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지도로 북아프리카 여행, 가능합니다
[오마이뉴스 김선흥 기자]
1402년에 제작된 조선의 세계지도 '강리도(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에서 아프리카 탐험을 이어갑니다. 지난 번에는 모로코의 유서 깊은 오아시스 도시 '씨질마싸(Sijilmasa)'를 강리도에서 찾아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모로코의 옛 수도 파스(Fas, 영어로는 Fez 혹은 Fes, 앞으로 현지 발음인 파스로 통칭함)와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Tripoli)를 강리도에서 찾아보겠습니다.
아득히 먼 북부 아프리카의 두 도시가 정말 15세기 초 한양에서 그려진 지도에 기록되어 있을까요?
▲ 중세 북아프리카 주요 거점 도시 |
ⓒ Chaptereighteenafrica.wee |
놀랍게도 튀니스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강리도에 표기되어 있습니다. 씨질마싸에 대해서는 바로 지난 번 글에서 살펴보았고, 카이로에 대해서도 확인해 본 바 있습니다. 강리도상의 마라케쉬는 위치에 오류가 있지만 '마리타이사(麻里苔撒)'로 표기되어 있습니다(추정, 일본 교토대학 스기야마 교수, <대지의 초상>, 58쪽).
▲ 강리도 북아프리카 거점 도시 |
ⓒ 김선흥 |
맨 아래가 씨질마싸, 그 위 왼쪽이 파스, 그 오른쪽 위가 마라케쉬, 등대 왼쪽이 트리폴리, 등대 오른쪽이 카이로입니다. 상대적 위치가 실제와 차이가 있지만, 표기해 놓았다는 사실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파스는 명실공히 이방인들의 정주처이고 무의탁자들의 은시처이며 사신들의 도착지다. (…) 알라께서 이 수도 파스에 행복과 기쁨, 광명을 더해 주시고 시의 내외를 공히 보호해주시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 정수일 역, <이븐 바투타 여행기> 345쪽
도시 이름에 주의해 봅니다. 영어로는 Fez, 불어로는 Fes라 하는데 모로코를 포함한 이슬람권에서는 아랍어로 '파스(Fas)'라 부릅니다. 이 명칭은 원래 8세기에 이 도시를 세웠던 베르베르족의 언어라 합니다. 베르베르족이 이슬람화되면서 자연스럽게 파스라는 지명으로 굳어졌습니다.
▲ 모로코의 파스 (Fez) 모로코의 파스 |
ⓒ dk.photoshelter.com |
▲ Al-Karaouine 대학 대학 내부 |
ⓒ 위키 |
1. 알-카라윈(Al-Karaouine)대학(모로코, 859)
2. 알-아자(Al-Azha)대학(이집트, 970-972)
3. 니잠 알-물크(Nizam al-Mulk)대학(이라크, 1065)
4. 볼로냐(Bologna)대학(이태리, 1088)
5. 파리(Paris)대학(프랑스, 1096)
6. 옥스포드(Oxford)대학(영국, 1096)
7. 몽펠리에(Montpelier)대학(프랑스, 1150)
8. 캠브리지(Cambridge)대학(영국, 1209)
▲ 트리폴리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개선문 |
ⓒ Libya.ⓒ Gimas/Shutterstoc |
그런데 '思'를 맨 마지막에 읽어 보면 '타라푸루쓰'가 되어 더욱 일치합니다. 어쩜 지도 제작자가 '思'의 위치를 오기했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원본을 베끼면서 오기하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그건 어떻든 他剌思布魯가 트리폴리를 가리킨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 강리도 교토대본 |
ⓒ 김선흥 |
▲ 트리폴리 터키 피리 레이스 지도 |
ⓒ 위키 |
▲ 트리폴리 강리도와 피리 레이스 지도 |
ⓒ 김선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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