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미확인 단층 활성화"..기자회견, 어떤 얘기 오갔나

허정원 2019. 3. 2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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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극압·이수누수로 단층 자극
수리압 높아질수록 지진도 커
앞선 경주지진의 영향은 없어
향후 인근 지역 모니터링 중요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은 포항지열발전소에 의해 인위적으로 생긴 ‘촉발지진’으로 밝혀졌다. 20일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포항지진은 2016년 9월 경북 경주에서 일어난 규모 5.8 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컸던 지진으로 기록됐다. 다음은 조사연구단의 주요 발표 내용.

포항지진 원인은 PX-2에 고압으로 주입된 수리자극과 이수누수가 발생하며 단층에 가해진 압력 두 가지로 크게 분석됐다. [그래픽제공=연합뉴스]


심부지열발전(EGS), 어떻게 지진 일으켰나

이날 조사결과 발표는 (포항지진) 해외조사위원단장을 맡은 쉐민 게 미국 콜로라도대 교수가 맡았다. 그는 “포항지진으로 135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건물이 붕괴되는 등 약 7500만 달러(한화 약 848억원)의 직접 손실이 발생했다”고 피해 규모를 밝혔다. 이 외에도 간접적인 영향까지 합치면 전체적인 경제적 피해 규모는 약 3억 달러(약 3391억 원)에 달한다는 게 쉐민 교수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지진 발생의 원인은 정확히 무엇이었을까. 결론은 지하 약 4㎞까지 공극을 뚫어 물을 주입, 땅 밑에 인공저류층을 만드는 심부지열발전(EGS)의 특성 때문으로 나타났다. 지하 저장소에서 지열로 가열된 수증기가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EGS이기 때문이다. 쉐민 교수는 “2015년 9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PX-1과 PX-2 공극에 총 다섯 차례의 큰 수리 자극이 발생했다”며 “특히 24㎫(메가파스칼)의 압력으로 물이 주입된 PX-1과 달리, PX-2의 경우 이보다 훨씬 높은 압력이 가해졌다”고 설명했다.

PX-1과 PX-2 공극이 선으로 표시돼 있다. 파란색 점은 PX-1으로 촉발된 지진, 빨간색 점은 PX-2로 촉발된 지진이다. 노란색 별은 포항지진 당시 진원을 표시한 것이다. PX-1과 PX-2 공극의 끝 부분에서 집중적으로 지진이 발생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래픽제공=대한지질학회]
쉐민 교수가 증거로 제시한 그래프에는 PX-1과 PX-2에 물이 주입된 시기와 물의 양이 표시돼있었다. 주입된 물의 양이 많아질수록 발생한 지진의 크기도 커졌다. 특히 지진이 발생 약 3개월 전인 2017년 8~9월 PX-2에 주입된 물의 양은 일 최대 400㎡를 넘기도 했다. 높은 압력으로 주입한 유체에 의해 공극압이 주변으로 확산됐고, 이것이 규모가 작은 미소지진을 순차적으로 유발시켰다는 설명이다. 이 영향은 결국 포항지진의 진원 위치에 도달, 누적됐고 임계응력상태에 있던 단층에서 포항지진이 발생하게 됐다.
이강근 포항지진 조사연구단장은 “PX-2 굴착과정에서 이수(Drilling Fluid) 누수가 발생한 것도 원인”이라며 “당시 시추 과정에서 썼던 이수의 밀도가 기존 물의 1.6배로 크게 높아 누출시 압력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수 누출지점은 PX-2 관정 3800m 지점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지진의 진원 깊이인 4㎞와 맞아 떨어진다.
2015년 9월에서 포항지진이 발생한 2017년 11월까지(X축) PX-1과 PX-2에 주입된 물의 양(오른쪽 Y축)과 발생한 지진의 규모(왼쪽 Y축)가 표시돼있다. 수리자극과 수압이 높아질 수록 지진의 강도도 세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픽제공=대한지질학회]

그는 또 “쿨롱 응력변화가 0.01㎫ 이상이면 단층 지진발생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많다”며 “2017년 9월 18일 5차 수리작업 이후 공급압 변화가 PX-1·PX-2 단층 주변에 폭넓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극에 주입된 수압, 미확인 단층 재활성화했다

쉐민 교수는 이어 “PX-2 주입에 의해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단층대가 활성화됐다”며 “이것이 결과적으로 규모 5.4의 포항지진을 촉발했다”고 밝혔다. 이강근 단장 역시 포항지진을 촉발한 미확인 단층의 정체에 대해 입을 뗐다. 그는 “포항지진을 일으킨 단층은 기존 곡강단층의 반대방향으로 경사하는 ‘반향단층’인데 이것이 역단층으로 재활성화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PX-2 공극으로 인해 발생한 진흙 유실과 지진 활동성을 나타낸 그래프. 역시 연관성이 높게 나타났다. [그래픽제공=대한지질학회]
이강근 단장은 또 “진원 위치로부터 추정한 곳에 (지진을 유발한) 과연 단층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증거를 말씀드리겠다”며 “PX-2 시추과정에서 회수됨 암편들을 현미경 분석을 통해 살펴본 결과, PX-2 3800m 지점 위쪽에 단층 가우지(단층 점토)가 분포대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아래쪽으로 이수누출이 집중적으로 발생해 단층핵 분포와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연구단은 EGS와 포항지진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2009년 1월 1일부터 2017년 11월 포항지진까지 포함해 총 520개의 지진을 식별했다고 설명했다. 이강근 단장은 “그 중 EGS 반경 5㎞이내·진원 깊이 10㎞ 이내인 것을 선별해 총 98개의 지진 목록을 제작, 진원 위치를 3차원으로 추적했다”고 밝혔다.


“포항지진, 유발지진 아닌 촉발지진”

이강근 포항지진정부조사연구단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항지진과 지역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연구단 결과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 원인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진과 지열발전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포항지진 조사연구단'을 구성하고, 작년 3월부터 약 1년간 정밀조사를 진행해 왔다. 2019.3.20/뉴스1
연구단은 포항지진의 성격을 명확히 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유발(induced) 지진’과 ‘촉발(triggered) 지진’의 정의를 달리했다. 쉐민 교수는 “유발지진은 암석에 압력이 가해진 범위 내에서, 촉발지진은 자극이 된 범위를 초과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발생하는 것”이라고 구별했다. 규모 5.4로 발생한 포항지진의 경우, 자극을 받은 지역적 범위를 넘어서서 그 크기가 확대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단은 유발지진과 촉발지진 모두 인위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앞서 일어난 경주지진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은 부인했다.

미소지진이 발생한 초기에 수리자극을 중단했어도 포항지진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보냐는 참석자의 질문에는 “가정을 한 상황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분석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발·촉발의 구별에 따라 책임 여부가 달라지냐는 질문에도 역시 “법적 판단은 범위 밖의 일”이라고 답변을 아꼈다.

대한지질학회 주최로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연구단 결과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포항지진 시민연대 회원들이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연구단은 향후 지진에 대한 감시가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강근 단장은 “지금은 포항지열발전소가 발전 행위를 하지 않고 있지만, 그냥 두기로 할 경우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메니코 지알디니 스위스 취리히공대 교수는 “지진 예측은 불가능하다”며 “지진 예방을 위해 관련 기록을 중심으로 건물을 보호하는 규정 등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성은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 공동대표는 “이미 포항시민 1300여명이 함께 포항지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둔 상태”라며 “향후 소송인단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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