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립중앙의료원, 화장실서 숨진 간호사 '마약 투약' 사실 은폐 의혹
김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올해 4월 발생한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 사망원인이 단순 약물 중독이라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당시에 서울중부경찰서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사인은 근육이완제인 베쿠로늄에 의한 중독이라고 공개가 됐다”면서 “본 의원실에서 복수의 관계자에 확인하고 열람한 자료에는 졸피뎀, 모르핀, 페티딘 등 마약류가 검출됐다. 그런데도 중부경찰서는 사인으로 베쿠로늄이라는 마약이 아닌 의약품 중독으로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베쿠로늄은 근육의 움직임을 정지시키는 골격근이완제다. 주로 마취나 기관 삽관, 수술과정에서 환자가 움직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수면 유도제와 함께 사용한다. 약효가 돌면 호흡 근육이 마비돼 자발적인 호흡이 불가능해진다. 졸피뎀ㆍ모르핀ㆍ페티딘은 모두 마약류 의약품이다. 이 중 졸피뎀은 수면 유도제이고 모르핀과 페티딘은 마약성 진통제로 모두 강한 중독성ㆍ의존성을 띄는 의약품이다. 하지만 사건 당시 경찰과 NMC 측은 마약류 의약품 검출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 의원 측에 따르면 A씨 사망 현장에서 주사기 두개가 발견됐는데 하나는 베쿠로늄이, 나머지 하나는 페티딘이 들어있었다. 또 A씨의 혈액검사에선 페티딘, 모르핀, 코데인 등의 마약류가 나왔다. 장기간의 약물 복용 이력을 알 수 있는 모발검사에선 로라제팜, 졸피뎀, 펜타닐, 옥시코돈, 히드로코돈 등 다양한 종류의 마약류 의약품이 검출됐다.
김 의원은 이날 “만약 (부검 감정서에) 베쿠로늄 이외에 다른 마약류가 다량으로 포함돼 있다면 NMC, 중부경찰서, 국과수가 약물중독이라고 한 발표에 축소의혹은 없는지 다시 처음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본다”며 “본 위원은 위원장님께 혈액과 모발에서 검출된 약물의 종류와 양 그리고 어떤 부검에 어떤 신분을 가진 부검의가 그 결과를 작성하였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 감정서를 오늘 중으로 제출 받을 수 있도록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병원에서는 마약류 의약품을 일상적으로 사용하지만 엄격하게 반입ㆍ반출을 관리한다. 마약류는 아니지만 베쿠로늄 같은 위험한 약물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의학과 의사는 “병동은 원내 약국에서 타서 쓰고, 응급실도 봉인해두고 누가 뜯었는지 일일히 기록해야 사용할 수 있다”라며 “정상적인 병원이라면 그렇게 많은 종류의 마약류 의약품을 간호사 한 사람이 마구잡이로 빼내 사용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NMC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경찰에서 부검 감정서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NMC나 복지부는 마약류 검출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설명했다.
NMC에서 발생한 마약류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응급실 간호사 A씨가 차량에 마약류 의약품을 자체 보관하다가 뒤늦게 자진 신고하는 사고가 있었다. 법적으로 마약류 분실 등 사고 상황이 확인되면 관할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NMC 측은 3개월 가까이 이를 묵인하다가 뒤늦게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달 초 직원 100여명이 독감 백신 550개를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동 구매한 뒤 재판매하거나, 지인 등에게 투약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지난달 12일 신경외과 전문의가 맡은 척추 수술에 다국적 의료기기 회사 영업사원이 참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순례의원은 “공공의료의 핵심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이 모범을 보이기는 커녕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건 사고 백화점’ 의 모습만 보이고 있다”며 “‘코드인사’ 정기현 원장의 취임 이후 마약 사고 등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정 원장이 사건ㆍ사고들을 막아낼 역량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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