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청소년 탈선지대] 보는 눈 없어 담배 피우고 술..'탈선의 방' 코노·무인텔
6일 오후 10시가 넘어 찾은 서울 노원구 한 무인 코인노래방에서는 10대 학생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총 10여 곳 중 5개 방에 교복 입은 학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나머지 방들도 교복은 입지 않았지만 청소년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이었다. 노래방 입구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노원구 주민 강모(30)씨는 “대학생이 모이는 곳보다 청소년들이 모이면 더 시끄럽다”며 “코인노래방에 밤늦게까지 들락거리면서 담배 피우고, 바닥에 침 뱉고 고성방가를 해서 주민들 불만이 크다”고 전했다.
업주가 상주하지 않고 폐쇄회로(CC)TV와 무인 판매기만으로 운영되는 코인노래방 등 점포가 늘면서 이곳이 청소년 탈선지대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무인으로 운영되는 곳은 청소년을 걸러서 받기 어렵다. 지난 5일 찾은 코인노래방이 밀집한 서울 건대입구역 근처 13곳의 코인노래방 중 7곳은 모든 방에 ‘청소년실’이라고 붙여놔 사실상 청소년 이용에 제한은 없어 보였다. 한 점주는 “청소년이 많이 오니까 청소년실을 붙여 놨다. 별 의미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분증 검사 안 하는 무인텔...경고 문구만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무인텔을 운영하는 숙박업자는 종사자를 두지 않은 경우 신분증으로 나이를 확인하는 설비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6일 가본 서울 월곡역 인근 무인텔은 누구나 이용 가능했다. 모텔 입구에 있는 무인결제기로 예약 가능한 방을 고른 후 결제하면 문이 열리는 시스템이다. 신분증 확인 기능은 없었다. ‘직원 호출’ 버튼이 있었지만, 결제를 진행하는 동안 관리인은 보이지 않았다. 모텔 곳곳에 붙은 ‘미성년자 사용을 금합니다. 환불 안 해드립니다’ 등의 경고 문구가 무색했다.
박수경 광진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은 “학생이 청소년 출입 금지 업소를 이용할 경우 무인업소라고 해도 주인이 처벌을 면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코인노래방의 경우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무인 성인용품점과 무인텔은 더 엄격한 처벌을 받는다. 청소년 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
업주 처벌은 미미...청소년 처벌 방법은 없어
그러나 처벌받는 사례는 많지 않다. 건대입구를 관할하는 광진구청 관계자는 “노래방의 경우 주류 판매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 일이 대부분”이라며 “청소년 관련 건으로 처분된 것은 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배영찬 서울지방경찰청 풍속단속계장 역시 “먼저 신고가 들어오지 않으면 적발이 쉽지 않아 처벌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밝혔다. 또 출입금지 장소를 이용하더라도 청소년은 전혀 처벌받지 않는다.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배 계장은 “청소년 보호법의 취지가 학생들이 올바르게 크기를 바라는 것이다 보니 학생의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인 운영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청소년 불법 이용을 막는 방법도 있다. 무인편의점의 담배 판매가 대표적이다. 무인판매기에서 담배를 살 수 있는데, 신분증은 물론 지문까지 일치해야 한다. 위조 신분증을 사용하더라도 담배를 구매할 수 없다. 편의점도 처음부터 이 같은 장치를 마련한 건 아니었다. 이마트 24 관계자는 “처음에는 신분증, 지문 인식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유튜버들이 교복을 입고 와서 담배 사는 영상을 올리면서 청소년들에게 소문이 나 담배를 사는 부작용이 일어났고 이후 보안을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 한정란 한서대 보건학부 교수는 “청소년기에는 자제 능력이 아직 발달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무인 서비스는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며 “연령과 본인 인증 기능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가영·남궁민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