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오 주에서는 1년에 하루 알파벳 M을 못 쓴다

성호준 2018. 11. 27. 00: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기 날 미시간대의 약자 M 금지
주지사까지 나서 라이벌 학교 저주
추수감사절 연휴 달군 미 대학풋볼
재미동포 저스틴 윤 46야드 필드골
노터데임대, 라이벌 USC에 역전승
노터데임(금색 헬멧) 선수들이 USC 러닝백 마케스 스텝(가운데)의 공격을 저지하고 있다. 노터데임의 키커로 나선 재미동포 저스틴 윤은 5득점하며 24-17로 승리에 공헌했다. 양팀의 통산 전적은 노터데임이 48승5무37패로 앞섰다. [USA TODAY=연합뉴스]
11월 넷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이 속한 주는 전통적으로 미국 대학 풋볼의 라이벌 주간이다. 지역, 전통, 역사, 코치의 이동 등으로 만들어진 라이벌전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결정하는 시즌 정규 리그 마지막 경기인 데다 이변도 많아 관심이 높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일 년에 딱 한 번만 경기하기 때문에 집중도도 최고다.

미국 오하이오 주지사 존 케이식은 24일(현지시각)을 ‘주홍 글자 토요일’로 선언했다. 알파벳 중 13번째인 ‘M’은 사악한 기운이 돌기 때문에 이날 만큼은 오하이오 주에서 쓰지 말자는 주장이었다. 주지사는 선언문 원고 중 M에 실제로 X표를 했다. 일부 주민도 이를 따랐다. 6년 전 시작된 이 전통은 대학 풋볼 라이벌전 때문이다.

라이벌전이 열리는 날 상대인 미시건대를 상징하는 알파벳 M에 X자를 그은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간판 [중앙포토]
‘M’은 미시간 대학의 약자다. 미시간 대학과 오하이오 스테이트 대학은 추수감사절이 속한 토요일에 풋볼 라이벌전을 치렀다. 주지사가 ‘M’을 거론한 건 사악함 때문이 아니라 미시간 대학이 싫어 쓰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 정도로 라이벌 의식이 강하고 꼭 이겨야 하는 중요한 경기다. 경기가 열리는 추수감사절 무렵에는 두 주가 모두 들썩인다.

미국 스포츠 채널 ESPN은 2000년 ‘20세기 미국 최대의 라이벌’로 미시간 대학과 오하이오 스테이트의 풋볼 경기를 꼽았다. 보스턴 레드삭스-뉴욕 양키스(야구), 무하마드 알리-조 프레이저(복싱), 윌트 챔벌레인-빌 러셀(농구) 등 북미의 모든 종목과 라이벌을 통틀어서다.

수십 년간 오하이오 스테이트 코치들은 ‘미시간’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북쪽의 그 팀(the team up north)’, 혹은 줄여서 ‘T.T.U.N.’이라고 불렀다. 오하이오 스테이트의 전설적인 코치 우디 헤이스의 휘발유 사건은 종종 회자한다. 1972년 선수 스카우트를 위해 미시간 주에 간 그는 기름값 중 일부가 세금으로 미시간 대학에 들어갈 것을 우려해서 주유소에 들르지 않았다. 결국 기름이 떨어져 주 경계를 넘을 때까지 차를 밀어야 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과장된 얘기라는 지적이 있지만 두 학교의 라이벌 관계를 드러내는 좋은 예다.

미시간 대학의 선수와 코치진은 훈련장에서 빨간색 옷을 입지 않는다. 미시간 대학의 전설적인 감독 보 스켐베클러가 오하이오 스테이트의 상징색인 빨간색 옷을 보면 찢어버리곤 했는데, 그게 전통이 됐다. 미시간 대학 풋볼팀은 경기 직전 화요일 밤, 학교 출신 레전드 선수들이 묻힌 묘지를 둘러본다. 결전을 앞두고 담력을 높이고 선배들의 기를 받기 위해서다.

미시간과 오하이오 주는 영토 전쟁을 치른 접경인 데다, 양교가 워낙 풋볼 명문 팀이라 라이벌 의식을 넘어 적대적이기도 하다. 이를 패러디한 영화나 소설, 드라마까지 나왔을 정도다. 올해는 오하이오 스테이트가 전력이 앞서는 것으로 평가되던 미시간 대학을 62-39로 꺾었다.

오번대 응원 광장인 투머스 코너의 나무에 휴지가 걸려 있다. 앨라배마 대학 팬의 테러로 나무가 죽어 다른 나무를 심었고 아직도 이 전통은 복원되지 못했다. [오번대학 홈페이지]
앨라배마 주는 프로팀이 전혀 없다 보니 대학 풋볼이 ‘종교’다. 이 주의 동쪽과 서쪽에 있는 오번과 앨라배마 대학의 경기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빅 이벤트다. 2010년 역전패한 후 앨라배마 대학의 한 팬은 오번 대학 응원 광장에 있는 나무에 독을 넣었다가 6개월 실형을 살았다. 오번은 라이벌전에서 승리하면 이 나무에 휴지 등을 던져 흰색으로 장식해 축하하는 전통이 있다. “패배가 너무 뼈아팠고 저들이 축제를 벌이는 모습을 보기 싫었다”는 게 범행 동기였다.
미국 대학 풋볼 주요 라이벌전
중부 노터데임과 서부 USC의 라이벌전도 미국인의 이목을 집중하는 경기다. 올해는 노터데임이 24-17로 역전승했다. 재미동포 저스틴 윤(23)은 25일 LA메모리얼 콜리시엄에서 열린 경기에서 노터데임 키커로 나서 46야드 필드골을 포함, 5득점으로 승리에 기여했다. 12전 전승의 노터데임은 다음 달 30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4강전인 오렌지볼에 출전한다.
노터데임의 키커로 활약 중인 재미동포 저스틴 윤(23). 미국 프로풋볼 진출을 앞두고 있다. [USA TODAY=연합뉴스]

저스틴 윤은 4년간 필드골·엑스트라 킥으로 364점을 올렸는데, 노터데임 대학 신기록이다. 올해 킥 성공률도 80%로 높다. 저스틴 윤은 내년 4월 실시되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을 것이 확실시된다. 지명을 받는다면 1987년 존 리(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지난해 구영회(LA 차저스)에 이어 세 번째 한인 프로 풋볼 키커가 된다. 존 리와 구영회는 성적 부진으로 선수 생활을 길게 하지는 못했다.

성호준 기자, LA중앙일보 봉화식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