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집은 얼마야?"..아이들 편 가르기 기준 된 아파트

이승진 2018. 10. 31. 14: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친 아파트값' 등으로 대변되는 부동산 광풍이 아이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아이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이름으로 편을 가르는 등 어른들의 욕심이 그대로 투영됐다.

아이들은 놀이에 앞서 각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브랜드를 기준으로 편을 나누기 시작했다.

대규모 단지에 둘러싸여 있는 아이들에겐 편을 나누는 가장 편한 방법이었지만, 아파트에 거주하지 않거나 일반 아파트에 거주하는 아이들에겐 자칫 상처가 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거주하는 아파트 브랜드명으로 편 나누고
어른들은 유치원 때부터 거주 지역별 특별반 요청
2016년 '휴거' 논란 있었지만 변하지 않는 어른들

정부가 9·13 부동산 종합대책의 후속 조치로 10월 21일 주택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1차로 구 성동구치소 부지와 경기도 광명, 의왕 등에 3만 5천 호를 공급하고 신도시도 4, 5곳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도심.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미친 아파트값’ 등으로 대변되는 부동산 광풍이 아이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아이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이름으로 편을 가르는 등 어른들의 욕심이 그대로 투영됐다.

30일 오후 유명 브랜드 아파트들로 둘러싸여 있는 서울 동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방과 후 무리를 지어 노는 아이들의 목소리엔 아파트 브랜드가 열거되고 있었다. 아이들은 놀이에 앞서 각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브랜드를 기준으로 편을 나누기 시작했다. 대규모 단지에 둘러싸여 있는 아이들에겐 편을 나누는 가장 편한 방법이었지만, 아파트에 거주하지 않거나 일반 아파트에 거주하는 아이들에겐 자칫 상처가 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이라고 밝힌 한 아이에게 어디에 사는지 묻자 “○○캐슬 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역 이름이 아닌 아파트 브랜드 명칭으로 답하는 아이의 모습에선 일종의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른만큼 아이들에게도 부동산은 큰 관심사다. 초등학교 3학년생 아들을 둔 주부 박모(35)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더니 부쩍 ‘우리 집은 몇 평이냐’ ‘우리 집은 얼마냐’ 등을 묻는다”며 “친구 생일파티에 다녀오면 어떤 아파트였는지 말해주는데 나중에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에 상처를 받게 될까 벌써 미안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2016년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휴거’란 신조어가 유행한 사실이 알려지며, 우리 사회는 물질을 기준으로 아이들의 차별을 조장하는 어른들의 행위를 근절하자고 목소리 높였다. ‘휴거’는 임대 아파트인 ‘휴○○○’에 사는 저소득층 거주자를 ‘거지’에 비유해 놀리는 단어다. 하지만 어른들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물질을 기준으로 한 차별을 조장했다.

실제로 인천 송도의 경우 개발구역을 기준으로 ‘1공구’, ‘2공구’ 등으로 나눠 부르는데, 특정 공구에 거주하는 일부 부모들은 자녀에게 “다른 공구지역 아이와 어울리지 마라”고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도에 거주하는 학부모 송모씨는 “특정 공구에 거주하는 학부모의 경우 유치원 때부터 특별반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공구끼리의 차별도 있지만 공구 내의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또 다른 차별과 무시를 당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어른들의 차별은 자녀에게 고스란히 전달돼 학교와 학원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해 최정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어른들이 아이들의 행동을 보고도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연구위원은 “아이들은 차별에 대한 개념은 모를 수 있지만 상처를 받는 다는 것은 분명히 안다”며 “부모나 선생님은 적극적으로 나서 교과서적인 윤리가 아닌 실제 생활에서 벌어지는 차별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피해를 입은 아이가 결국 가해자가 된다”며 “어른들의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