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첫 前대법관 구속영장..檢, 양승태 추가 혐의도 포착(종합)
법원서 구속영장 발부되면 법조계 동요 상당할 전망
'강제징용 소송' 양승태-전범기업 측 직접 접촉 정황도 포착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3일 ‘사법농단’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특정인의 개인적인 일탈이 아니라 업무상 상하관계와 지시 감독에 따른 범죄 행위”라며 “두 전직 대법관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급 상급자로서 더 큰 결정 권한을 행사한 분이므로 엄정한 책임을 묻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구속된 이후 추가 수사로 밝혀낸 혐의도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구속영장 청구서에 포함했다. 추가된 혐의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 ▲강제징용 소송 관련한 대법원과 피고 전범기업 측의 비밀 접촉 부분 ▲옛 통합진보당 잔여재산 가압류 소송 관련 당시 대법원장 비서실장 개입 부분 등이다.
특히 검찰은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이 직접 일제 전범기업 측을 변호했던 한모 변호사와 접촉하며 재판 지연 등을 논의한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 측 대리인과 대법원 주요 관계자들이 직접 수시로 접촉하면서 강제징용 (기존) 대법원 판결을 뒤집기 위한 전원합의체 회부와 그 방식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협의해온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범기업 측과 대법원이 접촉한 것과 관련해서, 직접 접촉한 측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수차례 검찰 조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증거 앞에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후배 법관들이 한 일”이라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본인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검찰이 두 전직 대법관의 신병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들의 지시로 ‘사법농단’ 실무를 총괄한 의혹을 받는 임 전 차장이 구속된 것도 검찰의 전직 대법관 구속수사에 힘을 보탰다.
박 전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4~2016년 법원행정처장으로 일했다. 그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 소송 등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대법관은 또 법원행정처가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예산 3억5000만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하는데 개입하고, 상고법원 설치 등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 소모임을 와해하도록 지시한 의혹도 받는다.
서울남부지법의 한정위헌 취지 위헌심판제청을 취소하도록 압박하고, 헌법재판소 파견 판사를 통해 헌재 평의 내용과 내부 동향을 수집한 혐의도 있다.

고 전 대법관은 박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2016~2017년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당시 문모 부산고법 판사가 부산 지역 건설업자 정모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건과 관련해 윤인태 당시 부산고등법원장을 통해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비리 법관들을 향한 검찰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해 영장전담 판사 등을 통해 검찰 수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도 있다. 이 외에 2014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효력정지 사건과 관련해 고용노동부 측의 주장을 편파적으로 받아들여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효력을 정지한 하급심 결정을 뒤집도록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고 전 대법관은 부산 재판개입 혐의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의혹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전직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법원 내·외부에서 상당 동요가 일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향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은 두 전직 대법관 수사에 집중하는 단계”라면서도 “양 전 대법원장 조사도 당연히 필요하며 직접 조사는 수사가 진행되면서 그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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