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짜리 중고 요트 수입 비용 1000만원..지킬 수 없는 '선박법'

이은지 2018. 9. 3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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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항해검사 없이 중고 요트 수입해 검거된 5명 오는 10월 첫 재판
수입업자 "외국에서 임시항해검사를 받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
통영해경 "법 개선은 입법처의 소관..법 테두리 안에서 단속 불가피"
일본에서 수입해 통영항에 정박중인 중고 요트. [독자제공]
2000년부터 해외에서 중고 요트를 수입해오던 이모(48)씨는 지난 3월 선박안전법과 선박직원법 위반으로 잡혔다. 이씨를 포함한 5명의 요트 수입업자는 창원지방법원에 약식기소돼 오는 10월 12일 첫 재판이 열린다. 이씨는“8년간 아무런 문제 없이 수입해오고 있었는데 지난 3월 해경이 갑자기 단속했다”며 “더 큰 문제는 해경이 법을 어기지 않는 적법한 절차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국내에는 한해 300여척의 중고 요트가 전국 항구에 수입돼 들어온다. 주요 수입국은 일본이다. 이씨는 2016년부터 지금까지 50여척의 중고 요트를 수입해왔다. 이씨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중고 요트 수입업자는 300여명으로 추산된다.

수입 절차는 간단하다. 일본에서 요트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한국영사관을 찾아 ‘임시선박국적증서’를 발급받는다. 임시선박국적증서는 요트 소유자가 한국 국적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확인증이다. 발급에는 1~2일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어 임시선박국적증서를 갖고 일본 세관과 항만청에 가서 입출항 허가를 받는다. 일본 세관은 해당 요트를 국내선에서 외항선으로 변경하고, 출항하기 직전 일본 해경이 맨눈으로 요트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면 모든 절차가 끝난다. 이씨와 같은 수입업자 대부분이 요트 면허인 동력수상레저기구조종면허증을 소지하고 있어 직접 운항해서 국내로 들여온다.

한국 세관과 검역소, 출입국을 거친 뒤 통관 세금을 납부하고 나면 요트 등록을 위한 안전 검사를 받는다. 검사 대행기관은 수상레저협회와 선박안전기술공단이다. 검사를 통과하면 관할 구청에 요트를 등록하고 운항을 한다.
통영해양경찰. [중앙포토]
그러다 지난 3월 해경은 중고 요트의 안전성 검사를 수입국에서 하지 않았다며 단속에 나섰다. 해경은 수입국에서 ‘임시항해검사’를 받고 ‘임시항해증서’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영 해경 관계자는 “수입업자들이 발급받은 임시선박국적증서는 소유자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증명할 뿐 운항 허가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임시항해증서를 발급받지 않아 선박안전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선박안전법에 따르면 선박소유자는 선박의 시설, 무선 설비에 관해 해양수산부 장관의 정기검사, 중간검사, 임시검사, 임시항해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외국에서 들여오는 선박은 임시항해검사를 받고 임시항해증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문제는 해외에서 임시항해증서를 발급받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선박안전기술공단은 해외 지사가 없다. 그나마 해외 지사가 있는 한국선급은 20t 미만의 요트나 보트와 같은 수상 레저기구는 안전검사를 해주지 않는다. 이씨는 “지난 10년간 수입업체 가운데 임시항해증서를 발급받은 곳이 단 한 곳도 없다”고 토로했다.

선박안전법에 따라 임시항해증서를 해외에서 발급받기 위해서는 선박안전기술공단에서 검사관을 해외로 파견 보내야 한다. 검사관이 턱없이 부족해 해외로 파견을 보낼 여력이 없다. 설령 검사관을 파견 보내더라도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통상 4t~6t 요트를 수입하는데 일주일이 소요된다. 검사관의 해외 체류 비용과 검사비는 최소 200만원이 넘는다고 이씨는 말한다. 5톤 이상의 요트는 해기사 면허증을 소지한 자가 운항해야 하므로 항해사를 임시 고용해야 한다. 항해사 인건비와 체류비는 최소 300만원이 소요된다.
일본에서 수입해 통영항에 정박중인 중고 요트. [독자제공]
이씨는“여기에 일본에서 선박 보관료와 운송 비용 등을 고려하면 1000만원이 소요될 것”이라며 “5t 규모의 중고 요트 가격이 1000만원 수준인데 수입 비용이 1000만원이 들면 누가 수입해오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입업자들은 중고 요트 시장 자체가 사라진다고 우려한다. 요트 마리나를 건설하려는 지자체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해경은 단속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외에서 안전검사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통영 해경 관계자는 “해외에서 안전검사를 받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해경은 현재 법 테두리 안에서 불법 사항을 단속할 수밖에 없다”며 “요트 수입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해양수산부와 국회에서 법 개선을 추진할 때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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