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 강요하는 독특한 악당 타노스.. '엔드게임'의 결말은?
[오마이뉴스 이학후 기자]
<아이언맨>(2008)으로 시작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마블 코믹스에서 출간한 만화를 원작으로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 시리즈이자 슈퍼히어로들이 활약하는 영화 내 세계관)는 최신작 <캡틴 마블>(2019)까지 숱한 화제를 낳았다.
21편의 마블 영화 가운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출발점인 <아이언맨>, 슈퍼히어로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연 <어벤져스>(2012), 정치 스릴러와 액션의 조화를 이룬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는 높은 작품성과 놀라운 오락성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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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한 장면 |
|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토르: 라그나로크>(2017)의 쿠키 영상에서 지구로 향하던 아스가르드 피난선은 타노스(조쉬 브롤린 분)가 이끄는 우주선을 만난다. 그 시간에서 바로 이어지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첫 장면은 관객을 충격에 빠뜨린다. 우주선엔 죽은 아스가르드인이 즐비하고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분)는 타노스 앞에 쓰러져 있다. 어벤져스 멤버 중에 제일 세다고 알려진 헐크(마크 러팔로 분)는 파워 스톤만을 가진 타노스에게 완전히 무너진다. 관객에게 사랑받는 캐릭터 중 하나였던 로키(톰 히들스턴 분)와 토르의 가장 친한 친구인 해임달(이드리스 엘바 분)은 목숨을 잃는다. '인피니티 사가'의 최종 보스인 타노스는 도입부를 통해 압도적인 힘을 증명한다. 어떤 슈퍼히어로 영화도 보여주지 못한 과감한 전개다.
타노스는 "지는 기분이 어떤지 안다. 자신이 옳다고 여김에도 실패하는 그 좌절감"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슈퍼히어로가 패배하는 서사임을 암시하는 훌륭한 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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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한 장면 |
|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악의 조직 '히드라'의 수장인 레드 스컬은 <퍼스트 어벤져>(2011)에서 메인 빌런으로 등장했다. 강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테서랙트(스페이스 스톤)를 잡았다가 하늘로 방출하는 에너지에 휩쓸리며 사라진 레드 스컬은 이후 꾸준히 생존설이 제기되어 왔던 캐릭터다. 레드 스컬을 사라지게 만든 스페이스 스톤은 공간을 조작하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타노스가 가모라(조 샐다나 분)를 앞세워 소울 스톤이 있는 '보르미르'에 도착했을 때, 놀랍게도 소울 스톤을 지키는 수호자로 레드 스컬이 나온다. 그는 <퍼스트 어벤져>의 엔딩에서 죽지 않고 외계로 이동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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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한 장면 |
|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레드 스컬은 소울 스톤을 원하는 타노스에게 "스톤은 큰 대가를 요구합니다. 스톤을 소유하려는 그 힘을 이해한다는 의미로 희생을 치러야 합니다. 가장 사랑하는 것을 내놔야 하지요. 소울과 맞바꿀 영혼"이라고 대답한다. 타노스가 눈물을 흘리자 가모라는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타노스가 자가당착에 빠졌다고 비웃는다. 그러나 타노스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가 바로 가모라임이 밝혀지며 관객은 충격을 받는다. 복합적인 성격을 지닌 빌런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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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한 장면 |
|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분)는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에게 "타임 스톤을 지키기 위해선 너(아이언맨)나 저 꼬맹이(스파이더맨)를 가차 없이 버릴 거야. 우주의 운명이 아 스톤에 달렸으니까"라고 말할 정도로 냉정하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신념은 자신을 죽여서라도 마인드 스톤을 파괴하는 비전(폴 베타니 분)에게 "목숨을 놓고 거래하는 게 아니야"라고 말하는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분)의 태도와 배치된다.
그런 닥터 스트레인지가 아이언맨을 살리고자 타노스에게 순순히 타임 스톤을 내놓는 순간은 의아할 따름이다. 타임 스톤을 이용하여 1400만60개의 미래 중에 어벤져스가 이기는 단 하나를 본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제 최종 단계야"라고 설명한다. 이것은 이기기 위한 선택이고 변화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누군가를 희생해야 한다는 타노스의 주장이 아닌, 목숨을 거래하지 않아야 한다는 캡틴 아메리카의 신념에 손을 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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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한 장면 |
|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보통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악을 대변하는 캐릭터는 누군가를 지배하기 위해서 침략한다. 반면에 타노스는 다르다. 그는 뿌리 깊은 철학을 가진 악당이다. 타노스가 인피니티 건틀릿에 타임 스톤(시간), 파워 스톤(힘), 스페이스 스톤(공간), 리얼리티 스톤(현실), 소울 스톤(영혼), 마인드 스톤(정신)의 힘을 얻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주의 절반을 '핑거 스냅'으로 날리기 위함이다.
집단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타노스와 생명을 저울질할 수 없다는 어벤져스의 대결은 '인피니티 사가'를 관통하는 주제다. 타노스는 "우주는 유한해. 자원도 그렇고. 이대로 가면 아무도 못 살아남아. 바로 잡아야 해"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행위가 우주의 균형을 위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모든 일을 마친 후에 고향에서 풍경을 바라보는 타노스의 모습은 지배자를 꿈꾸는 악당과 거리가 멀다.
극 중에서 로키, 해임달, 가모라, 비전은 타노스에 의해 죽었다. 수많은 슈퍼히어로가 핑거 스냅으로 사라졌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10년을 장식한 슈퍼히어로들이 먼지가 되는 장면은 영화의 실로 충격적이다. 화면은 슬픔으로 가득하다. 패배의 서사는 그렇게 완성된다. 1980년에 극장에서 <스타워즈 에피소드 5-제국의 역습>을 보았던 관객이 느낀 충격이 이렇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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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한 장면 |
|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엔 앤트맨(폴 러드 분)과 호크 아이(제레미 레너 분)가 안 보인다. 이들의 부재는 극 중에서 다른 슈퍼히어로의 입을 빌려 설명된다. 그런데 쉴드의 전 국장인 닉 퓨리(사무엘 L. 잭슨 분)는 언급조차 되질 않는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이후 자취를 감추었던 닉 퓨리는 쿠키 영상에 나타난다. 그는 무선호출기로 캡틴 마블(브리 라슨 분)에게 연락을 취하고 먼지로 변한다. 이후 개봉한 <캡틴 마블>은 강력한 힘을 가진 캡틴 마블을 보여주며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다시 펼쳐질 타노스 대 어벤져스의 승부를 예고한다.
<캡틴 마블>에서 맹활약한 매력적인 고양이 구스를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도 볼 수 있을까? 이것 또한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참고로 <캡틴 마블>을 연출한 애나 보덴, 라이언 플렉 감독은 "구스는 캡틴 마블이 가진 파워의 50%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테서랙트를 삼킨 고양이답다. 어쩌면 고양이가 세상을 구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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