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절만 200번..자괴감도" 더빙 도전한 뮤지컬 스타

이지영 2019. 1. 31.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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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간판스타 정선아·한지상
애니 '메리 포핀스'서 목소리 연기
원작의 노래·랩 부분 한국어 더빙
"입 모양은 물론 호흡까지 맞췄다"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 더빙판에 참여한 뮤지컬 배우 정선아(왼쪽)와 한지상.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정선아(35)와 한지상(37). 우리나라 뮤지컬계 두 간판 배우가 영화 더빙에 도전했다. 다음달 14일 개봉하는 디즈니 뮤지컬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에 목소리 출연한다. 정선아는 에밀리 블런트가 연기한 주인공 메리 포핀스 역을, 한지상은 린-마누엘 미란다가 맡은 점등원 잭 역을 담당했다.

두 사람은 우리나라 대극장 뮤지컬 무대에서 주인공을 도맡아왔다. 2002년 뮤지컬 ‘렌트’ 미미 역으로 데뷔한 정선아는 ‘위키드’의 글린다, ‘아이다’의 암네리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마리아, ‘웃는 남자’의 조시아나 공작부인 등으로 이름을 날렸다. 한지상 역시 ‘프랑켄슈타인’ ‘데스노트’ ‘모래시계’ ‘두 도시 이야기’ 등의 주인공을 거쳤고, 최근엔 코미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에서 다이스퀴스 가문 1인 9역을 탁월한 연기력으로 소화해내 화제가 됐다.

뮤지컬계의 최정상 배우들이 애니메이션도 아닌 실사 영화의 더빙 작업에 참여한 이유가 뭘까. ‘메리 포핀스 리턴즈’ 의 쇼케이스와 첫 시사회가 열린 26일 두 사람의 소속사인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이들을 만났다.

이들의 출연 동기엔 ‘팬심’의 몫이 컸다. 두 사람 모두 “어린 시절 디즈니 애니메이션 덕에 뮤지컬이 뭔지 알게 됐다”면서 “디즈니 영화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있어 선뜻 응했다”고 말했다. 한지상은 ‘메리 포핀스 리턴즈’의 출연진에 대한 팬심까지 드러냈다. “메릴 스트립과 콜린 퍼스의 출연 영화에 더빙으로 참여하게 된 게 영광스럽다”는 것이다.

‘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줄리 앤드류스가 주연한 ‘메리 포핀스’(1964)의 속편이다. 전작에서 어린아이였던 마이클과 그의 세 자녀들에게 메리 포핀스가 다시 돌아와 기쁨과 행복을 찾는 여정을 그린다. 메릴 스트립은 메리 포핀스의 괴짜 사촌 톱시 역을, 콜린 퍼스는 마이클이 일하는 은행의 은행장 윌리엄 웨더롤 윌킨스 역을 맡았다. 한지상이 연기하는 잭 역의 린-마누엘 미란다는 브로드웨이에서 유명한 뮤지컬 배우이자 작곡·작사가다.

두 사람 모두 영화 더빙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사는 전문 성우가 맡고 이들은 노래와 랩 부분을 소화했다. 원 배우의 연기 스타일, 입 모양과 호흡까지 맞춰야 하는 작업이었다.

한지상은 “배우로서의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 장면에서 나는 이렇게 안 했을 텐데…’란 생각을 내려놓고 린-마누엘 미란다의 분신처럼 연기해야 했다”는 것이다. 정선아 역시 “영어를 말하는 입 움직임에 한국어 가사를 맞춰야 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한 소절을 200번 넘게 다시 부르기도 했다. 자괴감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곡도 많았다. 이들은 “‘렛 잇 고’처럼 고음으로 길게 뽑는 곡은 잘해 보이기가 도리어 쉽다”(정)면서 “디테일의 싸움”(한) 이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영화에서 부른 노래는 각각 다섯 곡, 여섯 곡이다. 26일 쇼케이스 무대에서 정선아는 메리 포핀스의 노래 ‘잃은 것들이 숨어사는 곳(The Place Where Lost Things Go)’을, 한지상은 점등원 잭이 부르는 ‘사랑스런 런던 하늘(Lovely London Sky)’을 들려줬다.

더빙하며 다른 배우의 연기를 100번, 200번 반복해서 보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배운 것도 많다. “에밀리 블런트의 연기가 정말 훌륭했다. 완벽한 행복의 아이콘이었다. 나 역시 안주하지 말고 계속 배우며 노력해야겠다”(정), “린-마누엘 미란다의 연기 톤에서 이타심이 느껴졌다. 진심이 최고의 기술이더라. 배우로서 자극을 많이 받았다”(한)고 했다.

이들의 바람은 뮤지컬 공연처럼 이번 영화에도 보고 또 보는 ‘회전문 관객’이 생기는 것이다. “뮤지컬 공연을 극장에서 보는 느낌일 것”이라면서 “평소 자막 버전을 보던 어른 관객들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웰메이드 더빙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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