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특성화고 학생들 "취업하려 왔는데, 대학 가게 됐다 허탈하다"

권중혁 기자 2018. 11. 19.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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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합격해 부끄러운 심정입니다."

조군은 "빨리 취업하려고 특성화고에 와서 2년 넘게 공부했는데 대학을 가게 돼 허탈하다"며 "현장실습이 사실상 없어 많은 학생들이 대학 준비를 했다. 120여명 중 현장실습을 간 학생은 10명도 안 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조기취업을 위해 특성화고에 진학한 학생들은 조군처럼 급히 진로를 변경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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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현장실습, 입시 준비하는 학생들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는 17일 서울 중구 서울NPO지원센터에서 고 이민호군을 추모하고, '1년이 지난 지금,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실은 어떤가요?'라는 주제를 놓고 특성화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권중혁 기자
사진=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제공
사진=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제공

“대학에 합격해 부끄러운 심정입니다.”

지난주 치러진 수능으로 전국이 떠들썩한 가운데 조민성(18)군은 17일 이같이 말했다. 충남 서산의 한 특성화고 3학년생인 조군은 최근 진로를 바꿔 대학 수시에 합격했다. 2년 넘게 배운 바이오식품가공이 아닌 영상 전공을 택했다. 조군은 “빨리 취업하려고 특성화고에 와서 2년 넘게 공부했는데 대학을 가게 돼 허탈하다”며 “현장실습이 사실상 없어 많은 학생들이 대학 준비를 했다. 120여명 중 현장실습을 간 학생은 10명도 안 된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제주도의 한 생수공장에서 현장실습 중 사망한 이민호군의 사망 1주기인 19일을 이틀 앞둔 이날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특고연)는 서울NPO지원센터에서 이군을 추모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아울러 ‘1년이 지난 지금,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실은 어떤가요?’라는 주제를 놓고 특성화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앞서 정부는 이민호군 사고 이후 ‘학습형 현장실습’ 대책을 발표했다. 현장실습을 ‘학습’으로 바꾼 게 골자다. 문제는 부담을 느낀 기업이 실습생 받기를 꺼려해 조기취업으로 여겨지던 현장학습이 사실상 폐지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조기취업을 위해 특성화고에 진학한 학생들은 조군처럼 급히 진로를 변경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특성화고 졸업반 학생들은 “2년을 날렸다”고 푸념했다.

김모(18)양이 다니는 서울 노원구의 A특성화고도 비슷한 상황이다. 취업한다는 친구가 한 반(30명)에 5명도 안 된다고 전했다. 김양은 “취업이 막혔단 얘기를 듣고 다 ‘멘붕’”이라며 “‘2년간 취업준비를 했는데 1년 만에 어떻게 대학을 가지’라는 고민을 엄청 하면서도 답이 없어 대부분 대입으로 진로를 바꿨다”고 말했다. 이어 “특성화고는 취업이 빨리 되는 게 최고 장점이었는데 이게 사라졌다”며 “고졸 차별도 많이 받는데 이럴 바에 대학 가서 스펙 쌓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이 급히 대입을 준비하며 학교에 나오지 않는 일도 벌어진다. 김양은 “유급이 안 될 정도로만 출석일수를 채우고 학교 대신 독서실에 가서 대입 공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특성화고는 형편이 낫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북의 한 마이스터고(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모(16)군은 “학교에 갈 때 대학포기각서를 썼다”며 “취업은 안 되는데 수능도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산업현장의 인력수급 불균형 해소와 특성화고의 직업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마이스터고는 100% 취업을 목표로 만들어져 대부분 명시적·암묵적으로 대학 포기 다짐을 받곤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맞는 부분이 있을 순 있는데 저희는 (포기각서를) 받은 적이 없다”며 “다만 입학 안내할 때 학교가 취업 전문으로 한다는 것을 미리 알린다. 학생은 그걸 알고 선택해서 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상현 특고연 이사장은 “안전기준을 확실히 만들어 문제 있는 기업은 강하게 처벌하고 법을 잘 지키고 실습 기회를 많이 주는 기업에는 적극적으로 인센티브를 줘 특성화고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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