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원 손실 나도 8조 세금..누굴 위한 증권거래세?

조현숙 2018. 12. 2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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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증시 시가총액 304조 사라져
증권거래세, 농특세 포함 8조 넘어
주식 팔 때마다 자동으로 떼는 세금
거래 잦은 개인투자자 부담 더 커
"미·일·유럽은 양도차익에 과세
세율 내리거나 단계적으로 없애야"

올해 주식시장은 많은 투자자에게 좌절을 안겼다. 지난 1월 코스피 지수가 장중 26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점을 찍었지만, 호황은 찰나에 그쳤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등으로 지난 10월에선 코스피 2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지난 1월 2일부터 12월 21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15.40% 하락했고, 코스닥 지수는 14.94% 떨어졌다. 이 기간에 사라진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은 304조원에 이른다.

주가 하락으로 속상한 투자자들을 더욱 속 타게 할 사실이 있다. 올해 증권거래세 과세액은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25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1일까지 증권거래세 부과액은 5조9389억원으로 추산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시장 거래대금을 기초로 한 추정치다. 증권거래세가 매겨지는 코스피·코스닥 시장과 장외시장(코넥스·K-OTC 시장)을 포함한 수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올해 말까지 거래일 기준으로 사흘이 더 남았지만 이미 지난해 기록(4조6323억원)을 뛰어넘었다. 1978년 증권거래세가 생긴 이후 5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팔 때마다 0.15%(코스피 시장)에서 0.3%(코스닥·코넥스·K-OTC 시장)까지 자동으로 떼가는 세금이다. 코스피 시장에선 증권거래세에 농어촌특별세(거래대금의 0.15%)까지 자동으로 따라붙는다. 농어촌특별세까지 고려하면 올해 초부터 지난 21일까지 투자자들의 부담은 8조3076억원으로 불어난다. 지난해(6조5735억원)보다 2조원가량 많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증권거래세는 투자자가 수익을 내든, 손실을 보든 상관없이 떼가는 세금이다. 주식시장 거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자동으로 세수가 늘어나는 구조다. 정부 입장에서 ‘화수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달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증권거래세 폐지를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폐지론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논의 자체가 중단된 상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 매도 대금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코스피 47%, 코스닥 87.2%였다. 그만큼 증권거래세 부담도 개인 투자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파생상품(선물·옵션) 시장 조성자, 증권시장 유동성 공급자(LP)나 우정사업본부 차익 거래 등에 대해선 증권거래세가 면제된다. 이런 기관투자가와 달리 개인은 주식을 팔 때마다 증권거래세를 피할 수 없다. “증권거래세를 폐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올 만큼 개인투자자의 불만이 높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등 대부분 선진국에선 증권거래세가 없다”며 “중국·홍콩·대만·싱가포르 등 증권거래세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에서도 세율은 0.1~0.2% 수준으로 한국(0.3%)보다 낮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증권거래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 원칙과도 맞지 않고 수수료 성격이 강하다”며 “세율을 인하하거나 단계적으로 없애는 방향이 맞다”고 지적했다.

문성훈 한림대 경영학과 교수는 “증권거래세는 거래 빈도가 높은 개인 투자자에게 특히 부담이 가중되는 점이 문제”라며 “증시가 활황일 때는 상관없지만 올해처럼 거래는 많고 손실은 확대될 때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일본·유럽 등 주요국에서 주식 거래에 대한 과세보다는 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를 채택한 것도 그런 이유”라며 “7년에 걸쳐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고 양도세를 올린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단계적으로 세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투자자가 손실을 봤다면 3~5년에 걸쳐 양도세 과세 이연을 해주는 보완책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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