱일기 게양, 한국 국회의원의 독도 상륙, 한국 해군 군함과 자위대 초계기 간 레이더 갈등 등 양국 사이 벌어지고 있는 굵직한 갈등 현안을 거의 모두 적시했다. 그러면서 지난해와 달리 "한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표현을 뺐다.
반대로 중국과는 관계 개선이 강조됐다. 청서는 “동중국해를 사이에 둔 이웃 나라인 중국과의 관계는 일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양국 관계 중 하나이고, 양국은 긴밀한 경제 관계 및 인적·문화적 교류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한국과 관련해선 ‘위안부 문제’ ‘옛 조선반도(한반도의 일본 측 표현) 출신 노동자 문제’ 등 갈등 사안을 중점적으로 다룬 반면, 중국 관련 기술에선 ‘대중국 공적개발원조(ODA) 40년 회고’라는 특집을 싣는 등 양국 간 협력을 담았다.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평가절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확정한 ‘2018년 방위대강’에선 안보 파트너국 순위에서 한국을 3단계 강등시켰다. 2010년과 2013년 방위대강의 경우 미국을 제외하면 한국이 가장 먼저 등장했지만, 2018년에는 한국을 미국·호주·인도·동남아국가 다음에 배치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올해 시정연설(1월 28일)에선 한국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해만 해도 “미래지향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협력관계를 심화시켜 가겠다”고 말했지만, 올해의 경우 양국 관계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었다. 2012년 재집권 이후 처음이었다.
올해 외교청서에서 북한에 대한 기존 강경 입장은 완화됐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압력을 최대한 높여나간다”는 문구가 사라지고, 두 차례에 걸친 북·미 정상회담이 강조됐다. 지난해 청서에선 ‘대화와 압력’ ‘행동 대 행동’을 대북 방침으로 삼았지만, 올해는 납치 문제 해결과 국교 정상화 의지를 내세웠다. 아베 총리가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지난해 2월 9일)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과 만나 나눈 대화 내용까지 청서에 담았다. 정부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이 실린 올해 외교청서가 확정된 것과 관련해 이날 주한 일본대사관의 미스지마 고이치(水嶋光一) 총괄공사를 외교청사로 불러들여 강력히 항의했다.
외교부는 일본 외교청서에 담긴 독도·위안부·강제징용·동해 표기 등과 관련된 일본 측 주장이 잘못됐다고 항의하기 위해 23일 오후 미즈시마 고이치(水嶋光一)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오른쪽)를 초치했다. [연합뉴스]
한편 한·일 외교 당국자들은 이날 도쿄에서 양국 간 최근 현안을 놓고 국장급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한국 측에 후쿠시마(福島) 주변 8개 현의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철회,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한 일본 기업의 피해 방지 등을 요청했다. 한국 측은 수입금지 철회 요청에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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