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서도 어머니 탓..2년만에 끝맺은 '일가족 살해'의 비극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잔혹하면서도 파렴치한 범행이었다”…“사람이라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했다”
자신의 어머니와 동생, 의붓아버지를 잔인하게 살해해 법정에 선 김성관(37)에게 사건을 맡은 1·2심 판사들이 한 말이다. 재판부는 김씨가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질렀다고 보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공범으로 기소된 아내 정모(34)씨는 남편의 지시를 추상적으로 따른 점이 참작돼 18일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이 정씨의 형을 확정하면서 약 2년에 걸친 일가족의 비극은 끝을 맺었다.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김씨가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현장이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참혹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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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통화에 녹음된 살해 정황…“한 마리 남았다”
지난 2017년 10월 25일, 경기 용인의 아파트에서 55살의 어머니와 14세의 아들이 숨져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이 출동했다. 시신에는 흉기에 수 차례 찔린 흔적이 있었고 시신 위에는 밀가루가 뿌려져 있었다. 다음날에는 아버지마저 죽은 상태로 강원도의 한 콘도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에서 발견됐다. 일가족이 이틀 만에 몰살당한 것이다.
범인은 금방 좁혀졌다. 첫째 아들 김성관씨가 나흘 전 아파트를 드나드는 모습이 CCTV에 잡힌 것이다. 김씨는 어머니의 계좌에서 1억 2000만원가량을 빼갔다. 아내 정모와 두 딸을 데리고 뉴질랜드로 달아난 김씨는 약 80일만에 붙잡혀 국내 송환됐다.
김씨는 붙잡히자마자 혐의를 빠르게 인정했다. 하지만 아내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다”며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의 조사 결과는 달랐다. 김씨는 범행을 저지르기 전에 아내와 함께 강원도의 한 리조트에 머물렀는데, 리조트 전화에 부부의 통화 내용이 자동 저장된 것이다. 녹음된 파일에는 김씨가 가족을 살해한 후 리조트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내에게 “둘 잡았다. 하나 남았다”, “옷이 더러워졌다. 갈아입을 옷이 필요하다”고 말한 대화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김씨와 정씨를 공범으로 보고 존속살해와 사체유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어머니가 버렸다고 생각했다”…금전 지원 중단하자 범행
재판부는 김씨가 남다른 성장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비뚤어졌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의 친아버지는 태어나기도 전에 사고로 숨졌다. 어머니는 일을 하기 위해 김씨를 외할머니에게 맡겼는데 재판부는 이 때문에 김씨가 어머니를 혐오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봤다.
그는 이후 새 가족이 된 의붓아버지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이복동생은 어머니로부터 사랑을 빼앗아가는 존재라고 여겼다.
하지만 가장 큰 동기는 돈이었다. 김씨는 아내와 처가 식구들에게 외국 유명 대기업의 한국 지부장인 것처럼 거짓 행세해왔다. 자신의 할아버지가 백억 원대의 자산가이고 곧 유산을 상속받게 될 거라고도 했는데 김씨는 점점 거짓말을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지인에게는 아들의 뉴질랜드 유학을 도와주겠다는 사기를 쳐서 고소마저 당할 처지였다.
김씨는 힘들 때마다 어머니에게 손을 벌렸다. 어머니는 때때로 아들에게 돈을 건네기도 했지만, 여의치 않은 형편에 계속 돈을 줄 수만은 없었다. 어머니로부터 “더이상 돈을 줄 수 없다”는 말을 듣자 김씨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김씨는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재판 내내 김씨는 “어머니가 나를 서운하게 했다”며 끝까지 부모 탓을 했다. 검찰은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김씨에게 사형을 구형했지만 1~3심 모두 무기징역이 내려졌다. 김씨가 평생을 교도소에서 보내며 참회하고 속죄하도록 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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