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왕 생전 퇴위, '헤이세이 최후의 ○○'에 지갑 여는 일본인들

장지영 기자 2019. 3. 20.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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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호(年號)는 과거 아시아의 군주국가에서 사용하던 연도 기록법이다.

1989년 1월 7일 아키히토(明仁) 일왕 즉위부터 사용해온 연호 헤이세이(平成)가 4월 30일 막을 내린다.

최근 일본에선 연호 변경을 앞두고 '헤이세이 최후(平成最後) 마케팅'이 붐이다.

지난 1월 출시한 '헤이세이 최후의 감자칩'은 봉지에 헤이세이 관련 시사용어를 적어넣어 더 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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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30일 퇴위하는 아키히토 일왕이 지난 12일 도쿄의 고쿄(皇居·왕궁) 내 사당인 규추산덴(宮中三殿)에서 첫 퇴위 의식을 치르고 있다. AP뉴시스

연호(年號)는 과거 아시아의 군주국가에서 사용하던 연도 기록법이다. 일본은 지금도 서력(西曆)과 함께 연호를 사용하는 유일한 국가다. 관공서와 학교 등 공공 분야에서도 서력보다 연호를 사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래서 일본인에게 연호의 변화란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1989년 1월 7일 아키히토(明仁) 일왕 즉위부터 사용해온 연호 헤이세이(平成)가 4월 30일 막을 내린다.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5월 1일 취임하면서 새로운 연호가 사용될 예정이다.

최근 일본에선 연호 변경을 앞두고 ‘헤이세이 최후(平成最後) 마케팅’이 붐이다. ‘헤이세이 최후의 크리스마스’ ‘헤이세이 최후의 밸런타인’ ‘헤이세이 최후의 세일’ 등 지난해 하반기부터 ‘헤이세이 최후’라는 홍보 문구가 빠지지 않는다. 연호 변화를 매출 확대의 기회로 삼으려는 웨딩업계, 유통업계, 여행업계 등이 주도하고 있다.

웨딩업계는 헤이세이 시대에 태어났거나 성장한 20, 30대가 헤이세이 시대가 끝나는 것을 아쉬워하는 분위기에 주목했다. 실제로 4월 결혼식 예약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증가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일본 고급 호텔 체인인 프린스호텔은 전국 7개 지점에서 4월 30일 자정 즈음에 진행하는 웨딩 상품을 판매했다. 심야 결혼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지만 예비 신혼부부들의 호응이 좋았다. 이 결혼식은 자정에 맞춰 신랑신부가 키스를 나누거나 가족 및 친구들과 함께 카운트다운을 하도록 연출된다.

초콜릿, 휴대전화, 고급 손목시계, 과자(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 판매 포스터와 봉투에는 ‘헤이세이 최후의 마케팅’을 펼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헤이세이는 아키히토 일왕의 연호다. AP뉴시스

유통업계에서는 헤이세이 시대의 추억을 자극하는 상품 기획전을 잇따라 펼치고 있다. 야마자키 제빵회사는 헤이세이 시대에 히트했던 빵들을 모아 한정 판매하는 ‘추억 마케팅’의 반응이 좋자 2탄을 내놓기로 했다. 과자업체 고이케야는 4월 30일을 유통기한으로 하는 특별 과자를 내놓았다. 지난 1월 출시한 ‘헤이세이 최후의 감자칩’은 봉지에 헤이세이 관련 시사용어를 적어넣어 더 큰 화제를 모았다. 1주일 만에 준비된 물량이 모두 팔렸다.

호린도를 비롯한 대형 서점들 역시 헤이세이 관련 소설, 게임, 오타쿠 문화 등을 모은 특별전을 열어 매출이 크게 늘었다. 백화점 다이마루 마쓰자카야는 ‘헤이세이’라고 적힌 대형 순금 기념화폐를 30만엔에 판매했다. 방송사도 헤이세이 시대 애니메이션, 영화, 가요 등을 모은 특집방송을 잇따라 내보냈다.

이런 마케팅이 넘쳐나는 것은 아키히토 일왕이 예외적으로 생전 퇴위를 단행하면서 새로운 일왕의 즉위가 축제로 받아들여진 덕분이다. 근대화 이후 메이지(明治·1868~1912)-다이쇼(大正·1912~1926)-쇼와(昭和·1926~1989)-헤이세이(1989~2019) 시대의 변경은 전임 왕의 타계와 함께 이뤄지는 만큼 엄숙하고 경직된 분위기와 함께 시작됐다.

올해 새 일왕이 즉위하는 5월 1일이 휴일로 지정되면서 일본 최대 연휴기간인 ‘골든 위크’가 최장 열흘로 늘어난 것도 축제 분위기에 일조했다. 이 기간 여행상품은 지난해 말부터 불티나게 팔렸고, 해외여행 예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배나 증가했다.

마케팅만이 아니다. ‘헤이세이 최후’ 해시태그를 붙인 글과 사진도 소셜미디어에 넘쳐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헤이세이 시대는 사람들의 관심이나 가치가 다양해지면서 공통적 체험을 갖기 어려운 시대였지만 ‘헤이세이 최후’는 일체감을 느끼게 하는 말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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