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文 대통령의 '성실성' '우호성', 트럼프-김정은 중재에 먹혔다
박근혜 '폐쇄성', 최순실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의 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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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연구자' 함성득의 성격적 특성으로 본 역대 대통령의 리더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 이래 지구촌엔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사건’들이 줄을 잇는다.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탈퇴, 북·미 정상회담 개최, 미·중 무역전쟁 촉발…. 이는 구조적 여건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적 특성이 작용한 결과라는 데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대통령학연구소 이사장으로 있는 함성득 전 고려대 교수는 서울대 행정대학원이 최근 펴낸 <행정논총> 57권에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역대 한국 대통령의 특성을 ‘성격 지표’에 따라 수치로 산출, 대통령들의 리더십과 국정운영 과정을 분석했다. 월간중앙은 함 이사장의 논문을 독점 입수해,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전·현직 한국 대통령의 성격적 특성을 추려 보도한다.
함성득 한국대통령학연구소 이사장이 분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성격적 특성이다. 함 이사장은 문 대통령을 일러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2012년 대선에서 패한 뒤에도 그는 큰 선거에서 아깝게진 사람치고는 너무나 의연했다며 함 이사장은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그는 저녁에 늦게 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저녁형’이었다. 2012 대선에서 그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선거운동을 매우 힘들어 했다. 이후 정치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대선에서 승리해야겠다는 사명감 때문에 지금은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는 ‘아침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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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달라도 상대방 배려, 자신의 의견 표출 자제
<행정논총> 57권에 발표한 <한국 대통령의 성격 분석: ‘중요한 5특성 판별법’(Big Five Trait Taxonomy)의 발전과 적용>이라는 논문은 역대 한국 대통령의 성격을 진단한 것이다. 대통령의 성격을 파악하자면 대통령을 직접 만나서 관찰해야하고 만남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연구 경험이 축적돼야 체계적인 분석이 가능해지는 까닭이다. 객관성과 타당성을 높이자면 특정 대통령만이 아닌 연구 대상인 모든 대통령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그래야 역대 대통령 간 비교·통찰이 가능하다. 함 이사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이래 역대 대통령을 직접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축적한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의 성격을 분석하고 지표화했다.
함 이사장이 <행정논총>에서 분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성격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점잖고 말수도 적으며 차분하고 내성적 성향이 강하다. 인간관계에서 폭을 넓히기보다는 기존의 아는 사람과의 깊이를 더하고자 한다. 그렇지만그는 방어적이고 자기 속을 잘 드러내지 않으며 정치를 생리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다. 정치를 시작한 것 자체가 그의말대로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 만들어낸 운명이다.
그는 겸손하고 침착하게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준다. 다만 이미 자신의 생각이 정리된 사항이거나 자신이 발언한 부분에 대해서는 답답할 정도로 융통성이 부족하다. 그와 대화를 나눈 사람들은 그가 너무나 진지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경청해서 그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 보면 영향력은 전혀 없었던 경우가 많다. 또한 그는 상대방과 자신의 의견이 달라도 상대방을 배려해서 직접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비판자들은 이를두고 그의 어법이 매우 애매모호하다고 한다. 또한 그가 착하고 선한 사람이지만 자신이 믿는 이념과 원칙에 너무 충실하여 정치적 포용력과 유연성이 매우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과의 만남에서 매우 수동적이지만 신중하다. 그는 절제력이 강해서 노여움도 기쁨도 강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이 논문에서 함 이사장은 문 대통령뿐 아니라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성격적 특성을 동일한 방식으로 기술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않고 자신이 분석한 대통령들의 성격적 특성 자료를 역대 대통령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진 9명에게 따로 보여주고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이 지표화 작업에는 정치·행정·심리학전문가 5명, 여야 중진 의원 2명, 역대 대통령 주치의 2명이 참여했다고 함 이사장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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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외향성과 개방성에선 ‘중하위권’
