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이 이겼다..불량급식 준 원장에 민사소송 제기해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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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량화 안 된 증거물, 법원서 인정받기는 드문 일
썩은 사과 등 불량급식을 제공했다가 학부모와 어린이들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경기도 부천의 한 어린이집 원장에게 내려진 판결문 내용 중 일부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민사3단독 배예선 판사는 지난 19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경기도 부천시 소재 M어린이집 원장과 원감 등 3명에 대해 불량급식 등의 피해를 본 원생들에게 각 70만원, 학부모에겐 4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본사 이름을 도용해 사용했는데도 이를 묵인하고, 원생들에게 불량급식을 제공한 사실을 알고도 방조한 M어린이집 본사도 원생들에게 40만원을 각각 지급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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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인격적 이익권 침해 인정
배 판사는 판결문에서 “영유아의 경우 사물의 변별능력과 표현능력이 부족해 자신에게 부당한 행위가 행해진다 해도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하거나 적절하게 표현할 수 없다”며 “어린이집 종사자 등은 사회 통념상 합리적인 수준의 범위 내에서 식재료를 위생적인 방법으로 조리한 음식물을 제공, 영유아의 신체발육과 건강을 도모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어 “영유아들의 신체에 이상이 없고, 건강상 침해를 받지 않았더라도 비위생적이고 섭취 권고량에 미달해 음식을 제공한 것은 영유아의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는 위법 행위”라며 “보육을 위탁한 보호자와의 신뢰를 깨뜨리고 영유아에 대한 보호 및 배려 의무를 위반한 행위”라고 덧붙였다.
1심 판결 승소는 ‘원장에게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엄마들의 강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6년 3월 불량급식 문제가 불거지자 A원장과 어린이집 본사는 ‘폐원시키면 누구 피해가 크겠느냐’며 으름장을 놓았다. 오히려 A원장을 퇴사시키는 등 책임을 회피하려 하자 엄마들이 손해배상청구 소송(민사)을 제기한 것이다. M어린이집은 소송이 제기되고 원생들이 모두 떠나자 지난해 2월 자진 폐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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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 썩은 사과와 참외에 색이 변한 쌀까지
두 아이를 M어린이집에 보냈다는 B씨(36)는 “썩은 사과와 참외·귤에서부터 싹이 튼 감자, 변색한 쌀 등 불량 식재료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구매하자 조리사분들이 엄마들에게 제보해 알게 됐다”며 “썩은 부분을 잘라내 사용하다 보니 아이 주먹만 한 작은 귤 하나로 3명에게 나눠 준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소송대리인 김학무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인 아동들에 대한 학대, 부실급식 등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폐원 등의 일방적 조치로 그 법적 책임을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번 판결은 굉장히 드문 경우로,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 놓인 어린이집 문제에 가늠자 역할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마들과 끝까지 법적 다툼에 나선 정재현 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장은 “어린이집의 폭행이나 급식 비리 등은 끊이지 않는 단골 메뉴"라며 "부천지역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시의회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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