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미식가'가 말하는 '먹는다'는 것의 의미
![일본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사진 TV도쿄]](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9/12/joongang/20180912155626388gckv.jpg)
2012년 첫 방송한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는 ‘심야식당’과 함께 먹는 드라마의 붐을 일으킨 대표격 먹방 드라마다. 여러 인물의 에피소드를 심야식당이라는 한 공간에 녹여 이야기를 풀어낸 드라마 ‘심야식당’보다 한층 더 먹는 행위에 집중한 드라마라 할 수 있는데, 회당 25분 내외의 방송 시간 중 3분의 2 넘게 음식 먹는 장면만 담는다. 이 드라마는 올해 시즌 7까지 방송했다.
이 드라마를 첫 시즌부터 7년째 끌어온 건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 역을 맡고 있는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55)다. 서울 드라마어워즈 참석차 한국을 찾은 마츠시게는 3일 “한국에 올 때 ‘고독한 미식가’가 정말 인기가 있나 의심했는데 거리에 정말 많은 분들이 알아봐 실감했다”고 말했다.
사건도, 감동 없이도 시즌 7까지…'고독한 미식가'의 힘은
!['고독한 미식가'의 마츠시게 요타카 [사진 도라마코리아]](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9/12/joongang/20180912155626606niik.jpg)
‘고독한 미식가’는 매회 이렇다 할 사건도, 감동도, 유머도 없다. 그저 일을 끝마친 주인공이 배고픔을 느끼고, 근처 식당으로 가 음식을 먹을 뿐이다. 그런데도 마츠시게가 음식을 먹는 모습 하나만으로도 시청자는 눈을 뗄 수 없다. 그는 “배우 특성상 실제로는 마음껏 먹을 수 없지만 먹는 즐거움과 기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맛있게 먹는 비결에 대해서 그는 주저 없이 ‘공복’이라고 답했다. 그는 “고독한 미식가는 실제 방송 순서대로 촬영이 진행되기 때문에 첫 한 입을 먹었을 때의 감동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촬영 전 굶어서 배고픈 상태로 촬영에 임한다. 공복 만큼 좋은 조미료는 없다”고 말했다.
‘고독한 미식가’는 인기에 힘입어 지난 5월 한국 편도 촬영했다. 시즌 5 때 대만에 이어 두 번째 해외 촬영이다. 당시 전주와 서울을 찾은 마츠시게는 비빔밥에 청국장을 넣어 비벼 먹고, 돼지 갈비와 떡볶이를 맛봤다. 마츠시게는 “청국장과 비빔밥은 비비면 비빌수록 맛이 변해 두 번 다시 맛볼 수 없으면서도 심오한 깊이가 있는 맛을 느끼게 했다”며 “한 번 먹었던 맛을 완전히 똑같이 재현할 수는 없지만 매번 다른 맛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는 음식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일본은 치즈닭갈비가 유행인데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음식이 있으면 알려달라"며 "이번에는 한국의 전집 골목을 가보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먹는다는 건 예정에 없던 감동을 맛보는 것"
![일본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전주편. 6000원짜리 밥인데도 끊임없이 나오는 반찬에 놀라고 있는 이노가시라 고로. [사진 TV도쿄]](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9/12/joongang/20180912155626861lgid.jpg)
20살에 연극으로 데뷔한 마츠시게는 그간 광고ㆍ드라마ㆍ영화ㆍ애니메이션 성우 등 광범위한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189㎝의 큰 키와 언뜻 험악해 보이는 인상 탓에 조직 폭력배 같은 악역이나 단역만 주로 맡아 인지도가 낮았다. 고독한 미식가는 그가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인생은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라는 그는 “한국 배우 중 송강호 씨를 가장 좋아한다. 이런 배우 한 명만으로도 한국 문화가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다”며 "나도 앞으로 제작자들이 믿고 맡겨만 줄 수 있다면 다양한 배역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독한 미식가’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그는 “가게들이 다 없어지거나, 제가 식욕을 잃게 되거나의 싸움인 것 같다”며 “제가 맛있게 먹을 수만 있다면 이 드라마가 계속 이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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