함 이사장은 이들 9명으로 하여금 역대 대통령에게 앞서의 5개 영역별로 10점 척도(1점 낮음~10점 높음)를 부여토록 했다. 5개 영역에는 또 4~5개에 이르는 소항목이 속했다. 아래 ‘역대 대통령 성격분석 요약’은 5개 영역별 평균을 산출한 결과다. 함 이사장은 이에 대해 “대통령의 성격적 특성을 흥미영역에서 탈피해 과학영역에서 평가한 첫 번째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 평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외향성 3.5점, 신경과민성 2.8점, 성실성 7.5점, 우호성 6.4점 개방성 3.8점을 받았다. 문민정부 이후 6명의 대통령 중 순위를 매긴다면 외향성 5위,신경과민성 6위, 성실성 1위, 우호성 3위, 개방성 5위에 해당한다. 신경과민성이 낮다는 건 정서가 안정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경과민성과 성실성에서는 역대 6명의 대통령 중가장 후한 점수를 받은 셈이고 외향성과 개방성에서는 뒤 열에 자리한다. 우호성은 중간정도에 위치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함 이사장의 이 논문은 지난 6월 작성됐다. 이후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는 급진전되는 양상으로 치달았고, 문 대통령은 북·미 관계 개선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다. 문 대통령의정서적 특징은 북·미 관계, 남북 관계를 이끄는 데 어떻게 작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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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 부른 ‘사람 방패막’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개성이 강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나이가 어리다는 점에 함 이사장은 주목한다. 이미 미국 학자들에 의해 정서적 안정성과 성실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판명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1984년생으로 아직 젊고 성실성이 낮아 보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관계망에서 문 대통령의 성실함과 우호성이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우호성으로 대표되는 따뜻함, 상대방에 대한 배려, 겸손등의 특징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중재자로서 부드러운 관계 형성에 도움을 줄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의 상대적으로 높은 우호성의 특질은 우호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밝혀진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급변 상황에 직면해서는 문 대통령의 성격적 특질이 방향 전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건 위기 요인이다. 급변 상황이란 예컨대 다가오는 11월 중간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소속당인 공화당이 하원에서 다수당 지위를상실하거나, 11월 중간선거 이후 북한 카드의 국내 정치적효용이 다했다고 생각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를 위한북·미 대화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연기, 종전선언과 대북 제재해제 무산 등의 과정으로 이어지고 김정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촉발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문 대통령의 낮은 외향성과 개방성은 (비핵화, 북·미 대화를 향한) 새 접근법을 찾거나 방향 전환을 모색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함 이사장의 우려다.
“문 대통령의 우호성으로 대표되는 따뜻함, 상대방에 대한 배려, 겸손 등의특징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중재자로서 부드러운 관계 형성에 도움을 줄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의 상대적으로 높은 우호성의 특질은 우호성이 매우 낮은것으로 밝혀진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보다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의 전임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떤 성격적 요인이 작용했기에 탄핵이라는 비극적 결말로 대통령직을 내려놓게 됐을까?
함 이사장 논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슬픔과 애잔함을 안고 있는 매우 내성적이고 인간관계에서 매우 수동적인사람’이다. 말수도 극히 적고 누구에게도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 아니다. 누구에게 먼저 말을 잘 걸지도 않는다. 그에게는 누구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정서적 방어망’이 형성돼 있다고 분석했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견디기 힘든 비극의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신중함과 성숙함의 증표로 받아들였다. 많은 사람은 그것을 그의 ‘정치적 카리스마’로 착각했다.”
나아가 박 전 대통령은 ‘이미 오랫동안 알게 되어 믿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에 대한 접근을 허용했고 그들에 한해서만 친절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속마음은 누구에게도 열어놓지 않았다며 함 이사장은 이렇게 분석했다.
“이런 성정은 개인사의 비극을 겪으면서 많이 배신당했다는 생각이 축적되면서 형성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는 모든 사람이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자신에게 끊임없이 접근해 오는 상황에서 사람을 기본적으로 잘 믿지 않았다. 특히 기본적으로 정치인들을 믿지 않았다. 따라서 그는 몇 명의 믿는 대리인들에게 먼저 그들을 검증하게 했다. 일종의 자신보호를 위한 ‘사람 방패막’이었다. 그는 휴대전화조차 직접 휴대하지 않았다. 언제나 제3자인 연락관을 통해서 자신의 전화를 걸게 하고 받았다. 시간이 갈수록 그는 혼자만의 시간을더욱 많이 가지게 되었고 ‘습관화된 고독’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의 성격은 진정한 ‘보통사람’으로서 꾸밈없는 진솔함과 솔직함으로 대표된다. 신뢰와 진정성을 강조하는 그는 정치 지도자로서 긍정적인 요소를 갖추었고 대통령으로서 ‘지역주의 타파’와 ‘국민통합’이라는 꿈을 실현할 내적 능력을 지녔다. 그렇지만 겉모습 이면에는 정반대의 측면이 감춰져있다. 그에게는 가난한 시골에서 어렵게 성장한 환경, 즉 사회의 중심 내지 기득권이 아니라 ‘변방’ 내지 비(非)기득권의 환경에서 살아오면서 형성된 성격적 특성이 내재돼 있다.”
