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털로 양치질 해야하나..플라스틱 없는 고통의 3일

![그린피스가 공개한 한국이 필리핀에 불법 수출한 폐기물. 이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는 지난해 7월부터 필리핀 미사미스 오리엔탈 타골로안 자치주 소재 베르데 소코 쓰레기 하치장에 버려져 있다. 환경부는 필리핀에 불법 수출된 플라스틱 쓰레기 6천300t을 국내로 다시 들여오기 위해 현재 필리핀 정부와 협의 중이다.[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1/14/joongang/20190114110150869ctyq.jpg)
박해리 기자(이하 박)- 일단 우리가 꼭 써야 하는 플라스틱은 제외해봅시다. 업무를 위해서 꼭 필요한 노트북과 스마트폰은 어쩔 수 없이 사용하기로 해요. 대신 마우스는 쓰지 말고요.
이가영 기자(이하 이)-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쓰려면 충전기도 필요할 것 같아요. 충전기도 모두 플라스틱으로 돼 있더라고요.
박- 그렇네요. 충전이 되지 않으면 두 전자기기는 모두 무용지물이니. 플라스틱도 종류가 워낙 많지만, 일상 생활용품에 많이 쓰는 페트(PET), 비닐봉지나 포장 용기에 주로 사용되는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과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과자 포장지에 주로 쓰이는 폴리스티렌(PS)이 포함된 플라스틱을 제외하기로 해요.
이- 막상 플라스틱 안 쓰려고 보니까 너무 어려워요. 일단 씻는 게 제일 문제예요. 샴푸·린스·샤워젤·손 세정제·치약까지 다 플라스틱에 담겨 있잖아요. 그러고 보니 칫솔은 플라스틱 그 자체네요. 이거 어떡하죠?


박- 샴푸와 보디 샤워까지는 구할 수 있는데 치약은 정말 찾을 수가 없네요. 천연제품 파는 매장에도 고체치약은 의약품으로 분류돼서 수입할 수가 없대요. 마트에서 치약을 파는 코너에 가도 전부 플라스틱 뚜껑의 치약만 있어요. 그래서 전 직접 가루 치약을 만들었어요. 베이킹소다와 천일염 프로폴리스, 코코넛 오일을 함께 넣고 섞어서 사용했어요.
이- 치약 맛은 어때요? 시중의 치약처럼 상쾌한 맛이 나나요?
박- 일단 소금이 들어가서 짜고 온갖 게 섞여 특이한 맛이 나요. 제대로 섞이지 않은 베이킹소다 가루가 날리기도 하고. 3일 동안 이것만 써야 한다니 걱정이네요.

![고체 파운데이션. 아랫부분 손잡이는 플라스틱이 아닌 왁스다. [사진 러쉬 홈페이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1/14/joongang/20190114110152541todb.jpg)
이- 고체 파운데이션도 있더라고요. 검은색 스틱 부분은 플라스틱이 아니라 왁스예요. 제 피부가 건조한 편이라 고체 파운데이션 써도 되려나 했는데 막상 펴 발라 보니까 살에 닿을수록 촉촉해지더라고요. 인도네시아 니아스 지역에서 구매한 코코넛 오일로 만들었는데, 구매비용 10%는 치과, 글쓰기 수업처럼 해당 지역 사회 기반 시설 구축을 위해 기부도 된대요. 단점이라면 파운데이션을 더 잘 펴 바르기 위해선 역시 플라스틱으로 만든 스펀지가 있어야겠더라고요.
박- 그거라도 발라야겠네요. 요즘 겨울이고 찬바람도 강한데 로션 하나만 바르니까 피부가 허옇게 일어나네요. 플라스틱 없이 살면 건강한 생활이 될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난관이 많아요.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쓰려고 보니 텀블러에도 플라스틱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게 없더라고요. 그리고 방 물건을 정리하면서 알았는데 여자들 속옷인 브래지어에도 플라스틱이 있더라고요. 훅 부분이나 끈 연결 부위는 다 플라스틱이에요. 플라스틱이 없는 속옷을 찾아보니 운동할 때 입는 천으로 된 스포츠 속옷뿐이더라고요.

이- 여성들은 플라스틱에 많이 노출되는 거 같아요. 빨아서 쓰는 면 생리대 말고는 생리대나 탐폰에도 플라스틱이 포함돼 있어요.
이- 먹는 건 어떻게 해결하세요? 배달이나 포장 음식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길 테고, 음식을 해 먹으려고 해도 마트에서 파는 식품이 다 비닐 포장되어 있으니까 살 수 있는 게 거의 없더라고요. 종이로 담긴 용기에 있는 계란 정도?


이- 그래서 저 오늘 국내 최초로 쓰레기 없는 삶을 추구하는 매장 ‘더 피커’에 갔어요. 여기는 플라스틱·비닐 포장이 없어요. 친환경 채소와 이를 활용한 건강식을 파는 레스토랑인데요. 과일들은 바구니에 담겨 있고, 곡물들은 유리병에 담겨 있어요. 찻잔은 당연히 머그잔이고, 그 안엔 투박한 나무 수저가 꽂혀 있더라고요. 야자 나뭇잎 접시, 대나무 빨대도 팔았어요. 어딘가 흠집도 있고, 매끈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왠지 모를 푸근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매번 빨대 세척하고, 장바구니나 텀블러 챙겨 다니는 것 불편하지 않으냐고 물었거든요. 송경호 대표는 “플라스틱이 문제가 돼 거르는 장치를 만드는 것보다 안 쓰는 게 더 편한 일 아닌가. 불편의 의미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답하더라고요.

이- 서울환경연합에 문의했더니 티백도 플라스틱이래요. 천으로 만든 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합성섬유였어요. 껌도 플라스틱이라고 합니다. 천연치클 단가가 비싸다 보니 합성수지로 만든대요.


플라스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삶을 사는 건 불가능했다. 휴대전화부터 속옷, 식료품까지 플라스틱이 안 들어간 곳을 찾기가 더 어려웠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현경 서울환경연합 생활환경담당 활동가는 “플라스틱 사용을 강제로 규제하는 정책보다는 환경에 대한 시민의식을 끌어올리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 기업에도 대책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해리·이가영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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