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안방'은 연예인·인플루언서에 내주고..밀려나는 쇼핑호스트들

서지영 2019. 2. 1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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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서지영]
홈쇼핑의 '꽃' 쇼핑 호스트들이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쇼핑 채널의 중심에서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까지 맡지만 최근 모양새가 달라지고 있다. 쇼핑 프로그램 메인에는 어느덧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셀러브리티가 자리를 잡고 있다. 쇼핑 호스트들은 이들을 거들거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수준으로 역할이 줄고 점차 밀려나는 분위기다.

홈쇼핑 셀러브리티·연예인 모시기 혈안

왕영은·최유라·최화정·알렉스·문천식·김지혜….

이들은 최근 홈쇼핑 업계를 주름잡는 방송인이자 인플루언서들이다. 길게는 수십 년에 걸친 방송 경력과 긍정적 이미지를 갖춘 이들은 홈쇼핑 업계에선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으로 통한다. 이들이 한번 홈쇼핑 방송에 뜨면 적어도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대 매출을 올리기 때문이다.

압도적이다. 현대홈쇼핑에서 '왕영은의 톡 투게더'를 진행 중인 왕영은은 지난 12년간 누적 판매액이 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쇼핑 마니아층'을 형성했다는 개그맨 문천식은 지난해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홈쇼핑 경력 8년 동안 어림잡아 5000억원 정도 벌었다. 홈쇼핑 업계에 남자 셀러브리티가 없다 보니 경쟁자도 없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에서 '최유라 쇼'를 진행하는 최유라는 지난해 롯데홈쇼핑의 취급액 4조원 중 5%가량을 담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홈쇼핑 업계가 쇼핑 호스트 대신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등 셀러브리티 섭외에 공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정적 이미지와 인지도를 발판으로 출연만 하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다 보니 일단 모시고 보는 것이다.

물론 출연료 부담이 작지 않다. 각 홈쇼핑 업체들은 이들의 연봉을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문액에 따른 러닝 개런티 또는 '고정급' 방식 등을 통해 유명 쇼핑 호스트보다 더 많은 액수를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쇼핑 업체 입장에서는 일단 물건을 많이 팔아야 제품을 의뢰한 기업에서 받는 수수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셀러브리티를 기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연예인 못지않은 영향력을 가진 개별 인플루언서들도 홈쇼핑의 영역에 발을 들이고 있다. CJ ENM 오쇼핑은 최근 SNS 유명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세포마켓'을 선보였다. 푸드 크리에이터 '소프'가 쇼크라이브 '인싸쇼핑'에 출연해 직접 상품을 판매했다. 롯데홈쇼핑은 뷰티 크리에이터 '아름송이'가 출연한 모바일 생방송을 선보인 바 있다.

롯데홈쇼핑은 유명 BJ들이 쇼핑 호스트에 도전하는 컨셉트의 모바일 생방송 협업을 꾸준히 해 왔다.

현대홈쇼핑은 인플루언서 온라인 전용 매장 '훗'을 운영한다. ‘훗’ 매장에 처음 입점한 SNS 인플루언서들은 여성 의류·핸드백·주얼리·화장품·건강식품 등 분야에 거쳐 200여 개 상품을 선별해 판매한다.

한때 유명인이 홈쇼핑에 나오면 그 자체가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젠 배우와 개그맨·가수 등이 출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한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제품을 판매할 때 쇼핑 호스트 말고도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함께 나오는 건 하나의 흐름이다. 소비자가 홈쇼핑을 물건을 사는 채널로만 보지 않고 재미와 볼거리를 동시에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라면서 "'쇼퍼테인먼트(Shoppertainment·쇼핑과 엔터테인먼트의 결합)'라는 신생어가 생긴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설 자리 잃은 쇼핑 호스트들…"방송 경험 못 쌓고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쇼핑 호스트는 보조석으로 밀려나고 있다.

인플루언서나 연예인이 출연하면서 쇼핑 호스트가 프로그램의 '메인' 자리에 앉기 힘들어졌다. 인플루언서의 말을 받아 주거나 전반적인 흐름을 이끌어 가는 진행자 수준에 멈춰 선 쇼핑 호스트도 많다. 누구보다 판매 제품을 많이 이해하고 시청자를 설득해야 할 이들의 역할이 축소됐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방송에 얼굴을 자주 비치는 쇼핑 호스트 역시 얼굴이 고정돼 있다. 롯데홈쇼핑·CJ ENM 오쇼핑·현대홈쇼핑·GS홈쇼핑 내에서 이른바 상품을 잘 판다고 소문난 '간판급' 쇼핑 호스트는 하루에도 복수의 프로그램에 나서는 경우가 잦다.

신입들은 경험을 쌓을 곳이 사라져 간다. 인플루언서와 방송인에 더불어 유명 쇼핑 호스트 선배에게 막혀 방송할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처 성장할 기회를 얻기 전에 업계를 떠나야 하는 상황도 온다.