함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 마음속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세상의 부조리에 대한 뜨거운 ‘분노의 불’이 가득했다고 분석한다. 또 말수는 많지만 수줍음이 많아 내성적이고 방어적이다. “정서적으로 불안했고, 기득권과 기존 질서에 대한 분노심이 강했다”는 것이다. 만약 준비된 참모진이 그의 긍정적인 면을 강화하고 부정적인 면을 완화시키기만 했다면 정치적으로 큰 성공을 일궈낼 수 있었다고 함 이사장은 추정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과의 소통이 부족한 대통령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함성득이사장은 지적했다. 함 이사장은 “우리 대통령은 성공을 위해서는 보다 폭넓고깊이 있는 만남을 통해 ‘입법 리더십’을높여야 한다”고 결론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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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명의 대통령 모두 수줍어하고 방어적이며 내성적
그 결과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수렴되거나 되고 있다고 풀이한다. 대통령의 내성적 성향이 국정운영에 관한 한 부정적인 결과들을 만들어 냈다는 진단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기득권에 대해 자제할 수 없었던 분노를 드러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그를 정치적으로 매우 이기적인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중과의 소통이 미흡하고 정치적 유연성이 매우 부족한 ‘불통 대통령’이됐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과의 소통이 부족한 대통령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함 이사장은 진단했다. 함 이사장은 “우리 대통령은 성공을 위해서는 보다 폭넓고 깊이있는 만남을 통해 ‘입법 리더십’을 높여야 한다”고 결론을맺었다.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 대통령직의 ‘개인화’가 문제다!
「 트럼프 등장으로 대통령의 개성이 제도와 시스템 무색케 하는 시대… 클린턴과 오바마는 같은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지만 성격은 ‘정반대’
트럼프 대통령의 예에서 보듯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대통령의 성격적 특성이 갖는 영향력이 커지고, 대통령직(the presidency)의 ‘개인화 경향(the highly personalized nature)’이 두드러진다는 게 함성득 한국대통령학연구소 이사장의 시각이다. 대통령 ‘개인의성격’이 국정 운영과 리더십을 이해하는 데 궁극적이고 핵심적인 요인으로 부상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이와 관련한 연구가 오랜 세월 진행돼 왔고, ‘빅5(중요한 5특성 판별법, BigFive Trait Taxonomy, BFTT)’ 방법론은 그 산물에 해당한다.
학계에 따르면 외향성은 타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성향을 일컫는다. 우호성은 이타적이고 타인을 잘 돕는 온화한 성향에 가깝고, 성실성은 충동을 억제하고 끈질기게 목표를 추구하는 성향을 말한다. 신경과민성은 부정적인 정서를 잘 경험하는 성향을 의미한다. 특히 사회적 위협을 느꼈을 때 나타나는 반응과 관련이 있다. 개방성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뭔가 새로운 것, 다양한 것을 즐기는 성향과 관련이 있다.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정신의학과 새뮤얼 매런디스명예교수(<모두와 같으면서 누구와도 같지 않는> 저자)는 미국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령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의 성격을 이렇게 구분한다. “둘은 전반적으로 개방성 점수가 높은 편이다. 반면 외향성, 신경과민성, 성실성, 개방성의 상대적 차이는 주목할 만하다. 둘은 꽤 다른 성격의 소유자다.”
두 사람은 특히 외향성에서 큰 차이가 있다. 클린턴과 비교해 볼 때 오바마는 외향성 관련 요소에 점수가 낮다. 오바마는 적극성이나 활동성 면에서는 매우 높은 편이지만 온화함이나 사교성에서는 딱히 높다고 할 수 없다. 신경과민성에서도 두 사람은 비교된다. 클린턴은 분노나 좌절감을 잘 조절한다고 보는 의견이 많은 반면, 오바마는 그런 정서를 아예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게 새뮤얼 매런디스 명예교수의 분석이다. “일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졌을 때조차도 그렇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다고 할 수있는데 이것은 매우 존경스러운 점이지만 때로는 이런 점 때문에공상과학영화 <스타트렉>에 나오는 ‘스팍’(냉철하고 원리원칙주의자 성격을 지닌 배역)과 같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그래서 ‘쿨한 대통령, 드라마 없는 오바마’라는 수식어가 언론에 의해 붙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제도와 조직이 성숙 단계에 있어 대통령의 성공과 실패는 그의 리더십 못지않게 구조 및 제도적 환경의 영향력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좌우된다. 한국은 국정운영 체제의 조직화와 제도화가 미약하고, 정책 결정과정에서 대통령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대통령 성격 연구가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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