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96%가 '내 집'에 사는 나라..그 곳의 '특별한 사정'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 전경. [중앙포토]](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11/21/joongang/20181121010102009rexb.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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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가격으로 집을 사던 시대
어떻게 이런 상황이 가능했을까요. 루마니아에서 ‘집을 갖는다는 것’의 의미는 다른 나라들과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배경에는 공산주의의 몰락이 있었죠. 1989년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정권이 막을 내린 후, 루마니아 정부는 전국 주택의 70% 정도를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EU 회원국의 자가점유율 [자료 유로스타트]](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11/21/joongang/20181121010102268xeqv.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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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로 형성된 루마니아 중산층
국민의 대부분이 집을 갖게 되자 루마니아에서는 ‘집주인 문화’가 생겨납니다. 기본적으로 ‘성인이 되면 자신의 집을 가져야 한다’는 통념이 형성된 거죠. 문제는 오르는 집값과 2008년 찾아온 글로벌 금융위기였습니다. 민간 기업들의 주택 공급은 크게 줄었고, 은행은 대출을 옥죄기 시작합니다.
![지난달 10일 부쿠레슈티 시민들이 연금 수령액을 줄이는 루마니아 정부의 새 연금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11/21/joongang/20181121010102458fgnu.jpg)
임신한 아내와 살고 있는 서른 두 살의 라즈반 드미트라스쿠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세를 살던 집 주인이 무작정 2주 안에 집을 빼 달라고 했다. 대안이 없어 대출을 받아 새 아파트를 살 수 밖에 없었다”며 “30년간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고 고충을 털어놓습니다. 부쿠레슈티 인근에 최근 아파트를 구입한 스테만 파나(31)도 “원하는 만큼 머물 수 있는 임대 물건이 있다면 그곳에 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구조”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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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사느라 고칠 돈이 없네
집값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지만 ‘내 집’에 집착하는 루마니아의 문화는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BBC는 전합니다. 세계은행과 루마니아 지역개발 프로그램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루마니아에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임대시장으로 인해 가족 여러 세대가 한 집에 거주하는 경우나, 독립할 때가 되어도 집을 떠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보고서는 또 루마니아 주택의 3분의 1 이상이 제대로 난방이 작동하지 않거나 지진에 대한 대비가 거의 없는 등 사실상의 파손 상태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루마니아의 위험 주택 비율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구요. 집들이 낙후된 가장 큰 이유는 ‘집을 사는데 너무 많은 돈을 써 집을 수리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42세의 자가 보유자 크리스티나 아나는 BBC에 이렇게 말합니다. “집 주인이라는 사실이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르겠네요.” 2017년 기준 루마니아의 1인당 국민소득(GNI)은 8853달러로 세계은행이 조사한 189개국 가운데 70위였습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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