서울 시내 쇼핑 호스트 양성 학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 15일 일간스포츠와 전화 통화에서 "입사 2~3년 안에 퇴사하는 사례가 많다. 방송 기회도 과거보다 줄어들었고,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도태되고 있다. 대부분 계약직이기 때문에 (사측에서도)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겹치기 출연을 지켜보는 시청자의 피로도 역시 상당하다.

홈쇼핑에서 물건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주부 이현진씨는 "홈쇼핑에 '가성비' 좋은 물건이 많고, 이런저런 정보도 알 수 있어 자주 시청한다"며 "그런데 비슷비슷한 제품을 같은 쇼핑 호스트가 반나절도 안 돼 또 판매하고 있어 혼란스러웠다. 항상 '자신이 써 봤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떤 제품을 써서 저렇게 좋은 피부를 갖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오전에 특정 세럼을 팔면서 "내가 사용해 보니 정말 좋다. 피부가 달라진 것이 보이나"라고 반문했던 쇼핑 호스트가 저녁에는 마사지 기계와 앰플이 결합된 제품을 들고 나와 똑같은 멘트를 반복하더라는 것이다.

홈쇼핑 업체 입장에서는 세럼과 마사지 기계 및 앰플 결합 상품은 '다른 카테고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결국 다 비슷한 화장품·미용 상품이다.

겹치기 출연을 하면서 쇼핑 호스트에 대한 불신도 깊어진다. 이씨는 "과거에는 쇼핑 호스트를 굉장히 신뢰했는데, 요즘은 아니다. 쓰는 것마다 좋다고 한다. 그냥 당장 팔려다 보니 칭찬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플루언서가 쇼핑 호스트의 자리를 침범하면서 점차 직군 합격자들도 다양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방송인 출신이 다시 쇼핑 호스트가 되곤 했는데, 요즘에는 마케팅이나 영업하던 분들이 쇼핑 호스트에 도전했다가 합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홈쇼핑 업체도 방송 일 말고 자신만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점차 찾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홈쇼핑 연예인·인플루언서 봇물…부작용도 표면화

인플루언서와 스타가 판매의 중심에 서면서 불신 현상도 표면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말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사용하는 줄 알고 믿고 제품을 구매했지만, 최근 들어 '상술'이라는 생각을 갖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이들이 제공하는 콘텐트가 인기를 끈 이유는 연예인 광고모델과 달리 일반인 입장에서 제품을 써 본 '순수한' 후기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타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과열되고, 여기저기 얼굴을 보이면서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최근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는 '연예인이 홈쇼핑에서 팔기에 믿고 샀는데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기업도 덫에 빠졌다. 제품 판매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던 인플루언서와 스타 때문에 한숨을 쉬는 기업도 나온다.

애경산업의 에센스커버팩트 '에이지투웨니스'는 홈쇼핑이 만든 최고의 히트작 중 하나로 꼽힌다. 2013년 출시 이후 5년 만에 국내 홈쇼핑 누적 매출 5000억원을 돌파했다. 치약과 샴푸 등 생활용품에 편중돼 있던 애경산업은 에이지투웨니스 덕분에 뷰티 기업으로서 명성을 다시 쌓고 있다. 지난해 무려 58% 가까이 치솟은 영업이익도 사실상 에이지투웨니스 덕이었다.

'잘나가는' 에이지투웨니스도 최근 가슴을 쓸어내렸다. 모델이자 홈쇼핑 판매를 사실상 도맡은 견미리씨 때문이었다. 견씨는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남편 때문에 구설에 올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견씨의 홈쇼핑 출연을 막아 달라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유탄'은 에이지투웨니스가 고스란이 맞았다. 견씨가 '자의 반 타의 반' 방송을 쉬게 되면서 판매량도 주춤했다. 지난 5년 동안 건실하게 쌓은 에이지투웨니스의 이미지도 손상됐다.

견씨는 에이지투웨니스의 돌풍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견미리 팩트'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였다. 그만큼 잘 팔았다. 하지만 견씨 가족이 스캔들에 휘말리고 여론이 악화하면서 위기도 함께 겪었다.

국내 중소 화장품 업체의 한 관계자는 "견미리 팩트가 주춤하면서 C업체의 파운데이션이 후광을 봤다더라. 견씨가 출연하지 않은 틈새를 치고 나간 것"이라며 "견씨가 에이지투웨니스를 들었다 놨다 하는 셈이다. 잘 파는 건 분명한데, 그래도 한 모델에게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했다. 애경산업의 주력 화장품이 사실상 에이지투웨니스 하나인데, 홍보와 판매까지 오직 한 사람에게만 기댔다는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전에는 인플루언서도 한 사람의 소비자였지만 유통 업계와 결합하면서 상업화돼 점점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잃고 있다"며 "그럼에도 인플루언서들의 막대한 영향력을 활용하려는 유통 업계의 마케팅은 당분간 꾸준히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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